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21년차 가수 신승훈 “가요계에서 ‘나가수’와 ‘위탄’은…”

[쿠키人터뷰] 21년차 가수 신승훈 “가요계에서 ‘나가수’와 ‘위탄’은…”

기사승인 2011-05-20 13:42:00

[쿠키 연예] 데뷔 21년을 맞이한 신승훈은 최근 가요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과 자신의 공연에 대해 거침없이 생각을 풀어냈다. “그런 질문 나올 줄 알았다”며 질문을 예측한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예민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달변은 21년간 그가 남긴 숱한 기록과 관록이 우연히 아니었음을 보여 주었다.

신승훈은 데뷔 앨범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158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이후 2006년 ‘드림 오브 마이 라이프’(Dream of my life)까지 누적 판매량 1700만 장의 기록을 세웠다. 2집 수록곡 ‘보이지 않는 사랑’은 당시 가요프로그램 순위에서 14주 연속 1위를 차지, 기네스협회에 등록됐다. 데뷔 앨범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10장의 정규앨범 모두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했고, 기타 내역까지 합하면 20년간 약 700회에 이르는 수상을 기록했다.

앨범 판매고나 수상 기록이 가수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대중의 인정 여부를 따지는 상대적 기준으로는 충분하다. 대중이 사랑하지 않는 가수가 이토록 긴 생명력을 가질 수는 없다. 때문에 대중이 인정한 가수가 밝힌 2011년 가요계 관심 사안에 대한 발언은 무게감을 지닌다. 지난 17일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등 가요계 핫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과 6월에 있을 공연에 대한 얘기를 들어 봤다.

◇ 신승훈과 대국민오디션 ‘위대한 탄생’

신승훈은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탄’에서 심사위원 겸 멘토(조언자)로 등장한다. 심사위원으로만 등장했던 프로그램 초반, 신승훈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출연자들의 가능성을 따져 그가 합격점을 줘도, 방시혁과 이은미 등이 탈락점수를 줘 신승훈을 당황케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존재감 없는 심사위원처럼 보였을 거예요. 제가 오디션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강해서 아마 일부러 더 (합격의) 왕관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가르친 게 하나도 없는 애들이잖아요. 배운 것 없는 친구들에게 노래를 왜 그렇게 하냐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솔직히 속으로 ‘가르쳐 보고나 그런 소리를 하지’ 했어요, 그런 다음 질책해야 하는 거고요. 그래서 ‘나는 빨리 멘토제로 가야겠다’ 했어요. 제가 심사위원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신승훈은 원래 후배들이나 제자들을 키우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한 번도 곡을 준 적이 없다. 신승훈의 곡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들린 것은 그의 20주년 기념 앨범에 후배들이 참여했을 때 정도다. 그런데 ‘위탄’에 참여하면서 신승훈이 변했다. 이제는 누군가를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확고히 한 것이다. 어느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신의 멘티(조언 받는 사람)들을 통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음악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에는 제 안에 뭔가 다른 것이 생겼어요. 예전에 (막연히) 프로듀서의 길이 나한테도 맞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맞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퍼 주고 있는데, 이게 정말 (계속 주고 싶어) 미치겠어요. 방송에 나오는 내용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짧은 시간 안에 음악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마음에 해 주는 말들이 있는데, 그 말들은 방송에 안 나가요. 제가 21년간 갖고 있던 비법들을 모두 전수해 주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후배 가수들이 난리가 났죠.”

자신들은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 받을 수 없었던 비법들이니 후배 가수들의 아쉬움이 클 만도 하다. 신승훈은 “멘티들에게 하는 조언들이 후배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라며 함께 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제가 제자들을 통해서 얘기하는 것을 후배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가끔 후배들이 (방송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는데 시선을 정확하게 1, 2, 3번 카메라를 향해요. 그것은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노래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대중을 봐야 하는데 말이죠. 제발 ‘너’ ‘나’ ‘우리’라는 말이 나올 때만 카메라를 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을 제자들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생방송이다 보니 아쉬운 게 많네요.”

신승훈이 오디션 프로그램 ‘위탄’의 멘토로 나서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제법 이른 ‘밤 10시’에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만든다고 해서 참여했단다. 기존에 지상파는 새벽이나 돼야 음악다운 음악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바람도 드러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멘토들이 부각됐지만, 오디션의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멘티, 참가자들이에요. ‘신입사원’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고 저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장벽''이 허물어진다고 봐요. 예를 들어 최고 학부를 나온 엔지니어가 방송국 쇼 프로그램 엔지니어를 맡는 게 잘하는 것인지,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엔지니어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죠. 학력이나 외모가 부족해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봅니다.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동시에 감동을 주는 거죠. ‘위대한 탄생’에서 그런 친구들이 나왔으면 해요.”

◇ ‘나는 가수다’에 7등은 없다. 1등과 1.5등만 있을 뿐

직설 화법의 신승훈에게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MBC ‘나가수’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나가수’의 행보가 대중뿐 아니라, 가수들에게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나가수’를 보는 시선은 어떤 것일까.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다들 애매할 거예요. 그러나 감동이라는 코드를 다시 불러온 것은 분명해요. 예전에는 음악으로 많이 감동 받았는데,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또 예능으로도 감동을 받잖아요. 노래로 감동 받는 때가 다시 왔다는 것은 고무적 현상이죠. (사운드) 시스템 면에서도 굉장해요. 지금 제 콘서트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나가수’에 밴드와 스태프로 들어가 있어요. ‘나가수’가 다른 쇼 프로그램과 다르고, 청중평가단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사운드가 좋다는 의미예요. 사실 그런 시스템은 방송에서 할 수 없었어요. 방송은 들려 주는 게 아니라,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긍정어린 시선에 이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 문제점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예능에서는 하나하나 다 이슈가 되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동료이자 후배들의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은 좋지만, (관심이 한쪽으로 몰리다 보면) 이제 막 음악 조금 하려는 5~7년 차들은 설 자리가 조금씩 없어지게 돼요. 이 모든 것들이 음원 수익으로 연결되거든요. ‘나가수’가방송된 주(週)에 발표된 중견가수들의 고급스러운 음악은 순위에도 못 들어가는 식으로요. 물론 이건 단점이 아니라, 개선되어야 될 사항이며 ‘나가수’가 지닌 ‘양날의 검’이겠죠.”

