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 화려함-속도감에 시선…옥주현, ‘미흡한 대사 전달’ 아쉬움

뮤지컬 ‘아이다’, 화려함-속도감에 시선…옥주현, ‘미흡한 대사 전달’ 아쉬움

기사승인 2010-12-24 11:50:01

[쿠키 문화]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유명한 디즈니가 만든 만큼, 뮤지컬 ‘아이다’는 공연 내내 화려함을 자랑한다. 강렬한 원색으로 바탕으로 한 무대 배경들은, 관객들은 순식간에 화려한 궁전으로, 척박한 이집트의 땅으로, 여유로운 수영장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사막으로 인도한다.

오페라로 널리 알려진 ‘아이다’는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사랑을 그린 대작이다. 두 사람의 사랑에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가 얽히고 양국의 관계가 맞물리면서,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은 결국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대작이기는 하지만, 웅장함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지난 2005년 LG아트센터에서의 국내 초연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공연 역시 1초도 관객들의 시선을 돌리지 않기 위해 세련미와 속도감을 자랑한다. 푸른 조명 아래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유영으로 수영장을 표현한 것이나, 시냇가를 표현한 천이 순식간에 막사의 천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은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암네리스’가 ‘아이다’에게 의상을 제작하게 한 후, 시녀들과 패션쇼를 벌이는 장면은 실제 현재의 패션쇼와 다름없었다.
브로드웨이 현지 프로덕션에서 공수해온 오리지널 세트와 의상, 조명은 국내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그 위력을 발휘했다.

‘아이다’와 ‘라다메스’. 그리고 약혼녀 ‘암네리스’가 레이저빔을 쏘아 만든 삼각형 피라미드 아래서 각자의 심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팝의 황제 엘튼 존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든 21곡의 노래를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듣는 것은 반가웠다.

2005년 초연 때와 달라진 것은 캐스팅의 변화다. 당시 ‘아이다’ 역에 옥주현과 문혜영이 더블 캐스팅됐고, ‘암네리스’는 배해선이 연기했다. 또 ‘라다메스’ 역은 이석준과 이건명이 번갈아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다’의 옥주현, ‘암네리스’의 정선아, ‘라다메스’ 역의 김우형이 원(One) 캐스팅으로 공연을 끝까지 책임진다. 어지간한 기량이 아니면, 도전하기 힘들다.

옥주현은 2005년 초연 당시보다는 확실히 여유있는 기량으로 뛰어난 가창력과 감정 전달을 선보인다. 그러나 당시와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발음과 무대 뒤까지 뻗지 못한는 미흡한 대사 전달력은 치명적인 흠으로 남는다. 이는 이미 ‘아이다’ ‘시카고’등을 거치며, 여러 뮤지컬 시상식에서 수상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2005년 초연 당시에는 핑클 출신의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전환 시점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2010년 현재, 옥주현에게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겠지”라는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선아는 이번 공연으로 통해 새롭게 주목할 만 하다. 이미 2005년에 어린 나이 탓에 오디션에서 떨어진 바 있는 정선아는 마치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맡은 다소 엉뚱하고 귀여우면서 사랑에 아파하는 ‘암네리스’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해낸다. 무게감이 떨어지며, 김우형과의 호흡이 아직은 어색한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공연 전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를 맡은 박칼린 감독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미 KBS2TV ''남자의 자격''을 통해 전(全국)민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박칼린 감독이 배우들의 커튼콜 후 모습을 드러내 커다란 박수를 받는 모습은 이제 생소한 일이 아닐 정도다. 박칼린 감독은 이번 뮤지컬에서 국내협력연출 겸 음악슈퍼바이저를 맡았다.

뮤지컬 ‘아이다’는 2011년 3월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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