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이하늘은 지금 SBS와 전쟁중…그는 왜 사고 쳤나

‘악동’ 이하늘은 지금 SBS와 전쟁중…그는 왜 사고 쳤나

기사승인 2010-08-03 12:42:00

[쿠키 연예] 이하늘(39)은 가요계 소문난 악동이다. 그가 속한 DJ DOC가 경찰서에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의 꿈(Dream Of Children)’이라는 약자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데뷔곡 ‘슈퍼맨의 비애’을 부르던 DJ DOC는 정규 4집부터 본색을 드러낸다. 이 앨범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음악으로 유명세를 떨친 ‘DOC와 춤을’ 뒤로 정치권을 조롱하는 가사를 담은 ‘삐걱삐걱’이 수록됐다. 그저 흔한 아이돌 그룹 정도로 치부되던 DJ DOC가 주류 권력에 대한 반항감을 처음 드러내는 순간이다.

경찰을 짭새로 표현한 5집 ‘포조리’, 기자를 정면으로 비판한 ‘라이(L.I.E)’에 이르기까지 DJ DOC는 꾸준히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졌고 그 중심에는 대다수 곡을 작사, 작곡한 뮤지션 이하늘이 있다. 최근 MBC ‘놀러와’와 ‘명랑 히어로’, KBS ‘천하무적 야구단’ 정도로 이하늘을 알게된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는 훨씬 음악적인 역량이 뛰어나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깊은 인물이다.

△암묵적인 커넥션 있나=그런 그가 또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SBS가 ‘강심장’ 출연을 조건으로 ‘인기가요’ 출연 여부를 타진했고 이를 거부해 출연하지 못했다고 트위터에 폭로했다.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장 아이돌 팬덤이 들썩이고 있다. 자신들의 우상이 ‘인기가요’의 외압으로 인해 ‘강심장’에서 자극적인 폭로전을 일삼았다고 SBS에 항의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방송가에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가요 프로그램 간의 암묵적인 커넥션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같은 예능국 안에 있는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과 가요 프로그램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는 SBS 뿐만 아니라 MBC와 KBS도 마찬가지다. 한자릿수 시청률에 불과한 가요 프로그램이 왜 계속 존속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모두가 침묵했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는 방송사와 일종의 윈윈 게임으로 순조롭게 협의를 해왔고, 중소 기획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방송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B급 가수이자, 연외인(演外人)으로 칭하는 이하늘에 의해 문제가 불거졌다.

△SBS 대응 수위에 관심=양측의 공방은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SBS는 이하늘의 폭로에 대해 “공교롭게도 컴백 가수가 너무 많아 ‘인기가요’ 컴백 무대가 한 주 미뤄진 것”이라고 의혹 자체를 일축했다. 하지만 SBS의 해명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지난 1일 방송에서 컴백한 가수는 세븐(SEVEN)과 2AM 창민과 에이트 이현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옴므(Homme)가 전부다. 가요계 선배라는 도식은 차치하더라도 DJ DOC의 이번 7집 앨범은 무려 6년 만의 컴백이다. 컴백의 화제성에 있어 세븐과 옴므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외압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다만 SBS의 향후 대응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를 해볼 수는 있다. 현재 ‘인기가요’는 예능 프로그램 끼워 팔기를 통한 외압설은 물론 공정성 자체를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하늘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SBS는 자사 가요 프로그램의 가치를 훼손한데 따른 출연금지 내지는 법적대응을 할 수 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자체가 더욱 의혹을 살 수 있다. 자칫 이하늘에 이어 다른 가수의 폭로가 이어진다면 문제는 훨씬 커진다.

△김창렬 유탄 맞나=이하늘의 이번 폭로가 다소 이중적인 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MBC ‘음악중심’과 KBS ‘뮤직뱅크’는 제외하고 유독 ‘인기가요’만 집중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하늘은 MBC ‘놀러와’와 KBS ‘천하무적 야구단’에 현재 출연하고 있다. 일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장했다면 더욱 신빙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하늘은 지난 2004년 전설적인 힙합 아티스트 투팍(Tupac)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며 베이비복스를 향해 ‘미아리복스’ 등의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당시에도 가수의 상업성을 비판한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 선정적인 방법으로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폭로 역시 트위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바람에 온갖 억측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면 훨씬 깔끔했다는 평가다.



DJ DOC의 다른 멤버 김창렬(37)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그는 현재 SBS 파워FM ‘올드 스쿨’ DJ를 맡고 있다. 이하늘의 폭로에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그룹 멤버의 문제제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자진 하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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