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서바이벌에 웬 재도전?’…MBC ‘나는 가수다’, 일부러 재도전 카드 썼나

‘나는 꼼수다’ ‘서바이벌에 웬 재도전?’…MBC ‘나는 가수다’, 일부러 재도전 카드 썼나

기사승인 2011-03-21 15:45:00

[쿠키 연예]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분명 잘 나가고 있다. 20일 전국 일일시청률은 전주(9.4%) 보다 2.4% 포인트 상승해 11.8%(AGB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나는 가수다’ 덕분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영웅호걸’을 제쳤다. ‘일밤’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한 것은 무려 2년 만이다.

‘나는 가수다’의 위력은 온라인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방송이 나가는 동안에도 대다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도배 되다시피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무한도전’을 제외하고 MBC 예능국에게 반가운 일이다. 진짜 가수를 찾겠다는 명분에 시청률 상승이란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고도 자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일 방송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섭외와 경쟁, 승패 ‘과대포장’=이달 첫 선을 보인 ‘나는 가수다’는 지난달 MBC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 마지막에 예고편을 편성할 정도로 화끈한 물량공세를 펼쳤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섭외와 경쟁, 그리고 승패. 하지만 전부 허구에 가까운 무리수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당연하다. 애초 설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 천국으로 치닫고 있는 최근 방송가 흐름을 넘어 TV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실력파 가수를 섭외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MC 이소라부터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윤도현, 정엽에 이르기까지 TV와 별다른 거리감이 없다.

각자 위치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의 경쟁도 무의미하다. ‘국민 가수’의 칭호를 얻을 정도로 동시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신승훈과 김건모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오직 대중 개개인의 취향에 달린 문제다.

제작진은 엄선해서 뽑은 청중평가단의 현장 투표로 승패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중평가단 구성은 명확하지 않다. 생방송도 아니고, 스포일러를 막는다는 취지로 청중평가단에게 함구령이 떨어졌다. 공정한 투표 여부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부활하는 서바이벌이 어디 있나=‘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는 김건모였다. 그러나 김건모는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김제동의 재도전 제안을 김영희 책임 프로듀서(CP)가 받아들였고, 김건모도 이를 수락했다.

이날 방송이 재녹화를 거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건모가 자신의 소속사 대표와 상의한 후 재도전을 수락했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소속사, 제작진 사이에 모종의 조율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나는 (선배) 가수다’, ‘나는 꼼수다’ 등 패러디가 등장했다. 김건모는 나름대로 용기를 가지고 출연을 결정했지만 재도전으로 본의 아니게 조롱 받고 있다. ‘김건모가 아니라 김영희 CP가 탈락했다’는 한 시청자의 날카로운 비판이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달 내내 예고편을 통해서, 또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시종일관 승자가 아니라 패자를 강조했다. 출연진들의 눈물짓는 표정을 끊임없이 삽입할 정도로 탈락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공익을 강조해온 김영희CP가 이처럼 다소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설정을 도입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가 무한 경쟁과 철저한 승패, 독설 등으로 이뤄지는 긴장감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한 순간에 망가졌다. 김건모의 재도전은 청중평가단을 일순간에 바보로 만들었다. MBC 예능국이 야심 차게 내세운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은 그저 TV에서 보기 힘든 가수 몇 명이 출연하는 흔하디 흔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 출연진들의 눈물과 한숨을 강조한 탈락자 예고편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새로운 출연진을 만나려면 7명 모두의 재도전이 끝나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는 가수다’가 처한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의 신랄한 비판은 제작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송 초기 일부 시청자들은 가수들의 경쟁이 애초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굳이 경쟁을 하겠다면 탈락이 아니라 1위를 강조하는 이른바 ‘착한 서바이벌’ 형식을 활용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종일관 탈락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첫 탈락자부터 재도전이라는 무리수가 이어져 서바이벌이라는 구성 자체가 무너졌다. 공정한 규칙 자체가 깨져 ‘나는 가수다’ 위에 붙은 서바이벌이라는 표현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다. 처음부터 패자부활전 형식을 알리지 않은 점은 탈락자를 강조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고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희 CP는 20일 방송에서 “앞으로도 탈락자 스스로가 수락한다면 재도전이 한 번 가능하다”며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은 가수들을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자문위원들까지 동원해 재도전에 대한 합리화도 시도했다. 이정도면 변명도 탈락감이다.

‘나는 가수다’의 재도전이 가능하다면 서바이벌이라는 표현을 당장 삭제해야 한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우롱한 일에 대한 사과가 먼저다. 가수를 위한 최고의 무대를 강조하고 싶다면 그동안 MBC가 폐지한 ‘수요예술무대’와 ‘쇼바이벌’, ‘라라라’부터 부활해야 한다.

△제작진은 논란 예상 못했나=김건모 재도전 논란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재녹화가 이뤄졌다는 소문에서부터 500명 청중평가단의 투표 비율이 조작됐다는 의견이 파다하다.

제작진이 일부러 재도전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이 가수들 간의 경쟁 자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타나자 재도전이라는 카드를 내놔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는 선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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