"[쿠키 연예]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또다른 기쁨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6월 15일 데뷔앨범 ‘핫 이슈’를 들고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걸 그룹 ‘포미닛’이다. 뜨겁게 1년을 보내고, 결국 걸 그룹 강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포미닛은 첫 무대를 오른 딱 1년 만인 17일 엠카운트다운에서 HUH로 1위를 차지했다)
데뷔 후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인터뷰를 위해 연습실에서 노메이크업으로 만난 포미닛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90년생 동갑내기 친구로 갓 20살이 된 남지현, 허가윤, 전지윤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고, 92년생 김현아는 고된 연습이 피곤한지 졸기까지 했다. 94년생 막내 권소현은 언니들 틈에서 말똥말똥 쳐다보고만 있었다. 걸 그룹 인터뷰라기보다는 고등학교 상담실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리고 1년도 안되어 포미닛은 무대 위에서 강렬한 ‘포스’를 선보이며 지난 해 후발 걸 그룹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가요계의 한 영역을 당당히 차지했다.
1년이 지나고 미니앨범 ‘Hit Your Heart’를 발매한 포미닛을 2010년 6월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나 느낀 첫 인상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도 노메이크업으로 인터뷰에 응해, 분위기는 여전히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상담실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1년 동안 커다란 성장을 했다고 하자 “여전히 신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데뷔 1년이 됐는데, 얼마 전에 일본에서 또 데뷔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저희는 계속 똑같은 것 가타요. 신인의 자세로 계속 돌아가는거죠. 다른 분들이 1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감회가 새로워요” (지현)
“1년을 굉장히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 정신없이 보낸 셈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포미닛’이 오래된 그룹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는 분은 2년 이상 된 그룹이라 생각하시더라고요. 아마 1년 동안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윤)
지난 해 데뷔한 후발 걸 그룹들이 많았지만, 사실상 가요계에 정착한 확률은 절반도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데뷔야 어찌되었든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낸 팀들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팀은 낙오됐다. 걸 그룹의 한 축을 차지한 포미닛이 1년 간 보여준 강점은 무엇일까.
“데뷔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포미닛’의 색깔이 없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또 어느 팀을 닮았다는 댓글이 많아서 속상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댓글들이 ‘색깔을 찾아간다’로 바뀌고 있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죠” (지현)
“저희는 정의가 내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핫이슈, 뮤직 때 모두 다 다른 느낌이잖아요. 새로운 시도이고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고, 그런 바람대로 되는 것 같아요. ‘포미닛’은 이것만 해야돼가 아니라,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현아)
색깔을 점점 국내에서 찾아가는 포미닛은 뜻밖의 선택을 한다. 바로 해외에서의 활동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을 펼치며, 데뷔 1년도 안된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국내 활동에서의 역량을 강화시켜줬다.
“해외 무대에서의 경험이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됐죠.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니, 무대 대처 능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팬들의 성향도 각각 다르니,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죠” (소현)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해외 나가서 인터뷰나 라디오 방송 일정 때문에 잠을 많이 자지 않아요. 그런데 의외로 저희가 적응력이 빠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요. 감기 한번 안 걸리죠. 회사에서는 비스트보다도 체력이 좋다고 말해요” (지윤)
이번 앨범 타이틀곡 ‘HUH''에서는 노래도 노래지만, 멤버들의 외모 변신이 대중들의 시선을 잡았다. 전지윤과 김현아는 더 파워풀하게 변했고, 허가윤은 몸매가 더 좋아졌다. 한때 닭가슴살 다이어트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막내 권소현은 단발머리를 통해 이미지가 보이시하게 바뀌었고, 리더 남지현은 ’여신‘ 포스를 자랑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냥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이 우연찮게 발견된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촬영 후에 영상을 보면서 옷과 배경과 조화가 되면서 저의 제스처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지현)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잘라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남자들이 갖는 생머리에 대한 기대감이 있잖아요. 머리카락을 자르고 외형적으로는 귀여워지고, 무대 위에서는 멋있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이중적인 모습에 만족해요” (소현)
포미닛의 이번 노래 ‘HUH''는 ’핫이슈‘와 ’뮤직‘에 이어 또다시 도도한 느낌을 풍긴다. 쉽게 이야기 세 노래 모두 “내 마음대로 하고 살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것이다. 그런데 무대 밖에서 종종 만나는 포미닛을 보면 그런 포스를 표현해 낼 성격들이 아니었다. 제대로 이중적이다.
