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부녀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독일 교민과 국내 중소기업 대표 7명을 상대로 “300억5000만 달러(한화 약 42조원)를 외국계 은행에 예치해놓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29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HSBC은행 명의로 된 가짜 지급보증서를 피해자들에게 주고 수수료로 액면가의 1%씩을 받아챙겼다. 전문가 행세를 하기 위해 독일에 ‘EBII(European Bank Instrument Investment)’라는 이름의 금융투자회사를 세우는가 하면 몬테네그로에는 자본금 2유로(한화 3600원)로 ‘밀리니엄 뱅크 그룹’이라는 유령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독일의 특급호텔에서 ‘HSBC 은행 42조원 투자 유치 기념행사’를 여는 등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대출한도나 담보능력이 부족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부녀가 고급호텔에서 각종 행사를 열고 40조원대 재력가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현재 서울 동대문구의 16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며 “일부 피해자는 아직까지 자신이 사기 당한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