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1mm 조연] ‘이끼’의 ‘천순경’ 임승대 “그동안 작품 합치면 저도 천만 배우”

[Ki-Z 1mm 조연] ‘이끼’의 ‘천순경’ 임승대 “그동안 작품 합치면 저도 천만 배우”

기사승인 2010-07-31 13:05:00

[쿠키 연예] 영화 <이끼>가 본격적으로 <인셉션>과 함께 양분하며 극장가를 장악하자, 관객들은 이끼의 스토리는 물론 원작 웹툰 내 인물들과 싱크로률을 따지기 시작했다. ‘류해국’을 맡은 박해일이야,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이미 원작 웹툰을 그릴 때, 주인공의 이미지를 참조했다고 하니, 당연히 싱크로률은 100%이고 ‘천용덕 ’ 이장 역의 정재영 역시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해 의외로 높은 싱크로률을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주요 배역들 이외의 또다시 100%에 가까운 싱크로률을 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 이가 있다. 바로 ‘천용덕’ 이장의 아들이자 순간순간 사건의 흐름을 한번씩 바꿔놓는 ‘천순경’ 역의 배우 임승대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임승대라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의 얼굴은 거의 대부분 관객들이 기억한다. 2001년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에서 여자친구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는 비열한 역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후 <공공의 적1>에서는 이성재의 동료 펀드매니저로, <공공의 적2>에서는 설경구의 밥을 사주면서도 놀림을 당하는 동료 검사로 나왔다.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는 클라이막스를 장식했고, <과속스캔들>에서는 비열한 연예부 기자로 등장한다. 관객들은 뛰어난 신인, 조연의 등장이라고 말을 하지만, 알고보면 고등학교때부터 프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이끼>를 통해 한번 더 뛰어오르려 했고, 그 <이끼>가 250만을 넘었다.

“영화가 인기를 모으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죠. 어찌되었든 제가 출연한 영화 중에 200만이 넘은 영화가 <공공의 적2> <과속스캔들> 등으로 얼추 다 모아보면 벌써 저도 1천만 관객을 모은 셈이죠. (웃음) <이끼>도 500만은 무난히 넘을 것 같고 입소문만 잘 타면 쭉 가을까지 갈 것 같아요. 중간에 <인셉션>이라는 태클이 있기는 한데, 사람들이 지혜롭게 잘 고르겠죠. 또 요즘 친구들은 자막 읽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웃음) 그리고 사실 같이 경쟁하면서 봐야 재미있기도 해요. 마치 <공공의 적2>가 <마라톤>이 함께 갔던 것과 갔죠.

그런 <이끼>에서 임승대가 맡은 역할인 ‘천순경’이 싱크로률이 100%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하자, 임승대는 “원작과 달라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한다. 원작과 싱크로률은 높으나, 내용으로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에 원작을 읽은 입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연기를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한 것이다.

“원작에서 ‘천순경’ 역할은 우직하고 충성을 다하고, 어딘가 모자란 것이 있지만, 알게 모르게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죠. 제가 연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원작과 영화 속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거에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까 고민하다가 그냥 상황에 충실하자고 생각한 거죠. 또 아들을 밝히는 과정도 원작과 영화가 다르잖아요. 그리고 강우석 감독님이 원래 그렇게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로 처음부터 안 갈꺼니까 그냥 감춰봐’ 이러는거에요. 사실 <공공의 적2> 때도 코믹 요소를 넣으려고 했는데, 강 감독님이 ‘너는 그냥 평범하게 검사처럼 가야한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셨거든요. 이번에도 ‘티내지 말고 가자’ 딱 세 마디로 모두 정리하신 거에요. (웃음) 결국은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이끼>가 비록 지금 250만이 넘고 순항 중이지만, 사실 더 많은 관객들을 모을 수 있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안좋게 적용됐다. 우선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도 그렇고, 긴 러닝타임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이끼>의 롱런 흥행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임승대는 거꾸로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영화보는 청소년보다 19세 이상 어른들이 더 많잖아요. 기분이 좋았던 것이 아리랑 쇼핑을 하고 있는데, 그 쇼핑몰 위에 극장이 있거든요. <이끼>를 보셨는지, 40대 중반 아저씨가 오셔서 ‘영화 잘 봤습니다’ 이러시는거에요. 그때 영화 흥행이 밝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40~50대 관객층이 두텁거든요. 그래도 사실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의문이에요. 노출 장면도 없고, 욕설도 없앴잖아요. 과연 어디에 기준을 뒀을까. 조금 아쉽죠. 사실 강 감독님이 노출을 싫어하시는 것도 그렇고 여자배우가 길게 나오는 영화도 그다지 많지 않아요.(웃음) ”

