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블루브랜드’ 김건우-김진표 “어렵지만 행복한 작업이었다”

[쿠키人터뷰] ‘블루브랜드’ 김건우-김진표 “어렵지만 행복한 작업이었다”

기사승인 2010-07-12 17:16:01

"[쿠키 연예] 허물없는 사이인 작곡가 김건우와 래퍼 김진표는 ‘술’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앨범 작업 이야기를 툭 던지자, 김건우 작곡가는 김진표에게 술을 사주며 꼬셨다고 말하고, 김진표는 너무나 허름한 집에서 사줘서 그 이후 술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앨범 재킷이 복잡한 듯 하면서도 기존 앨범과 다르다고 말하자, 김건우가 “기존 앨범 재킷 만들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렇고, 이것은 기억이 지워지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말을 잇자 중간에 김진표는 “가사가 잘 보이지 않는데”라며 툭 잘라버린다. 그런데도 묘하게 말의 앞뒤가 맞으며 이어나간다.

김건우의 지휘 하에 만든 힙합 프로젝트 앨범 ‘블루 브랜드’ 2집은 지난 해 1집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됐으며,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김진표, MC 몽 등의 기존 멤버와 슈프림팀, 도끼 등의 래퍼들이 케이윌,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별 등의 보컬과 함께 꾸몄다.

지난 5월 김진표가 랩을 하고 케이윌이 노래한 ‘아무 말도 하지마’ 등 2집 일부 곡을 파트1으로 온라인에서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MC몽의 ‘죽을만큼 아파서’ 등 파트2를 공개하면서 모든 수록곡을 담은 음반으로 발매했다.

2집의 주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뜻하는 ‘트라우마’로, 이별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프로듀서 김건우는 자신이 가진 사랑관(觀) 때문에 이같은 주제를 정했다고 말한다. 사랑이 지워지고 잊혀질 수 있을까,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트라우마’로 정했다고 한다. 그럼 2집 파트1 타이틀 곡 격인 ‘아무 말도 하지마’를 같이 만들고 부른 김진표도 스스로의 경험도 반영이 되었을까.

“솔직히 이제는 경험이 반영되지는 않아요. 10년을 넘게 그것을 바탕으로 썼는데, 그렇게 하다보니 자기 복제가 되더라고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는데, 제가 토해내야 하는 내용은 무한대잖아요. 이번 곡에서 아파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제가 아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난 앨범 때부터 생긴 버릇이 사람들 관찰을 많이 해요. 사람들을 관찰하고 간접 경험을 한 후 노래를 생산하죠.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언정 말이죠. 많이 생각하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폭에서 다른 이들의 스토리를 내 방식대로 소화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해요 내가 이별을 곡으로 옮길 때, ‘내가 어떻게 이별하지’가 아니라, 사람들은 어떻게 이별할까로 바뀐거죠” (김진표)

김진표를 비롯해 앨범에 참여한 이들은 각각 개성이 강하다. 그런데 이를 진두지휘해서 하나의 앨범으로 탄생시켜야 하는 김건우의 선장 노릇이 순항치는 않았을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1집을 한번 만들어 봤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멤버들도 영입되었고 ‘트라우마’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주로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 제일 좋았던 시간이기도 해요. 설레임도 느끼고요. 김진표 정도의 래퍼는 내 곡에 어떤 가사를 붙여올까 기대도 해보고요. 진표씨가 ‘형 가사 보냈어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메일을 열 때) 무슨 히든카드를 가보는 기분도 들었어요. 또 제 생각대로 만들어졌으면 더 기분이 좋았고요” (김건우)

그렇다고 해도 원활한 작업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건우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성을 담은 곡을 만들었고, 여기에 각각의 래퍼들 역시 자신들이 녹여내고 싶은 것을 맞춰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건우는 김진표와의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앨범을 만들어나갔는지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진표씨와 그런 것이 있었어요. 처음 곡을 보냈는데, 전화 와서 이거 너무 어렵다면서 안하려 하는 거에요. 솔직히 말해서 이번 앨범에서 진표씨 노래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서정적인 곡에 어떤 래퍼가 어떤 가사를 담았으면 좋겠냐는 생각할 때 떠오른 사람은 김진표씨 밖에 없었어요. 멜로디가 서정적이고 여기에 말랑말랑한 발라드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들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진표씨 개인에게는 조금 힘든 작업이었을 거에요” (김건우)

“솔직히 제게는 모험이었죠. 이 곡이 제 앨범에 들어가는 곡이라면 마음 놓고 실험적으로 갈텐데, 제 앨범이 아니니까 더 어려운 거 에요. 어쨌든 좋은 가사를 드려야 하는데 안해본 작업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발라드 가사가 계속 나와야 하는 곡인데 거기에 랩을 해야하니까요. 또 이런 노래일 수록 가사에 대한 집중도가 커지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는 재미있었어요. 제가 ‘블루브랜드’ 1집과 2집에 참여를 했고, 그 외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많이 참여를 했는데 이번이 제일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김진표)



‘블루브랜드’ 1집은 많은 ‘블루브랜드’ 마니아 층을 만들어냈다. 김건우의 서정적인 선율에 랩이 올라가고, 그것이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앨범이라 음악적인 면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던 것이다. 당연히 2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터. 팬들은 변화를 궁금해 했다.

“대중들의 기대치보다는 앨범을 작업할 당시 제가 나아갈 길, 제가 좋아하는 음악 등 그때 제 상태에 따라서 만들었죠. 저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저를 중심으로 녹음하고 저를 중심으로 사운드를 추구하고요. 1집 때보다 무엇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그런 것은 없어요. 단지 제작할 당시 저와 가수들의 정서대로 만들어 나가는거죠” (김건우)

하지만 그렇다보니 지난 해 있었던 논쟁이 고스란히 이번에도 적용됐다. 바로 정통 힙합 마니아들의 태클이다. 지난 해가 MC몽이었다면, 이번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와 미료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건우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틀이 없다”는 것이다.

“저는 다양한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즈에다가 랩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죠. 그 분들이 어떻게 해야 힙합이라고 생각할지는 제가 가늠을 못하겠어요. 저는 앞으로 여러 장르에 랩을 씌울 것이고, 이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죠. 아마 그 분들은 힙합 비트라고 생각을 안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일정한 틀에 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김건우)

호평이든 논란이든 2번째까지 나온 ‘블루브랜드’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자존심 강해 한 자리 모이기도 힘든 이들이 어깨에 힘을 빼고 앨범에 참여했고, 김건우의 말대로 서정적이면서도 말랑말랑한 발라드 느낌이 들지 않는 작업을 이들은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건우를 선장으로 한 이들의 작업이 내년에도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작업이 힘든지 고개를 절래 젓는다.

“이제 앨범 작업이 끝나서 아무 생각도 없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끝나고 이렇게 CD를 진표씨에게 넘길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아직은 ‘블루브랜드’ 2집이 잘되는 것만 생각하려고요. 그리고 저만 결심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이번 앨범도 ‘제’ 앨범이라기보다는 저희의 앨범이고, ‘김건우의 블루브랜드’가 아니라 그냥 ‘블루브랜드’죠” (김건우)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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