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1987년생. 우리 나이로 올해 24살이 되는 문근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단순히 그녀가 연극 무대에 섰기 때문이 아니다. 연극 ''클로져''에서 문근영이 맡은 역할 때문이다. 파격적이면서도 도도하고, 여린 듯 하면서도 도발적인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역할은 문근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시선을 존재케 했다. 왜들 이리 말들이 많을까. 아마 어리디 어리다고 생각한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갖던 이가 그 틀을 굉장히 과감하게, 그것도 눈 앞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2001년 드라마 ‘명성황후’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문근영은 2004년 영화 <어린 신부>를 통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된다. 물론 당시 본인은 이같은 타이틀을 얻은 <어린 신부>에 대해 탐탐치 않게 생각했다.
자신의 연기가 너무 형편없다고 생각한 문근영은 <어린 신부>가 극장에서 막 내리기만을 바랬지만, 그 후 3~4년이 지난 후에야 왜 <어린 신부>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국민 여동생’으로 왜 자신이 사랑받았는지를 뒤늦게야 깨달은 셈이다.
그 이후 문근영은 변화를 시도한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여동생’에서 ‘여자’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영화 <댄서의 순정>, <사랑따윈 필요없어>, 드라마 <바람의 화원>, <신데렐라 언니>의 선택은 바로 이러한 문근영의 절실함이었다.
하지만 사실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은 성인 연기자로 변신했다는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했고,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야 일부 문근의 변화를 사람들은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한 연극 ‘클로져’에서는 문근영은 호불호가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기에, 그리고 그 모습이 이전의 동일한 역을 소화한 다른 배우들에 비교해 문근영의 모습이 어느 정도이기에 사람들은 이같은 반응은 보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절반의 성공 그리고 지켜봐야 하는 성공’으로 정리된다.
관객들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도 같은 느낌을 선사하길 바라고 있다. 착각이고, 관객들의 욕심이다. 차라리 무대 위 뛰어난 연기를 보고 싶다면, 전문적으로 연극만 하는 배우들의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카메라로 여러 번 찍어서 만족스러운 컷을 찾아내고, 이 또한 편집을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연극은 실수를 허용치 않는 ‘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순간, 그는 또한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짧은 호흡에서 긴 호흡으로, 찰나의 긴장에서 2시간 내내 이어지는 긴장을 갖는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한다.a
문근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연극이 ‘클로져’가 연극 데뷔 무대이고, 그 위에서 문근영은 스스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스크린-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 이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이는 문근영이 출연하는 ‘클로져’ 공연날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연극이 좋다’ 관계자들이야 빙그레 웃을 일이지만, 문근영에게는 부담이 하나하나 쌓인 셈이다.
그러나 ‘앨리스’ 역을 맡은 문근영의 연기는 ‘절반의 성공’이다. 자신이 맡은 역은 ‘연기’적인 면에서 보면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전에 ‘지연’으로 지칭되며 한국적으로 변환된 ‘클로져’ 공연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담배를 피고, 반라의 비키니 차림으로 관객들 앞에서 섹시한 춤을 추고, 상대 배우를 향해 도발적이고 도도한 모습을 선보인 문근영은 스크린과 브라운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바로 눈 앞에서 원조 ‘국민 여동생’의 달라진 모습을 본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극 중간중간 다소 실수인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눈 감고 용인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문근영에게 숙제로 제시됐다. 섹시하면서도 도도한 연기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다르기만 했지 ‘여성’으로 느껴지는 면모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앨리스’가 다소 철없는 나이 어린 역이기는 했지만, 문근영이 보여준 것은 가출청소년의 느낌이 더 강했다. 상대를 향해 내뱉는 독설도 애교스러웠고, 도도하다고 짓는 표정은 색다르기는 했지만, ‘앨리스’의 도도함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는 문근영도 잘 알고 있다. 문근영은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국민 여동생 이미지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쌓인 것이라 내가 화끈하게 한번 연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 같다”고 말했다.
만일 이런 모습을 다른 전문 연극배우가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지켜봐야 하는 성공’을 기대하게 된다.
문근영이 무대에 올랐다는 것은 운전으로 따지면 이제 갓 도로 주행에 나선 초보 운전자나 다름없는 셈이다. 우리는 도로에서 뒤에 초보 딱지를 붙인 이들에게 일부 뭐라고 할지언정 관대한 편이다. 문근영의 변화에 대한 지적도 문근영이 끝까지 도로 주행을 마친 직후이어야 한다. 즉 ‘앨리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마지막 공연 이후가 문근영의 변화를 따져야 한다. 그래서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성공’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도 첫 주말 무대를 끝난 후 “아직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을 있다. 이는 문근영의 현 연기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감일 수 있겠다.
연극 초반인 현재, 관객들은 ‘국민 여동생’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간 ‘문근영’을 보고 있다. 이는 문근영을 캐스팅한 사람들이나, 문근영을 보러 온 관객들의 바램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갈 때는 이런 문근영은 사라지고, 무대에 적응한 배우 문근영이 서 있어야 하며, 이 영역은 온전히 문근영이 만들어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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