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조선최초 탐정극을 표방한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감독 김석윤, 이후 ''조선명탐정'')이 극중 부패한 정치 세력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현 정부와 정치권을 떠오르게 해서 관심을 끈다.
<조섬명탐정>은 정조 16년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가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명민)에게 사건의 배후를 찾으라는 밀명을 내리고, 명탐정은 이를 위해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떠나게 된다. 의문의 개장수 서필 (오달수)과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조선 최고의 상단을 운영하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객주 (한지민)을 만나면서 점점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얘기를 그렸다.
액션과 웃음 그리고 추리극이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지만, 당시 사회와 정치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천주교는 꽤 중요한 요소로 존재한다. 김석윤 감독도 “정조 시대가 문화적 르네상스 시대라고 하는데 천주교가 전래되면서 봉건시대 해체, 새로운 사상 등 문물이 함께 들어오던 시대”라며 “그러한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천주교를 소재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극중 천주교는 양반과 노비의 구분 없는 인간의 평등을 주장해, 당시 권력자들에게 탄압을 받는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의 모습은 현실정치와도 묘하게 연결점을 이룬다.
특히 공납 비리를 저지르면서, 자신에게 거스르는 자는 조카라도 가차없이 죽이는 ‘악인’ 임판서 (이재용)의 모습과 말은 마치 현재의 정치인들의 대립의 한 축과 오버랩된다.
임판서는 자신이 저지르는 비리를 파헤치는 명탐정을 잡아 추궁하는 장면에서 자신들이 개혁세력보다 나라를 위하고 있으며, 수도 한양을 천도하는 문제가 잘못되었다느니, 개혁이 과연 쉽게 되겠느냐는 등의 발언은 최근 몇 년간 현재의 정치권을 들쑤신 여러 사안들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한다.
물론 영화 속 내용은 정조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옮긴 내용이기는 하다.
애초 영화 제목이 <조선명탐정 정약용>이었다는 점과 정약용이 정조의 뜻을 받아들여 개혁 정책을 밀어붙인 주요인물이었다는 점, 그리고 정조는 노론의 힘을 약화시키고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수원으로 천도를 계획하지만, 정조가 갑자기 사망해 화성을 건설해놓고 추진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은 영화를 들여다보는 주요 전제로 존재하며, 동시에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고, 동시대와 연결시킬 수 밖에 없는 교점으로 작용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