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배우 하정우가 지난 1년 동안 영화 <황해>를 촬영하면서 극중 캐릭터 ‘구남’에 몰입했음을 털어놨다.
<황해>는 지난 2008년 장편 데뷔작 <추격자>로 영화계를 뒤흔든 신예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한국으로 떠난 아내를 찾아가는 한 연변 남자(하정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에서 하정우는 연변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구남’ 역을 맡았다.
하정우는 2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황해> 제작발표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거울을 봤는데 (내 외모가) 중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머리카락은 짧은데다 1년 넘게 수염을 길렀다. (나홍진 감독이) 피부 톤도 연변에 살 것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서 1년 동안 로션 한 번 바르지 않고 지냈다. 그렇게 살다보니 사회로부터 멀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잘 차려입고 사람도 만나고 싶었는데 이 외모로는 어떤 옷도 어울리지 않더라(웃음). 그러면서 차츰 말수도 줄어들었고, 사람들과도 멀어져갔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낯설다. 연예인인데 그런 기운이 없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지난해 12월 16일 크랭크인한 영화 <황해>를 3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하면서 ‘구남’ 역을 소화해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촬영했기 때문일까. 하정우는 <황해> 크랭크인으로 돌아가는 악몽을 여러 번 꿨다고 털어놨다.
그는 “<황해> 크랭크인하는 날로 돌아가는 꿈을 꾸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깬 적도 있었다. 그때 군에 재입대한 기분이었다. 제 인생에서 다시 하기 싫은 일을 꼽자면 군대가는 것과 <황해>를 다시 찍는 것”이라며 촬영 기간 동안 심신의 고통이 상당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상대배우 김윤석이 더 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정우는 “전 단지 촬영 횟수가 더 많았을 뿐이다. (김윤석) 선배는 다음 촬영을 몇 달 동안 기다리면서 인내의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황해>를 찍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밖에서 얘기할 수 없었고,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김윤석 선배가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김윤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털어놨다.
하정우는 <추격자>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나홍진 감독에 대해 “나 감독뿐만 아니라 모두가 괴물이었다. 긴 여정과 거대한 규모를 어떻게 소화했는지 아직까지도 현기증이 난다”고 설명하며 “양말 하나 신는 것도 나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만들어가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게 됐다. 그런 것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먼지 밖에 없는 현장이었지만 잘 버틸 수 있었다. 그게 없었다면 아마 영화를 끝까지 찍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자>로 507만 관객 신화를 달성한 나홍진 감독,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뭉친 <황해>는 연변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구질구질한 일상을 살아가는 ‘구남’(하정우)이 한국으로 돈을 빌리러 간 아내를 기다리던 중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의 부탁을 받고 한국으로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막바지 후반 작업 중이다. 개봉은 다음 달 22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