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어디 가고 윤상과 함께 나타난 아이유…‘난 다른 아이돌과 달라요’

‘좋은 날’ 어디 가고 윤상과 함께 나타난 아이유…‘난 다른 아이돌과 달라요’

기사승인 2011-02-17 18:41:00

[쿠키 연예] 2010년 주류 가요계의 주인공은 그룹 소녀시대를 위시한 아이돌 그룹이었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철저한 기획 아래 만들어진 이들이 지상파와 공조해 예능이라는 부산물을 또 하나의 무기로 삼아 가요 차트를 완벽히 장악한 시점에서 아이유의 ‘좋은 날’은 등장했다. 겨울 시즌 송에 어울릴 법한 시종일관 발랄한 멜로디와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이라는 가사 한 마디로 축약되는 ‘좋은 날’은 아이돌 그룹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신인 가수의 일종의 현실 타협책이었다.

‘좋은 날’은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오프라인 앨범 판매량은 다소 떨어졌지만 지상파 3사와 온라인 가요 차트를 석권했다. 이른바 ‘3단 고음’은 아이유의 가창력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심야 가요 프로그램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예전 모습들이 재조명 됐다.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극찬이 쏟아졌고, ‘아이유 신드롬’은 하나의 현상이 됐다. 직접 작사, 작곡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윤하와 비교되는 게시물도 인터넷에 등장했다.

17일 발표된 아이유의 싱글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좋은 날’의 후광을 단숨에 가라앉힌다. 마이너 팝 발라드인 이 곡에서 아이유의 호흡은 길어졌고, 분위기는 다소 무거울 정도로 차분해졌다. 세 달 전만 해도 ‘좋은 날’로 활짝 웃고 애교를 부리던 그 가수와 동일 인물인지 의심될 정도다. 최근 가요계에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 가수로 분류되는 가수 중 이처럼 이질적인 연속 작품을 내놓은 적이 드물다. 아이유를 ‘좋은 날’로 처음 만난 가요 팬들에게는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아이유 입장에서 상당히 영리한 포석이다. 어차피 ‘좋은 날’ 정도의 기록적인 히트를 거두기 힘든 시점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윤상을 내세운 음악성과 맞바꿨다. 윤상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곡가다. 팝, 재즈를 넘어 월드 음악까지 섭렵한 자타가 공인하는 거물이다. 적어도 결과물을 놓고 평단에서 쏟아질 혹독한 비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일종의 음악적인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아이유는 ‘좋은 날’ 뮤직비디오에서 그룹 베이시스 출신의 작곡가 정재형을 출연시켰다. 이번에도 윤상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윤상, 정재형 등과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돌 가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단순히 외연에 대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음악성을 담보로 제공한다.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 전성시대 가수를 응원하는 20대, 30대 팬들로 팬 층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 당장 윤상의 팬들이 아이유의 신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의 히트와 전혀 별개로 얻어지는 부산물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유의 신보는 상업성을 전혀 배제한 것 같으면서도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어차피 ‘좋은 날’ 같은 곡은 인기 하강곡선을 그릴 때 언제라도 부를 수 있다.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격 자체가 다르다는 탈 아이돌 전선을 그리면서 뮤지션 범주에 들어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이번 싱글을 발표한 또 하나의 숨은 이유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쫓겠다는 아이유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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