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설특집 프로그램’때문에 ‘아이돌’이 쓰러진다

‘아이돌 설특집 프로그램’때문에 ‘아이돌’이 쓰러진다

기사승인 2011-01-28 14:23:00

[쿠키 연예] 지상파의 잇따른 아이돌 특집 설 예능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아이돌 멤버들이 지쳐 쓰러져,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어린 아이돌 멤버들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상파 3사 준비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 중 아이돌 그룹 멤버들만 참여하는 프로그래만 대략 6개. 긴 연휴를 고려한다면 몇 개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준비 중인 프로그램을 보면 KBS ‘아이돌 건강 미녀 대회’ ‘연예인 북불복 마라톤 대회’(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MBC ‘아이돌 7080’ ‘스타 댄스 대격돌’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대회’(선수권 대회) SBS ‘스타 커플 열전’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이 아이돌 그룹 한두팀만 출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여명에 이르는 멤버들을 거의 ‘인해전술’ 식으로 출연시킨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스케줄을 맞추는 문제부터 시작해, 준비, 대기 시간까지 거의 하루를 소진해야 한다. 여기에 ‘스타 댄스 대격돌’은 앞서 미리 춤을 준비하거나, 맞춰봐야 하기에 더욱 투자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이외에도 각 아이돌 멤버들이 고정 혹은 게스트로 참여하는 예능프로그램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늘어난다. 일부 인기 멤버들은 7~8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각 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과 행사 등의 스케줄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상 아이들 그룹 멤버들에게는 ‘잔혹한 한주’ 분위기다.

실례로 지난 23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진행된 ‘아이돌 육상 대회’에 참여한 한 걸그룹의 경우에는 새벽 6시에 프로그램을 끝낸 후 바로 CF 촬영에 임했다. 또 다른 걸그룹은 한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를 한후, 다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밤 늦게 촬영한 다음 다시 또다른 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 출연 준비로 새벽에 메이크업을 받는다. 거의 3일 동안 차 안에서 취한 수면 시간은 한두시간에 불과할 정도다.

여기에 시청자들에게 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주려는 설특집 예능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아이돌 그룹들이 ‘혹사’ 수준에 이르고 있다.

27일 강화도에서 진행된 KBS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에서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반바지를 입고 뛰게 만들며, 팔에 찬 물을 붓는 벌칙을 수행케했다. 당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한 걸그루 멤버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넘는 것 같은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라 말도 못했지만, 사실 그게 말이 되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한 걸그룹 소속사 측은 “매니저들도 일주일에 4일을 차에서 잘 정도”라며 “아이돌 그룹 멤버 건강도 생각해줘야 하는데, 방송국들이 설날 시청률 때문에 너무 한다”고 지적을 했고, 또다른 걸그룹 소속사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있고, 또 올해도 데뷔 아이돌 그룹이 있기에 잊혀지지 않으려고 멤버들을 출연시키기는 하지만, 방송이나 인터뷰 중이 아니면 복도든 어디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며 “방송사에 몇 팀만으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을 꾸밀 수 있는데, 너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해외 일정 등의 핑계로 출연시키지 않는 아이돌 그룹 소속사도 있다. 2월에 있을 각종 대학과 기업행사 전에 방송사 일정으로 인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건강을 미리부터 챙기려는 것이다.

일부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는 “이미 지난 연말 방송 가요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이미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런데 설특집 아이돌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시킨다면, 아마 진짜 아이들이 쓰러질지 모른다”며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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