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슈퍼스타K 2'는 정말 떴다. 전작의 시청률을 가뿐히 뛰어넘었고, 동시간대 지상파를 위협했다. MBC가 ‘슈퍼스타K 2’의 본 떠 부랴부랴 ‘위대한 탄생’을 만들 정도다.
‘슈퍼스타K 2'의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 라인은 무한 경쟁의 리얼리티를 만나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대중은 직접 신인가수 한 명을 뽑는다는 사명감으로 ‘슈퍼스타K 2’를 위해 기꺼이 유료 투표를 행사했다. 그렇게 TOP 11은 탄생했고, 허각이 영광의 ‘슈퍼스타K 2’ 왕좌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기적의 노래를 부른다는 거창한 콘셉트로 시작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슈퍼스타K 2’라는 ‘스타’는 낳았을지언정 음악은 철저히 죽였다. 지난달 종영한 ‘슈퍼스타K 2’는 무려 석 달이 넘도록 단 한 곡의 신곡을 선보였다. 허각과 존 박은 결승전에서야 작곡가 조영수의 ‘언제나’를 부를 수 있었다. TOP 11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오로지 다른 기성 가수들의 히트곡을 흉내내고 모창하기에 바빴다. 지금도 스타 지망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기획사 오디션과 유사한 장면이다.
KBS '전국노래자랑' 보다 순수하지도 않다. 부족한 음악성은 온갖 작위적인 연출과 현란한 카메라 기법, 반전의 스토리 라인으로 채웠다. ‘슈퍼스타K 2’의 TV 장르를 규정할 때 결코 음악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이유다.
자작곡 하나 없이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슈퍼스타K 2’는 70~80년대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대학가요제 시대와의 완벽한 결별을 고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면서도 정작 무대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가수가 쏟아지는 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가수를 꿈꾸는 열정은 없기에 제2의 샌드 페블즈와 무한궤도, 전람회, 이선희(강변가요제)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케이블 채널 엠넷이 ‘슈퍼스타K 2’ 종영 이후 허각과 TOP 11을 대하는 모습에도 음악은 없다. 엠넷은 허각이 부른 ‘언제나’를 발빠르게 음원 시장에 내놓았다. ‘슈퍼스타K 2’의 후광으로 음원 차트를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허각은 아직도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그는 엠넷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데뷔했고, 엠넷이 주최하는 콘서트 게스트로 참여했다. 이달 28일에는 역시 엠넷이 개최하는 엠넷아시아뮤직어워즈에도 설 예정이다. 허각과 함께 TOP 11은 ‘슈퍼스타K 2’에서 부른 수록곡을 담아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활용했다. 사실상 엠넷은 현재 이들의 소속사 자격으로 돈을 벌고 있다.
보통 오디션 형식의 가요제 입상자들은 탄탄한 내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주류 가요계에서 버티기가 힘들다. 자신의 화제성만 믿고 도전했다가 씁쓸한 실패를 맛 본 가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무한궤도의 신해철과 정석원이 당시 유명 레이블인 대영에이브이와 만났고, 전람회가 신해철을 찾아가 프로듀서를 맡아달라고 한 것은 부족한 음악성을 채워 내공을 다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스타K 2’ TOP 11의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대형 기획사가 지금 탐내는 이유는 이들의 반짝 인기를 노린 화제성이다. 스타성과 음악성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다. 각종 행사와 단발 CF에 소모될 시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의 미래는 엠넷도 담보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슈퍼스타K 2’ TOP 11은 일종의 '유통기한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 당장 내년 여름부터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슈퍼스타K 3’가 방송된다. 이들이 신보를 낼 시간은 불과 7개월 안팎이다. ‘슈퍼스타K 3’ 전에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중은 곧바로 이들을 잊을 공산이 크다. ‘슈퍼스타K 1’의 우승자 서인국의 인지도를 가볍게 뛰어넘은 허각의 현재 인기를 상상해보면 간단하다.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스타 지위는 날아가고, 가수도 되지 못한 채 ‘슈퍼스타K 3’ 하이라이트 필름에만 등장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