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키네틱 아트’ 작가 테오얀센 “진화의 규칙 따르면 작품이 살아난다”

[쿠키人터뷰] ‘키네틱 아트’ 작가 테오얀센 “진화의 규칙 따르면 작품이 살아난다”

기사승인 2010-06-30 13:48:00

"[쿠키 문화] 네덜란드 출신의 ‘키네틱 아트’ (움직이는 조각) 작가 테오얀센(62)이 보여주는 거대한 전시회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수많은 플라스틱 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벌레 또는 가재처럼 생긴 작품들이 바람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장면은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보는 순간 매료된다.

테오얀센의 작품에서 플라스틱 관은 일반 생명체의 단백질 또는 유전자에 해당된다. 작품의 기본 구조는 플라스틱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류에 따라 몸에 달린 날개가 바람에 의해 움직이면, 날개에 연결된 다리가 같이 움직이며 걷는 작품도 있고, 몸체에 달린 페트병에 피스톤의 원리에 따라 공기를 저장했다가 이 공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작품도 있다. 바닥에 늘어뜨려져 있는 얇은 튜브에 바닷물이 들어가면 저절로 뒷걸음치는 해변동물, 바람이 많이 불면 몸에 있는 망치가 움직여 몸체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것, 몸에 달린 삽으로 모래를 자신의 날개 위에 얹는 모습을 위장하는 작품도 보인다.

오는 10월 17일까지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테오얀센 전시회’는, 이러한 조금은 애매한 설명을 전시물과 동영상으로 해결해 준다. 국내에서는 최초이며, 세계에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테오얀센은 한국서의 첫 전시를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한국에서 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특히, 한국은 풍부한 기술력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굉장한 문화적인 전통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사람들이 내 작품의 예술적인 측면과 과학적인 측면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전시회는 세상에서 제일 큰 전시회 중에 하나인데, 이것은 해변동물 역사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테오얀센이 추구하는 ‘키네틱 아트’는 사실 생소하다. 기존에 여러 형태로 움직이는 모양을 띄던 것이 테오얀센에게 넘어가서는 그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예 다른 형태로 변형되었다고도 말한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이는 예술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키네틱 아트는 혼돈의 50년대에 시작했다. 위키 미국 예술가와 같은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키네틱적인 부분은 나에게 그다지 큰 중요성을 주지는 않는다. 진화가 더 중요하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 진화의 원칙을 사용한다. 내 작품도 진화론의 단계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 또한 예전에 물리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작품을 위한) 기술에 대해서 책을 많이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현존하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리어 기술을 발전시켜려 한다. 그래서 난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흐름을 만든거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테오얀센의 해변동물은 진화론과 비슷한 과정을 따라 발전해 왔다. 처음엔 사람이 흔들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가, 사람이 밀어주면 걸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바람을 이용해 스스로 걷고, 바닷물을 인지해 걷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뇌'''' 기능까지 갖고 있다. 작가는 작품 이름도 학명법칙에 따라 짓는다. 해변동물의 이름에는 라틴어로 동물을 뜻하는 ‘Ani’와 바다를 뜻하는 ‘Maris’의 합성어인 ‘아니마리스(Animaris)’란 단어가 항상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그 진화의 형태는 어떻게 이뤄지면, 그 끝은 어디일까.

“모양은 생존에 달려 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양을 만들지는 않는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 모양을 만드는 것이고, 지금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기가 큰 동물 일
수록 폭풍에 더 잘 반응을 한다. 그래서 이를 통한 진화의 형태는 내가 아니라 환경, 즉 해변에 의해 결정된다. 그 끝은 내가 죽는 순간이다. 그러면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해변동물을 만들고 있는 젊은 학생들을 도와주려 한다”

국내에서의 첫 전시회는 ''''살아있는 조작''''과 진화라는 용어에서부터 국내 관객들에게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적격이다. 테오얀센이 한국인들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난 사람들에게 어떻게 판단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을 매우 즐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작품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 나 역시도 내 인생에 좀 더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영상에서 본 것 같은 해변동물의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실내 전시이며, 대부분 생명이 이미 끝난, 작동할 수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품 옆에 해변가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함께 상영될 뿐이다. 두 작품만 사람의 작동으로 제한적으로 움직이며, 총 17점이 전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통해서 테오얀센이 가지고 있는 미래와 포부를 보기에는 충분했다.

“진화의 규칙을 따르려 노력한다. 그러면 작품들이 점점 더 살아난다. 내가 이 일을 한 것은 겨우 20년 밖에 안된다. 하지만 만약 내가 2천만년이나 2억만년 정도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정말로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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