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13일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솔로 남자가수 임재범(48)의 노래 ‘너를 위해’가 KBS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2PM 출신 박재범(24)의 ‘어밴던드’(abandoned)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이다. 임재범은 종합 결과에서만 밀렸을 뿐 시청자 선호도, 방송·음원 점수 등에서는 박재범을 크게 앞질렀다.
10~20대 아이돌 그룹이 1,2위를 ‘나눠 먹는’ 음악 시장에서 40대 후반의 솔로 가수가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무려 11년 전 노래로 현대인의 감성을 깨웠다는 점이다.
노래 ‘너를 위해’는 임재범의 4집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일종의 ‘지나간 음악’이었다. 임재범은 과거에 정체돼 있었던 음악을 현재로 끌어 당겨 ‘살아 숨 쉬는 음악’을 보여 줬다.
임재범이 이처럼 대중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한 게 도화선이 됐다. 지난 1일 방송부터 새 멤버로 합류한 임재범은 500명 청중평가단 앞에서 첫 공연으로 ‘너를 위해’를 불렀다. TV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기로 유명한 그가 ‘나가수’ 출연을 결심한 것은 “암 투병 중인 아내와 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임재범은 ‘나가수’를 통해 날개를 활짝 피며 그동안 숨겨뒀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노래를 향한 강한 집념과 진심 어린 울림은 대중의 귀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단 1회 출연 만에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하며, ‘나가수’가 낳은 진주로 각광받았다.
그의 활약은 첫 회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일 방송 분에서는 남진의 ‘빈잔’을 파격적으로 해석해 가요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15일 공개된 2차 경연의 중간 점검에서도 윤복희 ‘여러분’을 불러 ‘진한 울림’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줬다. 40도를 넘나드는 몸살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설명을 입증하듯 목이 잠긴 상태였음에도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선사했다. 그 어떤 화려한 악기나 편곡도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 자체가 울림이 됐고, 큰 감동이 됐다. 가만히 듣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탁월한 곡 표현력은 전율 그 자체였다. 22일 방송되는 2차 본 경연에서는 어떤 감동을 선사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이든 닿으면 황금으로 변하게 만든다는 ‘미다스의 손’처럼 임재범의 목청을 통해 세상에 나온 노래들이 가요계 음원 차트와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휩쓸고 있다. 현란한 안무와 기계음에 의존하는 병약한 가요계에 깊은 울림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임재범의 존재는 귀하고 값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