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블록버스터 공연은 이런 것”…싸이, 관객과 소통하다

“소극장 블록버스터 공연은 이런 것”…싸이, 관객과 소통하다

기사승인 2011-02-22 09:46:00

[쿠키 연예] 콘서트 시작 10분 후. 단 두 곡만 했을 뿐인데,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타 다른 콘서트의 “자 이제 마지막이니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가자”라고 말한 후, 펼쳐지는 장면이랑 비슷했다.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싸이의 소극장스탠드 10주년 한정판’은 그렇게 시작한다. 백스크린을 통해 조명, 사운드가 대규모 콘서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한차례 보여준 후, 등장한 싸이는 두 곡을 부르는 동안 ‘뛰어’를 수차례나 외치며, 그 조그마한 메리홀을 흔들어놨다.

싸이가 소극장 콘서트를 한다고 할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우선은 관객 동원을 수천명에서 수만명까지 할 수 있는 싸이가 굳이 소극장을 택할 이유가 없었고, 화려한 무대 장치와 퍼포먼스가 강한 그가, 이와 똑같이 형태를 소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또 1~2회의 콘서트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싸이가, 8회의 콘서트 기간 동안 그와 똑같은 열정을 보일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싸이는 딱 싸이스럽게 모든 것을 해결했다.

공연이 보는 내내 이러한 결과가 어떻게 가능할까는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앞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는 싸이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을 위해서 노래하고 뛰고 말하고 춤춘다는 사실을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 느끼게 된다. 항상 “여러분이 있기에”를 외치던 싸이의 입장에서, 그 ‘여러분’이 더 가까이서 호응을 하고 요구를 하니, 더 열정을 내뿜었고, 이는 고스란히 관객들과 커다란 에너지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측면에서 소극장 공연은 싸이에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싸이가 공연을 이끌어가지만, 소극장에서는 관객이 이끌어간다. 1만명의 요구는 싸이가 들어주지 못하지만, 800명의 요구에 대해서는 싸이가 스스로 몸을 바친다.

싸이가 공연 중간 “왜 자꾸 관객들이 진행을 하려하냐”라고 투정 부리듯 내뱉는 말에서 싸이 콘서트가 읽혀졌다. 관객이 벗으라고 하면 벗는다. 어떤 말을 하면 다 받아주면서 다시 답해준다. “쌍둥이 잘 커요?”라고 묻는 주부 팬의 질문에 “네 잘 큽니다. 언제 한번 아이들끼리 만나게라도 하죠”라고 답한다. 급기야는 소주를 주며, 원샷을 요구한다. “성대가 부어서 술 마시면 안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할 수 없다”며 싸이는 한번에 들이킨다. 그리고 관객이 던져준 육포를 안주로 삼는다. 말 그대로 무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관객과 소통하는 소극장 공연에서 누구나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대공연장이든 소극장이든 연출자와 가수는 짜여진 순서대로 이어나간다. 대공연장이 어떻게 보면 편한 것이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발산이기에 순서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소극장은 짜여진 순서대로 가수가 일방적으로 이끌고 가는 순간, 관객은 재미를 잃어버린다. 특히 컴컴한 분위기에서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같이 뛰고 노래 부르며 대화를 나누는 콘서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러 면에서 싸이의 소극장 공연은 소극장 공연이 갖는 소통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커다란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 대형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크레인 이동 등의 모습은 부차적으로 주목해야할 부분일 뿐이다.

“제가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 마이크를 놓고도 여러분들에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싸이의 말처럼 마이크, 스피커, 가수의 모습을 비친 스크린 등 기계가 일체 배제된 ‘인간’ 싸이가 팬들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싸이 특유의 재치와 순발력은 ‘8회 모두 싸이의 공연이지만, 모두 똑같지 않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공연이 끝난 후 모든 관객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싸이의 모습 역시 싸이스럽다는 평가다. 추억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싸이와의 기념사진은 사실 수많은 관객들이 다 같이 찍기에 자신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정말 순수한 것이, 기념 촬영을 하는 것에 환호는 하는데, 어디서 찾는지는 묻지를 않으시네요”라고 싸이도 말했지만, 관객들에게는 컴퓨터 안에, 혹은 손안의 남아있는 기념사진이 아닌, ‘싸이 공연 후 싸이와 기념사진을 찍는 추억을 남겼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싸이는 싸이는 서울 소극장 콘서트를 마무리한 뒤 3월 4일부터 부산, 광주, 대전, 대구에서 차례로 팬들과 만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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