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 “귀엽고 사랑스런 이미지? 기분은 좋은데…”

줄리아 로버츠 “귀엽고 사랑스런 이미지? 기분은 좋은데…”

기사승인 2010-08-19 21:13:00
[쿠키 문화] 새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홍보차 일본을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43)가 19일 현지에서 한국 기자단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 ‘리즈’는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직업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통해 삶의 사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리즈’ 역할을 연기한 줄리아 로버츠의 행복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희망에 관한 내용의 영화다. 하지만 극 중 주인공 리즈는 예쁜데다 부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예의 바르게 말씀드리자면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없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시면 아시겠지만, 리즈는 부자가 아니다. 영화 초반에 이혼하면서 모든 걸 다 잃었다. 그리고 리즈가 아름답다는 건 당신 생각이다. 하지만 감사하다(웃음). 희망이라는 건 모두에게 다 다른 개념이다. 나는 마지막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즈는 모든 것을 걸었고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고, 즉흥적으로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신은 19세 이후 20여년간 많은 영화를 찍어 왔다. 그 중 스타가 아닌 연기자로서 터닝 포인트가 됐던 영화는 무엇인가.

=‘펠리칸 브리프’다.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영화다. 그 영화를 찍을 때 나는 영화를 이미 많이 찍은 상황이었고, 성공한 영화도 많아서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중 창조적이라고 느껴지는 게 없었다. 고르다보니 6개월이 지나고 18개월이 지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계속 거절했다. 그러다보니 이 업계에서, 나만 이렇게 (못 고르고) 거절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다. 그때 그 작품을 만나서 내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덴젤 워싱턴과도 평생 지속되는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연기자로서 연기에 몰입하기 힘들 때, 잘 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극복하나?

=방법이 있다면 좀 더 열심히 하고 캐릭터를 더 파고드는 것이다. 연기가 쉽기만 하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퍼즐같은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맞추는 게 중요하다.

-인상깊게 본 한국 영화나 한국 배우가 있다면. 한국에 오고 싶은 생각이 있나.

=(웃으며) 한국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른다. 영화 프로모션에서 한국이 제외됐기 때문에 한국에 갈 계획은 아직 없다. 지금 도쿄에 있는데 아직 리츠칼튼 호텔밖에 구경을 못했다.

-영화에서 보면 “먹는 걸 주저하지 말고 맘껏 먹으라”는 메시지가 있다. 줄리아 로버츠도 다이어트를 해야 되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

=나는 다 먹는다 (통역이 ‘정말이냐?’며 놀라자) 놀라 주어서 고맙다. 리즈는 안 먹는 게 아니라 음미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두세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서 즐기면서 밥을 먹고, 음식도 음미하면서 찾아먹고 그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게 다 급하다. 서서 먹고, 차에서 먹고… 리즈가 뉴욕에서 없다고 느낀 것은 음미하는 것이다.

-당신은 할리우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맨해튼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처음부터 저는 시골 여자(country girl)이다. 할리우드는 정확한 지역명이 아니고 그런 장소는 없다. LA가 큰 도시이긴 했지만 저에겐 매력이 없는 도시다.

-최근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데, 독립영화에 출연할 의사는?

=저의 바로 전작이 독립영화다. 톰 행크스가 만든 인디영화인 ‘래리 크라운’이다. 오래된 친구와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당신은 리즈처럼 방황해 본 적 있는가.

=행복이라는 것은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지,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리즈가 느끼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뭘 해야 되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고민을 저도 많이 해보았다. 나이가 들면서 응당 해야 하는 것들이나 우선순위로 두는 것들의 순서가 바뀌기 때문에 계속 확인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사회에 대한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리즈처럼 1년 동안의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저는 거의 항상 1년을 놉니다(웃음).

-이제까지 여러 상을 수상하셨다. 다음달이면 산세바스찬 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을 예정이다. 수상은 배우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본인에게 각별했던 상은 무엇이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빵을 최고로 잘 굽는 사람’ 상을 탄 적이 없기 때문에 받고 싶다. (웃음)농담이다. 상 얘기는 좀 부끄럽다. 기분이 좋고 격려는 되긴 하지만 부끄럽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머리가 터질 뻔 했다. 많은 좋은 배우들이 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 알고 있고, 제가 운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산세바스찬 영화제 상은 (이번 영화에서 같이 주연한) 하비에르 바르뎀과 같이 받는 것인데 생각하면 너무 기분이 좋다.


-한국 배우들은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한국에서 당신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도시적인 이미지인데, 혹시 이미지가 고정될까 봐 고민을 한 적 없는가.

=그렇지 않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라니 (웃음). 누구나 이견이 있게 마련이죠. 기분은 참 좋지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건... 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영화에 나온 말처럼, 누구에게나 주제어가 있으니까 그걸 정해야겠죠.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기분 좋기는 한데... 엄마한테 빨리 알려야겠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오기도 한다. 혹시 가족과 함께 올 계획이 있는지?

=계획이 없다. 이번 영화 홍보에서도 한국은 제외가 됐었기 때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 하지만 여러 분들이 한국에 올 계획이 없냐고 물어주시는 것은 기분이 좋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랑콤아이크림’에 대해 말씀했는데, 진짜 쓰고 있나?

=네.


-이번 영화의 리즈 캐릭터가, 귀여운 여인이나 그 밖의 다른 영화에 비해 더 줄리아 로버츠다운 캐릭터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리즈의 상황은 위기상황인데, 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아주 공감이 쉽진 않았다. 리즈의 캐릭터는 존경스럽다. 재미있고 용기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더 공감을 했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다. 도쿄=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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