릐채권단 초강수 왜?=채권단이 대출 만기연장 중단을 들고 나온 것은 더 이상 신경전을 방치했다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그룹이 지속적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면서 ‘현대건설 매각 배후설’, ‘남북관계 완화 주역인 현대그룹 옥죄기설’ 등 다양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매각 대상인 까닭에 정부의 입김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돌면서 채권단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 변경 주장을 수용할 경우 채권단 스스로 재무구조 평가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하는 결과가 된다. 또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에 한 차례도 예외가 없었던 점, 이미 약정을 체결한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6개월 이상 여유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약정 체결을 미뤄왔다”면서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채권단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다음달 2일부터 채권은행에 만기가 도래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릐현대, 얼마나 버틸까=채권단 조치에 현대그룹은 발끈하고 나섰다. 현대그룹은 대출연장 효력금지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금융감독 당국이 새로운 주채권은행을 다시 선정하면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구조 평가를 받겠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이 신규대출 중단에 이어 대출 만기연장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만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그룹 대출금은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반면 현금 유동성은 1조원이 넘는다. 당장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재가 장기화되면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한계가 닥칠 전망이다. 자금줄이 막혀 투자여력이 줄고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현대건설 인수도 어려워진다.
그래도 현대그룹은 약정 체결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주력계열사 현대상선이 지난해 최악의 해운시황 불황 속에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적은 손실을 기록한데다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에 버금가는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릐법정 공방으로 가나=결국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문제로 불거진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분쟁은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측이 서로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있는 만큼 법원 결정 등 강제력 있는 중재가 있어야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이 자율적인 사적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연한다고 채권단이 극단적 제재를 내린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법정 다툼을 선언하는 등 계속 버티고 있지만 사실상 약정을 체결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