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최근 가수나 가요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DJ DOC가 잘되야 한다”는 말을 한다. 10대 아이돌 그룹이 중심이 된 71년생 (이하늘) 73년생 (김창렬, 정재용)의 아저씨 그룹도 떠야한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의 다양성, 그리고 신구가 어울릴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제시해야 된다는 의미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조용하게 등장하지 않았다. 가사 논란부터 시작해 거대 방송사와 한판 붙기까지 했다. ‘가요계의 악동’다웠다.
1994년 ‘수퍼맨의 비애’로 데뷔한 DJ DOC가 가요계 뿐만 아니라 예능 등에서 주목받는 것은 어찌보면 과거 DJ DOC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종종 이들의 말처럼 DJ DOC는 문화면보다는 사회면에서 더 많이 접했기 때문이며, 이런 연예인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것에 대중들이 그다지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폭력…“아직은 지기 싫어서”
1999년 7월 김창열이 무면허음주 뺑소니로 경찰서를 접한 후, 며칠 뒤에 다시 이하늘과 함께 신사동 술집에서 폭력행위로 불구속 입건된다. 20대 중후반의 나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2000년 새 앨범에서 ”이것 봐, 포졸이! 내 말 좀 들어봐! …새가 날아든다 웬갓 짭새가 날아든다. …문제야 문제, × 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 민중의 지팡이, 흥 × 까라“ 등의 가사로 경찰과 한판 붙더니, 같은 해 대구에서 이하늘과 김창렬은 대구에서 시민들이 시비를 거는데 격분해 또다시 폭력 혐의로 입건됐다.
그리고넛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사회면을 연단위로 장식했다. 2002년 2월에는 김창렬이 다른 사람의 집 현관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것에 이어 5월에는 병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아 사회면에 올랐다. 2003년 11월에는 정재용이 폭력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같은 해 11월 이하늘과 정재용은 역시 폭력 혐의로 또한번 불구속 입건됐다.
2004년으로 넘어가도 DJ DOC는 사회면과 친분(?)을 놓지 않았다. 그해 4월 김창렬은 압구정 한 술집에서 취객들과 말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입건됐고, 6월에는 차량 통행 문제로 택시 기사랑 말다툼중 폭행을 휘둘러 불구속 입건 됐다. 또 이하늘은 베이비복스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명예훼손 피소됐으며 8월에는 김창렬이 여성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런 ‘악동’ DJ DOC가 현재 가장 ‘핫한 그룹’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희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양아’의 모습은 늘 대중들에게 삐닥한 시선을 제공했고, 어느 인터뷰에서 거론됐듯이 자신들보다는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게 했다. 물론 이는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적잖은 연예인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하늘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김창렬에 대해 말하면서 “눈 한 번 피하는 게 지는 게 아닌데 아직까진 지기 싫어한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이 가진 뜨거움도 한 몫했을 것이다.
이하늘 “음악만 잘하면 된다”…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승부
사실 어느 그룹이든 이정도 사고를 치면 해체되거나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DJ DOC는 더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 한동안 공백 후, 잦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오히려 환영받기까지 했다. 16년 차 가수면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모르는 존재’일 수도 있다. 이들이 데뷔할 때 겨우 걷고 말을 떼던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반대다. ‘핫’하다는 표현까지 듣는다. 그리고 6년 만에 내놓은 신보는 음악프로그램 1위까지 차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우선 음악적으로 봤을 때, 이번 신보 ‘풍류’는 누가 들어도 완성도가 높았다. 이하늘이 프로듀서를 맡은 이번 앨범에는 싸이, 라임버스를 비롯해 언타이틀의 유건형, 레드 락, 스모키 제이, 스토니 스컹크의 스컬, 용감한 형제 등이 작곡에 참여했다.
가사에서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과정에서 절제했고, 대중적으로 가까워졌다. 혹자는 건전한(?) 곡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DJ DOC의 배신이 아니라 변화다. 이들도 어느 덧 40살이 넘은 멤버에 2명은 40살을 바라본다. 선동가가 아니라 협상가가 되어야했고, 후배들을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화합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 이런 메시지와 이들의 행동은 먹혀들어갔다.
이하늘이 예능프로그램에서 후배들에 대한 충고를 할 때 “음악만 잘하면 돼요~ 인간성 필요 없어요, 음악만 잘하면 돼요!”라는 말은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자신들에 대한 옹호일 수 있지만, 이 대문에 이들은 16년을 버텼고, 또 이끌고 있는 셈이다.
아마 DJ DOC가 방송국에서 쉽게 심의가 나오는 착실한 생활을 했다면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개김성’은 1990년대에는 ‘일탈’이고 ‘반항’이었지만, 2010년 지금은 ‘분출’이고 ‘저항’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중고등학교를 다닌 현재의 30대 초중반을 꼭짓점으로 해서 10대, 20대까지 넓게 퍼졌다. DJ DOC가 쉽게 무너지기 어려운 이유고, 동시에 이들이 무너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DJ DOC마저 밀린다면 방법이 없다”
DJ DOC가 컴백한 직후 음악프로그램 대기실에서 만난 중견 매니저는 “학예회 수준의 음악프로그램을 변화시킬 최후의 보루다”라고까지 말을 했다. DJ DOC에 대해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말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가요계 시장을 단지 한 그룹이 평균점을 맞출 수는 없지만, 균형을 위해 다른 한쪽에 아무도 발을 안 올려놓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치우친 영역을 끌고 올라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셈이다. 그리고 DJ DOC는 결국 그 기대를 음악프로그램 1위라는 수치로 보여줬고, 현재 채워나가고 있다.
DJ DOC가 몇 년동안 더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혹자는 현재의 인기는 가수로서의 인기라기보다는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음악만 한다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DJ DOC는 주(主)와 종(從)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가요계 악동’이고, 무대 위에서, 콘서트 장에서 제대로 놀 줄 아는 가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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