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1일 국회 국방위에서 밝힌 북한의 서해5도 공격 움직임에 관한 지난 8월의 감청 정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정원, 국정원과 군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보당국이 8월에 입수한 첩보가 서해 5도 공격 계획에 관한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쟁점은 이 첩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 여부다.
청와대는 ‘일상적인 보고 외에 북한의 서해 5도 공격계획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2일 진상조사 활동을 벌였지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보위에서 한 의원이 질의했을 때 국정원 측은 분명히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답했다”고 재확인했다. 최 의원은 “청와대가 부인한다고 하는데 이런 공방이 번지는 것은 국정에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보 책임자가 대통령에 대한 보고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대통령 보고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국정원과 국회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누가 말했든 간에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면 대통령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관계자는 “만일 (얘기한 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긴 면피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보당국이 8월에 입수했다는 첩보의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보당국이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서해 5도 공격(계획)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국방부는 “서해 5도를 공격한다는 내용의 감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붕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계획에 북측이 해안포부대에 대응사격을 준비하라는 첩보만 있었지 서해 5도에 대해 공격하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대응사격 준비 첩보는 우리 측의 선제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부연했다. 지난 8월 9일 당시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10여발의 해안포를 쐈음에도 대응 사격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 군 내부가 상당히 격앙돼 있었던 만큼, 우리 측이 포사격 훈련을 하면서 북쪽으로 사격할 가능성을 북측이 경계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급 정보를 공유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할 국가 기관 사이에서 진실 및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