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언제부터 이승기가 예능계의 핵이 됐을까. 지금 맡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과 SBS ‘강심장’ 단 두 개뿐이다. 양은 적지만 질은 높다. ‘1박2일’과 ‘강심장’ 모두 방영 날짜에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인 탓에 예능인으로서 영향력이 크게 발휘되는 위치에 있다. 꽃미남에 친근한 이미지, 재치 있는 입담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춰 예능 섭외 1순위로 각광받고 있다.
이승기는 ‘1박2일’에서 기존 멤버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허당’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특한 두뇌를 지녔으나,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엉뚱하다. ‘허당’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자 ‘1박2일’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지난 2007년 11월 처음 투입됐을 때 이승기의 맹활약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 인기 후폭풍에 힘입어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연기 신고식을 치룬 신인배우에 불과했다. ‘1박2일’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춰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에 흡수돼 갔다. 그렇게 2년 3개월이 지났고, 이승기는 놀라울 정도로 부쩍 성장했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여기에 예능감까지. 만능맨 이승기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일본 방송 관계자들이 지난해 초부터 이승기의 활약을 주시했고,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보낸 것.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알릴 수 있는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연예인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승기에게도 일본은 도전해보고 싶은 신대륙이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도 한몫했다. 드라마부터 가수 활동, 예능까지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다 보니 체력적 소모가 몰려왔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방영 당시 쪽잠을 자면서 촬영을 해야 했고, ‘1박2일’로 넘어가서는 밤을 새면서 촬영했다. ‘1박2일’ 나영석 PD는 “드라마 촬영 기간에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지켜보는 우리도 정말 안쓰러웠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1년 전부터 스케줄과 건강상의 이유로 ‘1박2일’과 ‘강심장’ 제작진 측에 조심스럽게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
이승기가 하차 의사를 내비칠 당시 ‘1박2일’은 7인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히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멤버 김C가 음악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1박2일’ 자진 하차를 결정한 것. MC몽마저 병역 기피 혐의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5인으로 단출해졌다. 김C와 MC몽의 연이은 하차로 팀을 떠날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5인으로 진행해도 인기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부담감이 커 제6의 멤버를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작진은 이승기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았다. 지난 2년 동안 ‘1박2일’을 위해 애써줬고,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배우 윤계상과 송창의를 제6의 멤버로 접촉을 시도한 것도 이승기의 자리를 대신 채워줄 반듯한 이미지의 멤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차설이 예상보다 일찍 터져 나왔다. 게다가 제작진과 이승기 소속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이승기는 “뜨고 나니 ‘1박2일’을 버리려고 한다. 배신자다”라는 악평에 시달렸다.
‘1박2일’ 하차설과 더불어 ‘강심장’을 떠난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강심장’에서 이승기의 입지는 ‘1박2일’과는 다른 궤도에 있다. ‘야심만만’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09년 10월 첫 방송된 ‘강심장’. 이승기는 ‘강심장’ 첫 삽을 뜰 때부터 강호동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집단 토크쇼 프로그램은 한 물 갔다” “자극적이고 인위적이다” 초반 갖은 비난에 시달리면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묵묵히 모든 일들을 이겨냈다.
원년 멤버라는 기념비적 위치에 있는 탓에 이승기가 ‘강심장’에서 하차하게 된다면 제작진은 진행 색깔을 다소 수정해야 한다. 물론 ‘강심장’은 ‘예능 선수’ 강호동이 이야기의 흐름을 좌지우지하지만 출연진의 이야기에 양념을 쳐주고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승기의 비중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승기가 프로그램을 떠나게 된다면 원년멤버가 친정집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라 ‘강심장’ 제작진으로서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1박2일’과 마찬가지로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보여준 재치 있는 입담과 끼에 버금가는 진행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적합한 후임자를 빠른 시일 내에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온갖 소문을 진화하기 위해 이승기가 공식 발표를 했다. 군 입대하기 전까지 ‘1박2일’에 잔류하기로 결심한 것. 결국 지금의 인기를 얻게 해 준 ‘1박2일’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현 상태에서 하차하게 된다면 5인 체제로 꾸려갔던 살림이 더욱 궁핍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본의아니게 ‘1박2일’ 프로그램의 인기 근간을 뒤흔들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단 ‘1박2일’ 잔류로 이승기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던 여론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강심장’은 하차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일본 진출과 향후 전개될 드라마 스케줄로 인해 ‘강심장’에 언제까지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기가 ‘강심장’을 떠나게 된다면 호의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결국 인지도를 쌓기 위해 드라마, 예능, 노래 다양한 장르에 의욕적으로 도전한 결과가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능을 발판으로 연기자로 성공했고, 진행자로서도 자리를 잡은 이승기. 결국 예능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이는 다방면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엔터테이너라면 누구나 갖는 고충일 것이다. 이승기의 지혜로운 선택이 대중의 심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다음 수를 기대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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