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공형진은 늘 즐거운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영화에 공형진이 출연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음’과 연결시켜 즐거운 기대감을 갖는다. 그런 공형진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영화인으로 영화제에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공형진은 진지해졌다.
“사실 부천영화제에 대해 전문적인 사명감, 책임감, 이런 것들은 막연했죠. 그런데 올해 14회까지 올 정도의 독특한 영화제 콘셉트가 끌렸어요. 어렵긴 했죠.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 비교하면 독특하지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죠. 행정적인 면이나 예산적인 면, 그리고 위치적인 면 모두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었어요. 그래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온 것을 제가 알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제 지인이 연락이 와서 부집행위원장을 부탁했는데, 제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구원투수의 마음으로 임하게 됐죠”
하지만 부천영화제의 실상은 녹녹치 않았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공형진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와 비교해 그 열악함이나 관심도는 극히 달랐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해요. 이 상황에서 14년을 유지한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잖아요.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가질 정도고요.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나름대로 지자체와 연결이 돼서 잘 운영이 되잖아요. 그런데 부천 영화제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운영 측면에서) 몰라서 못하는 것도 있지만 광역자치단체에서 문화콘텐츠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있더라고요. 저도 이런 현실에 놀랐어요. 그래서 위원장님께 언제 관둘지 모른다고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위원장님께서 부위원장은 한번 맡으면 임기가 3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사실상 부천영화제의 어려움 중 하나는 영화제가 열리는 부천시의 위치였다. 혹자는 수도권과 가깝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준다고 생각하지만, 부산이나 전주처럼 아예 마음먹고 가는 것이 아니기에 발길을 옮기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공형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법은 어려웠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위치에요.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는 페스티벌처럼 한번 내려가서 며칠을 즐기고 오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되는데, 부천 영화제는 그게 애매하다는거죠. 부천이 예전과 달리 깨끗하고 좋아졌기는 했는데 거기서 영화제로서 타운을 조성하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는 힘들어요. 이번에 부위원장으로 회의에 참석을 해서 이야기한 것이 기존에 해왔던 것은 그대로 하되, 문제점은 이번에 주도면밀하게 체크를 해서 내년에는 좀더 수정 보완한 영화제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부천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진행될수록 공형진은 부위원장다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부천영화제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안타까움을 이야기 한 후, 현실적인 해결 방법도 제시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이전부터 부천 영화제에 관심 있던 이들에게는 늘 이야기되던 것이지만, 몸으로 느낀 ‘배우’ 공형진의 입으로 듣는 것은 또 새로웠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자체 지원이 굉장히 많아요. 물론 경기도도 김문수 지사 이하 공무원들이 경기도 문화예술에 대해 많은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영화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키워야 된다는 것이죠. 예산의 비중을 더 전폭적으로 준다던지, 부천시와 공조를 해서 영화제 타운을 조성해주는 준다든지요”
사실 공형진에게 영화제 측에서 부집행위원장을 맡기면서 바란 것은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영화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연예계에서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공형진을 통해 영화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척도는 15일 열릴 개막식 레드카펫이다.
“사실 배우들과 친해서 더 힘들어요. 저도 ‘배우’지만 내 얼굴 봐서 와라 하는 것이 한 두 번이겠죠. 모두 똑같은 스케줄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또 다들 명색이 배우인데, 영화제에 그냥 올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했어요. 개막식 때 걸그룹을 부르자고요. 그런데 또 문제는 예산이에요. 제가 부집행위원장이라고 해서 공짜로 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그것을 실행할 예산과 인력이 없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부천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공형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배우’ 공형진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데뷔 20년을 맞이해 한시도 쉬지 않고 활동해온 그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 ‘추노’에서 ‘업복이’로 인기를 모았고, 케이블방송 ‘택시’는 물론 라디오 ‘공형진의 씨네타운’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영화 ‘방자전’에서는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에 찍으려던 영화가 조금 미뤄졌고, 드라마 ‘도망자’는 촬영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어요. 또 연극 ‘내 남자는 원시인’ 서울 앙코르 공연 준비하고 있고요. 저는 오래 쉬지 못하는 체질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대한이 민국씨’ 이후에 2년 동안 쉬었죠. 20년 동안 까메오로 등장한 영화를 포함하면 벌써 41작품이에요. 쉬지를 않으니 작품도 많죠. 하고 싶은 작품이요? 제가 아직 스릴러 호러를 안해봤어요. 그런 작품에서 ‘악인’으로 나오면 의외성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 공형진이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25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