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KBS가 수신료를 기존 2500원에서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신료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 이에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내놓은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제회의실에서 KBS 김인규 사장은 “건전한 재정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선정성을 배제하는 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인상한다”고 밝히며 “수신료가 공영방송의 중심 재원이 될 때 공영방송의 기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신료는 지난 1981년 이후 30년째 월 2500원으로 묶여 있다. 이는 영국 BBC의 9분의1 수준이고, 일본 NHK에 비하면 7분의1 수준이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보다 낮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 비중이 재원의 40%에 불과해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의 재정을 의존해왔다. 이처럼 낮은 수신료와 비공영적 재원 구조로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KBS가 수신료를 지금의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릴 경우 연평균 수입은 2092억 원 정도가 오른다. KBS가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해 책정될 경우 추진할 계획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밝혔다.
첫째 100%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국가 정책에 따라 2012년 말까지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된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난시청 지역까지 해소해 디지털 100%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럴 경우 대부분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유료 케이블을 봐야한다. 경제적 약자인 서민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에 KBS는 온 국민이 무료로 마음 놓고 디지털 시대를 만끽할 수 있는 무료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주장하는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방송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 뷰’(Korea View)다. KBS는 ‘코리아 뷰’가 출범하면 KBS가 방송하는 지상파 1,2TV 외에도 케이블로 방송되는 KBS 스포츠, 드라마, 프라임, 조이 등 모두 8개 채널과 교육방송 EBS의 4개 채널, MBC, SBS의 지상파 채널을 비롯한 자회사 채널, K-TV, NATV 등 공익 채널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역 방송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지역방송 편성 비율을 현재의 9% 수준에서 2014년까지 15%로 높이고 취재, 중계, 제작 장비의 디지털 전환과 지역국 디지털 뉴스룸을 구축해 지역 프로그램 품질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지역 방송국 사옥을 문화센터로 개방해 문화행사와 창작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예인, 문화·예술인,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재능기부 KBS 봉사단’을 만들어 소외 지역 자매결연 봉사활동을 펼치고, 지역 소외 계층을 위한 KBS 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문화예술 공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KBS는 디지털 고화질을 2012년까지 100%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품격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 ‘차마고도’ ‘누들로드’와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속할 예정이다.
네 번째는 EBS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김인규 사장은 “KBS은 현재 EBS에 연간 156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수신료의 3%에 해당한다.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EBS에 대한 지원을 5%로 늘릴 계획이다. 액수로는 연간 368억 원”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지금보다 알찬 콘텐츠 개발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S는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 삭감, 유급 휴가 대폭 축소 등을 통해 자구적 노력도 병행할 것임을 덧붙였다. 김 사장은 “KBS는 이미 외부 지적을 받아온 퇴직금 누진제와 특별 성과급제를 폐지했다. 유급 휴가를 대폭 축소하고, 2008년, 2009년 임금을 동결했다. 노조 전임자 수를 24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하고 임금지원도 중단했다”며 “최소한의 신규 충원과 대대적 직종 통합을 통한 사실상의 구조 조정, 명예퇴직 활성화 등을 통해 2014년까지 4200명으로 인력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올해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 2이상이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수신료 인상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KBS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기대가 함께 담긴 결과라 생각한다. KBS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뜻을 새기겠다”며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무를 확대하겠다. 보다 큰 감동과 혜택을 돌려드리겠다.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방송가 안팎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내부 절감을 통한 자구적 노력을 거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론의 맹공격을 받고 있는 광고도 폐지가 아닌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신료가 1000원 오를 경우 KBS 재원에서 광고 비중이 41%에서 35%까지 줄어든다.
이에 대해 KBS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광고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디지털 전환이라는 초미의 과제가 있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 된 이후 광고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도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