그러고보면 배우 임승대는 다작 배우다. 2001년 ‘킬러들의 수다’ 이후에 17개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여기에 88년에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의 뮤지컬, 연극 무대까지 하면 150작품이 훨씬 넘는다. 연기력이 뛰어나서기도 하지만 욕심도 많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작품을 많이 하는 이유는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에요. 배우가 작품을 하지 않으면 죽어있는거죠. 그리고 사실 여러 작품 속에서 각각 다른 캐릭터를 다르게 소화해내는 것이 재미있어요. 어떤 선배들은 하나의 콘셉트를 잡고 꾸준히 밀어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그것이 싫어요. 영화 속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싶고, 그것을 통해 관객들에게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저를 보면 ‘어 어디서 나온 사람이다’라고는 하지만, 이름을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목표는 이름을 알려보자는 것이죠”

앞서도 언급했지만, 임승대가 무대에 선 것은 1988년이다. 71년생인 임승대가 고등학교 3학년때 이미 프로 연극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물어보니 사연이 구구절절 나온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꽤 눈물이 날 법한 내용들이다.

“중학교 때 단체로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하는 ‘뿔’이라는 뮤지컬을 보러갔어요. 윤복희 선생님과 유인촌 선배가 하는 작품인데, 전율이 느껴지는 거에요. 그때 내가 저것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때 경기도에 있는 청소년극단에 가서 워크샵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후 예고에 가려했는데, 아버지는 인문계에 가라고 하셨죠. 결국 아버지 뜻을 어기고, 연극 동아리가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몰래 원서를 내고 합격했죠. 연합고사 날은 술을 마셨고요. (웃음) 그렇게 한 학기를 다녔는데, 나중에 성적표가 걸려서 2시간 동안 아버지께 맞고 집을 나왔죠. 그래서 밖에서 자고 학교에 가서 연극하고 하는 생황을 2년을 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피핀’이라는 공연을 했는데 그때 아버지가 오셨어요. 전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그 순간 굉장히 작아지셨더라고요. 아버지가 ‘이렇게 힘든 것을 하면서 아버지를 부르지도 않았냐. 집에 가자’고 하셔서 그날 아버지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죠. 그 이후에 집에서 자면서 연극을 하게 된거죠”

그렇게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전전하던 그가 영화에 데뷔한 것도 우연이었다.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가 LG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이었는데, 당시 연극에서 만난 장진 감독이 영화 쪽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고, 그래서 출연한 작품이 ‘킬러들의 수다’였다. (장진 감독과는 서울예대 89학번 동기다)

“똑같은 연기니까 그냥 해보자고 한건데,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촬영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하면서, 처음에 적응할 때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 말씀하셨죠. 그런데 이게 참 너무 다르고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밀도보다는 소리를 너무 중시했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한번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광정 선배님이랑 드라마 ‘마왕’을 했는데, 작게 소리를 내시더라고요. 그런데 모니터를 해보면 제 목소리가 더 안나오는 거에요. 소리보다는 밀도로 가는 방법을 알게 된거죠”

그 이후 <킬러들의 수다> 편집을 도와주던 강우석 감독의 눈에 임승대라는 배우가 들어갔고, <공공의 적>과 <공공의 적2> 등 연이어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이끼>까지도 감독 강우석과 배우 임승대는 인연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런 <이끼>에 대해 임승대의 숫자적 자신감은 대단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대중교통을 좋아해서 모자 쓰고 다니는데, 전에 <공공의 적> 시리즈때까지만 해도 저를 못 알아보셨어요. 그런데 <이끼>의 ‘천순경’은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니까, 이번에는 너무 잘 저를 알아보시는거에요. (웃음) 예상 관객수요? 전 1200만명 꼽을께요. 제가 신기(神氣)가 있는지 그런 것은 잘 맞춰요. <과속스캔들> 당시에도 700만을 제시했는데, 100만 모자랐어요. 이게 나중에 입소문으로 두터운 나이층이 추석 때까지 봐주시면 가능할 것 같아요. (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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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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