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이돌 그룹 팀 해체 과정을 한두 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흔치않았다. 또 당사자들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개입 역시 초반부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9일 터진 카라 4명의 멤버 (구하라 복귀 후 3인의 멤버)의 소속사 전속계약 해지 통보는 단 3일 만에 풀기 어려운 실타래처럼, 맞추기 힘든 퍼즐처럼 되어버렸다. 그동안의 일을 정리하고, 향후 사태를 전망해본다.
◇ “인격모독” 충격…보도자료 발신처 ‘의문’
19일 오전 방송인 신정환의 귀국에 초점이 맞춰지던 때, 수신된 한 통의 메일은 신정환 귀국을 덮어버렸다. 박규리를 제외한 카라 멤버 4명이 소속사인 DSP미디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며, 그 이유가 연예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요와 인격모독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4인은 법무법인 랜드마크 측을 통해 “소속사는 카라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연예활동에 대해 멤버들과 사전 회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결정하고 있다. 각종 요청사항에 대한 설명이나 근거자료 제출도 반복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소속사와 소속가수 간의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인격모독’ ‘강요’ ‘돈벌이 수단’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나열된 이들의 주장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길래”라는 의문과 함께, 리더인 박규리가 빠진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박규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실이 일어난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왕따설’까지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의문을 갖게 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보도자료의 발신처다. 보도자료 작성은 법무법인 랜드마크 측이었으나, 이를 언론사에 배포한 쪽은 톱가수가 소속된 대형기획사였기 때문이다. 담당 변호사와 친분으로 보도자료를 보낸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다른 기획사의 일에, 그것도 전속계약해지라는 분쟁 사안에 끼여든 셈이 된 것이다.
물론 이후에는 법무법인 측이 직접 보도자료를 보내긴 했지만, 이 때문에 해당 기획사는 현재까지도 ‘카라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 구하라 복귀에 판도 변화…침묵하는 멤버들
판도 변화는 19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전속계약 해지 통보 후 반나절 만에 구하라가 해당 사실을 번복하고 DSP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하라의 복귀는 단순히 멤버 한명의 잔류가 아닌, 나머지 3명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인격모독’과 ‘연예활동의 강요’라는 주장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진 것이다. 그러면서 시선은 “부모님들의 돈 욕심 아니냐”와 “배후가 있을 것이다”로 옮겨졌다. 또 지난 해 초 뇌출혈로 쓰러진 이호연 대표의 부재가 장기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20일 니콜의 어머니가 자신의 트위터에 “돈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도박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대로 얘기할 겁니다. 거짓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라는 입장을 올렸다가, 바로 삭제해 또다른 의혹을 낳았다.
문제는 애초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한 4인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멤버에 몇 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입장 역시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 나이의 카라 멤버들의 이번 행동은 이들의 뜻이 아닐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법무법인 측과 부모의 목소리만 들릴 뿐, 정작 인격모독을 당했다는 멤버들의 목소리는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 의혹만 남긴 변호사의 인터뷰…혼란만 초래
급해진 것은 탈퇴를 선언한 3인 측이 되어버렸다.
카라 3인의 법률대리인 홍명호 변호사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자청, 의문점을 해소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멤버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참석하지 않은 인터뷰는 아무런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고, 보도자료를 통한 입장 표명만으로도 충분한 내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우선 홍 변호사는 “멤버들은 5명의 카라를 원한다. 본 사태의 본질은 멤버들과 소속사와의 문제일 뿐 멤버들 사이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멤버들과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은 멤버들의 재능과 실력으로 받침할 수 있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사를 원한다. 신뢰와 전문성을 가장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은 카라 3인이 DSP 측에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 홍 변호사는 “멤버들이 문제 삼은 여러 가지 조건이 개선된다면, (소속사 복귀)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등의 원인이 돈 문제와도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멤버들과 회사 간의 신뢰문제다”라고 전해, 당초 ‘일본에서 180억을 벌었음에도 멤버 1인당 30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친 때와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더 어리둥절한 것은 이들이 제기한 DSP 측의 멤버에 대한 부당한 사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는 이 자리서 말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회피한 점이다. 이 부분은 향후 DSP와의 분쟁은 물론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며, 그 부당한 사례가 단순히 카라 멤버들 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 카라 멤버 3인의 향후 전망은…
못 돌아올 다리는 건넌 것처럼 행동하던 카라 멤버 3인 측의 유연해진 태도로 앞으로의 전개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는 앞서 제기했듯이 카라 멤버들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다면, 향후 이들이 5인조 카라로 다시 활동하더라도, 대중이나 팬들의 불신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카라 멤버 이탈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 듯 싶었는데,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는 카라 멤버들 뿐만 아니라 DSP도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냥 기획사 내에서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를 괜히 커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며 “이호연 대표의 부재로 인해 DSP가 영향력이 상실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카라 3인 측이 언급했다는 점은 카라 3인과 DSP가 정상적으로 결합하기 힘든 상황임을 추측케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