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소녀시대가 오는 15일 열리는 2010 멜론 뮤직 어워드(Melon Music Awards·이하 MMA)에 참석한다. 지난달 28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아시아 뮤직 어워드(Mnet Asia Music Awards·이하 MAMA)에 2년 연속 불참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소녀시대는 왜 마카오는 가지 않으면서도 멜론의 초청에는 흔쾌히 응했을까.
△엠넷은 문제 있고 멜론은 문제 없다?=가수의 연말 시상식 참석은 전적으로 소속사가 관리한다.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MAMA 불참에 대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MMA는 공정성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MMA는 MAMA 못지 않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시상식이다.
국내 음원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멜론은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소유하고 있다. 로엔은 1987년 서울음반으로 출발한 SK텔레콤의 자회사로 2008년 멜론 사업을 양수받았다. 주식의 63.5%가 SK텔레콤 소유일 정도로 로엔은 SK텔레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MAMA가 엠넷의 모기업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시상식이라면 MMA는 SK텔레콤이 깊숙이 관여한 시상식이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공적 단체가 아닌 특정 기업이 주최하는 시상식은 공정성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다. 여러 사업을 벌이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엔은 2PM과 2AM, 원더걸스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의 앨범을 독점으로 유통한다. 아이유와 지아 등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도 운영한다. 특정 연예기획사와 사업을 벌이고 자체적으로 연예인을 키워내는 기업이 주최하는 시상식에 권위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엠넷이 시상식을 주최할 자격이 없다면 이는 로엔도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MMA가 가지고 있는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SK, 가수 줄세우기 하나=공정성으로 따지면 MAMA 못지 않게 MMA도 문제의 소지가 많지만 소녀시대는 MMA에 참여한다. MAMA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멜론은 SM과 JYP, YG 등 대형 연예기획사가 모두 시상식에 참여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가수들이 M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일에 시상식이 열려 비교적 스케줄 조정이 용이하다는 점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무려 하루 50만명이 찾을 정도로 독보적으로 음원 시장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는 멜론의 위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말미암아 고사 직전인 음반 시장과는 달리 음원 시장은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과거 가수들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했던 인세는 사라지고 음원 수익과 소위 말하는 행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요즘 가요계 관계자들은 음원 수익을 CF와 더불어 가수의 숨통이라고 말한다. 멜론은 이 숨통을 관리하는 곳 중 가장 큰 기업이다. 로엔은 멜론을 운영하면서 2008년 불과 3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에만 벌써 150억원을 넘겼다.
최근 가요계는 인터넷 음원 사이트 순위에 매우 민감하다. 발매 첫 날, 첫 주 순위가 음원 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순위도 마찬가지다. 10만장을 넘기는 앨범이 아닌 이상 가요 프로그램 1위는 음원 사이트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점 선공개를 놓고 물밑 협상이 벌어지고 조금이라도 음원 사이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예기획사는 물심양면 애를 쓴다. 명확한 심사 기준도 없고, 심사위원들의 면면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MMA로 달려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뒷배경이다.
당연히 가요 팬들은 민감하다. ‘JYP와 사업을 벌이는 멜론이 공정할 수가 없다’, ‘SK가 가수들 줄 세우는 것 같다’ 등의 노골적인 비판이 보일 정도다. 연신 속을 끓이면서도 아이돌 가수 팬덤은 자신이 선호하는 가수의 수상을 위해 연일 온라인 투표 전쟁을 벌인다. 최근 열리는 대부분의 시상식은 이처럼 권위는 없으면서도 영향력은 존재한다.
멜론은 MMA 주최로 어떤 이익을 얻을까. 일단 업계 라이벌인 엠넷과 도시락에 비해 시상식 개최로 외형을 과시할 수 있다. 인기 가수들의 출연에 따른 홍보 효과도 막대하다. 당장 이달 15일 열리는 MMA는 이례적으로 지상파 계열사인 케이블 채널이 생중계한다. MMA를 공식 후원하는 모기업 SK의 홍보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MMA는 시상식 내내 SK를 충실히 노출시켰다.
KBS와 MBC, SBS는 2006년부터 자사 연말 가요 시상식을 폐지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공정성 논란 때문이었다. 당시 가요계는 투명하고 공정한 통합 가요 시상식을 요구하며 시상식 보이콧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연예 산업에 깊숙이 관여한 특정 기업들이 만든 시상식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가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과거다. 수많은 짝퉁 시상식을 초래하도록 무분별하게 후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