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은에 따르면 김 총재는 지난 28일 조직개편과 정기인사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의 직장’, ‘철밥통’ 같은 수식어에서 벗어나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자고 하면 이질감을 느끼느냐”고 반문했다. 김총재는 또 “수요자(국민)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 생산자 입장에서만 활동하는 측면이 사회로부터 우리를 유리시킨 것”이라며 “상급직원이 많은 조직에서 시대상황에 맞도록 내부 여론을 이끌어 가는 연륜이 느껴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언급, 한은의 조직문화를 개탄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사내게시판의 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총재는 한은내 익명 게시판인 ‘발참방’과 노조 소식지 ‘송현골’을 거론하며 “여러분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며 “품격이 낮은 표현, 근거 없는 비방에 적지 않은 실망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명으로 소통하는 공간에서 ‘악플’이 풍미하고 있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치부인데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김 총재는 “노조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의 장으로서 유감스럽다는 말 정도가 아니라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불충분한 점이 있다고 과거와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투쟁하는 것이 시대변화에 맞는지 숙고해봐야한다”며 올들어 두차례 있었던 노조의 집회를 문제삼았다. 노조 전임자 수에 대해서 김 총재는 노조원 1000명에서 2999명까지는 전임자수 5명이라는 법 규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부 직원들은 발끈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직접 보낸 메일이라고 해서 자세히 봤는데 직원과 노조에 대한 훈계가 글의 절반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솔직히 토로한 글을 악플이라고 하는 것은 직원들의 의견을 너그럽게 포용해야할 총재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법에 적용된 전임자수까지 문제삼는 것은 어이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