양날의 검,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이슈·인기·수익 편중화의 문제. 신승훈은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고, 7위 한 가수가 탈락하는 다소 자극적 시스템에 대해서도 ‘나가수’ 자체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시청자 의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대중들이 안 본다는 걸 알아요. 예능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순위 시스템을 없애라고 하기보다는 국민들께서 7위는 없고 6명이 1위, 나머지 한명이 1.5위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시청해 주시길 바라요. 누가 탈락할까를 따지기에는 출연자들이 너무 노래를 잘해요. 순위를 가리긴 하지만, 단지 쏠쏠한 재미 요소 하나 정도로 여기셨으면 해요. 단, 민일 사운드가 대충이었다면, 전 아마 출연자들에게 ‘왜 나가냐’고 물었을 거예요. 하지만 사운드가 좋고, 거기에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잘 부각되고 있으니 좋은 거죠.”

‘나가수’는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 네트워크에 “감동이었다” 등의 시청 평이 속속 올라온다. 21년 차 가수도 감동의 느낌, 받았을까. 모두가 좋은 무대를 보여 주고 있지만, 평가에서는 길이 갈릴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솔직히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다고는 말 못하죠. 저도 노래를 21년 했지만, 어느 가수는 별로 감동 없었는데 ‘감동이에요’라는 평이 나오고, 또 별로라고들 하는데 정말 잘한 경우도 있었고요. 노래에는 정말 어려운 노래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간과하는 거죠. 제가 볼 때는 7명이 다 잘해요. 진짜 모두 자신의 저력을 전부 보여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평가 역시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이죠.”

◇ 신승훈, ‘진짜’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다

신승훈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8개월여에 걸쳐 투어 콘서트 ‘더 신승훈 쇼’를 진행 중이다. 전국 14개 도시와 미국 2개 도시를 돌며 공연했고, 전 회 기립박수를 받았다. 4월에 예정됐던 일본 공연은 대지진으로 미뤄져 6월로 추진 중이다.

또 투어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할 ‘더 신승훈 쇼-그랜드 파이널’을 다음달 10일과 11일, 3회에 걸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다. 신승훈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 것은 지난 1994년과 200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특히나 의미 있는 것은 전 곡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공연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도 ‘숙원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같이 서 봤죠. 그러나 전(全) 곡이 아니라 두세 곡 정도였고, 제가 게스트로 나가는 형태였어요. 제가 주인이 되는 콘서트에서도 밴드가 주를 이루고, 현을 녹음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오케스트라를 선보였을 뿐이죠. 그러나 이번 공연은 밴드 없이도 연주가 가능한 오리지널 오케스트라 무대예요. 피아노를 하프가 대신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어요.”

어릴 적부터의 숙원이다 보니 무대 자랑이 이어졌다. “사실 제 노래를 들어 보면 현이 많이 나와요. 굉장히 클래식한 음악을 해 왔음에도 지금까지 50인조의 마이킹을 하나하나 뽑아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50인조 전부에게 마이크를 두고 뽑아냅니다. 이 작업을 위해 엔지니어만 5명이에요. 현 엔지니어, 관 엔지니어 등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엔지니어만 5명을 배치한 거죠. 제대로 사운드를 뽑아내려는 이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인 것 같아요.”

이번 무대에 오르는 오케스트라는 기존에 있던 팀이 아니다. 신승훈이 자신의 공연을 위해 특별히 뽑고 새로 구성한 이들이다. 한마디로 ‘신승훈 심포니’이다.

“4개월 전 새로 만든 ‘신승훈 심포니’예요. 잘하는 친구들을 다시 조합했고, 중간에 뉴욕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빅밴드도 등장해요. 거의 외인부대죠. 일본 팬클럽 명이 ‘신포니’인데, 이번 팀도 ‘신포니’(신승훈 심포니)인 셈이죠.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무대에 오를 건데요, 좀 더 다른 방식의 공연을 찾아가는 저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케스트라와 어떻게 만날지, 빅밴드 형식의 코너를 통해 제 노래가 브로드웨이 무대처럼 확 바뀌는 연출은 어떻게 보일지, ‘날 울리지마’가 빅밴드와 결합하면 어떤 모습일지 지켜봐 주세요.”

그 외에도 마임 전문가를 초청한 조금 특이한 무대가 곁들여진다. 또 ‘위탄’에서 신승훈을 멘토로 한 제자들도 무대에 선다. 앞서 대구 공연에 셰인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던 것에 이은, 제자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 온 신승훈의 ‘제자 사랑’이다.

“셰인이 대구 무대에 섰던 건요, 제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술김에 ‘너희 중 한 명이 톱3까지 올라가면 무조건 콘서트 무대에 세운다’고 말했는데, 셰인이 올라가 버린 거죠(웃음). 당시에는 모두의 반응이 ‘우리가 어떻게 톱3에 올라갑니까. 저희를 무대에 안 세우려 하는 거군요’라는 반발이었는데, 결국 톱3까지 올라갔죠. 제자 모두에게 언제나 부모 마음 같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제 무대를 통해) 이들이 무대를 몸소 익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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