“사실 그런 면이 있어요. 저희가 저희 또래 아이들이 원하는 그런 노래 가사를 보여주잖아요. 동시에 저희가 원하는 지향점이 그 친구들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희는 무대 위와 무대 아래에서 180도 달라요. (노메이크업인) 오늘은 이렇지만, 화장하면 또 무대 위 그 아이가 나와요” (지현)
“저희의 자신감이 표출된 거죠. 저희가 원했던 콘셉트가 남들이 안하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라, 도도한 면을 반영하는 것이 있어요. 그게 걸 그룹 포미닛의 지향점이기도 하고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길을 가는 거요” (가윤)
자신들의 길을 ‘도도’하게 걷는 포미닛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막내 소현이 랩에 도전한 것이다. 지윤과 현아에 이어 한 팀에 랩 담당이 무려 3명이나 있는 셈이다. 처음으로 랩에 도전하는 소현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고, 이를 본 두 언니들은 “놀랐다”고 평가한다.
“랩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앨범에서 랩을 할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작곡가 오빠가 랩을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랩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희가 랩 담당이 3명이잖아요. 그 숫자가 많다기보다는 저희만의 강점이지 않을까 해요” (소현)
“처음 녹음할 때 놀랐어요.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된 친구가 소현이거든요. 처음에 듣고 확실히 많이 연습을 했구나 생각을 했죠. 확실히 나이가 어리다보니까 학습능력이 뛰어나요. 저희가 10번에 할 수 있는 것을 한두 번에 만들어내요. 또 녹음할 때 알려주는 대로 바로바로 받아들이니까, 가르쳐주기도 쉽고요” (지윤, 현아)
포미닛이 새 앨범을 들고 나오자 많은 이들은 같은 시기 국내 활동을 시작한 원더걸스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교점은 바로 현아 때문이었다. 원더걸스 전 멤버 현아가 포미닛에 있다는 자체가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물론 양 소속사의 관계 역시 이를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원더걸스는 저희와 다른 콘셉트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 비교하기 어렵죠. 나이는 비슷한 또래지만 음악적 색깔이 워낙 달라서요. 경쟁을 거부하겠다는 것보다는 우리만의 색깔을 차별화시키겠다고 보시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아마 걸 그룹이 많다보니까, 그런 경쟁에 대해 물어보시고, 같은 시기에 나오는 팀들 간에 비교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지현, 가윤)
“종종 인터뷰에서 말한 ‘베스트(Best)보다는 (Only)’라는 말은 데뷔 때부터 갖고 있던 저희 팀훈이에요. 다른 팀과 비교 당하기 싫다는 그런 의미보다는 그냥 저희 모습 그 자체로 평가받겠다는 것이죠. 데뷔곡인 ‘핫이슈’때는 사실 이런 말을 해도 공감을 안하시기에, 인터뷰때 거론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현아)
1년이 지난 6월 현재, 이들은 “무사히 1년을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에도 아직 목말라있었다. 여전히 자신들은 신인이고, 자신들의 행보는 ‘도전’이라고 말한다.
“지금 음원도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후속곡도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해외 진출도 더 활발히 이뤄질 것 같고, 7월에 일본에 나가는데, 일본에서 신인상도 기대하고 있어요. 연말 시상식에 나가고 싶고, 거기서 긴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거 정말 많죠?” (포미닛)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