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민효린, ‘써니’ 얼음공주? “수다스럽고 어눌하고 어설퍼요”

[쿠키人터뷰] 민효린, ‘써니’ 얼음공주? “수다스럽고 어눌하고 어설퍼요”

기사승인 2011-05-31 15:08:01

[쿠키 연예] 민효린이 데뷔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복고풍 열기를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써니’ 홍보와 KBS2TV 드라마 ‘로맨스 타운’ 출연이 겹쳤다.

피곤할 만도 한데 지난 24일 서울 합정동 카페에서 만난 민효린은 행복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CF모델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지 6년, 가수를 거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지 3년 만에 맛보는 인기와 호평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민효린은 MBC 드라마 ‘트리플’에서 피겨요정 이하루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 비상을 꿈꾸었다. 촬영 전부터 피겨 스케이팅 훈련을 거듭했지만 남은 것은 저조한 시청률과 연기 혹평이었다. 연기자로서 평가받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요즘의 심정은 어떨까.

“사실 더 바쁘고 싶어요(웃음). ‘써니’는 제 스크린 데뷔작인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행복해요. 영화는 너무 잘되고 있어서 기분 좋지만, 드라마는 이제 시작 단계나 다름없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배역에 대한 기대와 시청자 평가에 대한 두려움,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중이에요.”

민효린은 지난해 ‘로맨틱 무브먼트’라는 온라인 무료상영 영화를 찍기는 했지만, 장편 상업영화로는 ‘써니’가 처음이다. ‘얼음공주’ 정수지 역을 맡았는데 새 엄마를 미워하며 친구들에게조차 차갑게 군다. 또 하이틴 잡지 표지모델을 할 정도로 청순한 이미지를 구가하지만 한편으로는 친구와 함께 술주정을 부리거나 담배를 피우며 각목을 휘둘러 상대를 위협하는 대담함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수지는 민효린에게 꼭 맞는 ‘옷’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민효린이 풍겨 온 도도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데다 영화 속 연기가 그만큼 리얼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격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실제 성격과는 완전 상반돼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새침하고 도도하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데뷔 때부터 많이 들었어요. 사실 회사 방침 중에 ‘웃지 말고 많은 말을 하지 말라’가 있었어요. 그게 저에게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로 인해 오해가 더 많아진 것 같고요. 원래는 잘 웃고, 수다스럽고 어눌하고 어설퍼요.”

영화 속 교내서클 써니의 멤버는 7명인데 1990년대 한창 유행하던 ‘7공주’ 모임 그대로다. 민효린이 연기한 수지도 7공주의 한 명으로, 서클 내 순위 2위쯤에 해당된다. 하지만 출연 분량이나 대사에서는 안타까울 수도 있다. 도도한 연기를 펼쳐야 하기에 대사가 많지 않다. 또 민효린의 성인 연기자 격인 윤정이 마지막 장면에 잠깐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 수지와 어른 수지를 연결하는 에피소드들이 극 중간에 펼쳐지지 않는다.

“미래의 제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많이 궁금했죠. 그런데 제(어린 수지) 이야기나 윤정 선배님(어른 수지) 이야기에는 노출되면 안 되는 내용이 많아요. 스토리 전개상 자꾸 감춰야 하는 거죠. 그나마 연기한 분량이 편집되기도 했어요. 제가 욕하는 대사나 다치는 부분이 많이 잘렸거든요. 아쉽죠.”

민효린은 아쉬움에 대해 이어갔다. “드라마 ‘트리플’을 하면서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주인공을 받쳐 주는 조연의 역할이 작품에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주인공이 아님에도 빛을 발하는 캐릭터를 해 보고 싶어졌고, 수지가 딱 그 역할이에요. 그런 생각이 바탕에 있었기에 (편집하지 말고) 살리고 싶은 수지의 장면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300만 관객을 채우면 (수지 분량을 보다 살려) 감독 판으로 재개봉하겠다는 말로 대신하셨어요. 그것을 기대해야죠.” (‘써니’는 5월 29일 관객 340만 명을 돌파했다.)

스크린에서는 ‘얼음공주’이지만 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는 털털한 식모 정다겸 역을 맡았다. 식모살이 3년째인 다겸은 거칠게 살아온 탓에 처세가 몸에 밴 인물이다. 극중 큰언니(이경실)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민효린 버럭 연기’를 검색어에 올려놓기도 했다.

“버럭 연기가 할 때는 재미있지만 찍기 전에는 고민이 많아요. 그런 앙칼진 면이 저에게 없어서 어떻게 하면 그런 느낌이 잘 묻어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또 다겸이가 ‘써니’의 수지와 많이 다른 것도 걱정이에요. 수지는 속마음을 숨기는 친구라면 다겸이는 머릿속 필터링 없이 그대로 말해 버리는 스타일이잖아요.”

민효린은 재능에 앞서 외모로 주목 받은 연예인이다. 성유리와 민효린이 나란히 출연하는 ‘로맨스 타운’은 ‘요정과 인형이 나란히 등장하는 드라마’라는 언론의 평을 받았다. 요정으로 지목된 성유리조차 지난 3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민효린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예뻐서 내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요정’ 성유리의 마음까지 흔든 ‘인형’ 민효린의 미모. 이런 평가에 대해 민효린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민망하죠. 스스로 평가하자면 그 부분은 언제나 ‘물음표’예요. 물론 그런 칭찬을 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죠. 하지만 제 외모가 칭찬받을 외모는 사실 아니에요. 콤플렉스도 많은데 화장에 많이 가려지기도 하고요. 아마 데뷔 초기 주로 화보모델을 해서 그런(인형 같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데뷔 초) 인터뷰 때 외모 위주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져서 더욱 그런 것도 같고요.”

민효린의 데뷔 시절 얘기를 들어 보면 ‘써니’의 차가운 수지보다는 ‘로맨스 타운’의 거친 다겸이가 더 어울리는 ‘옷’이다. 지난 2006년 데뷔 전, 민효린은 서울에서 대구까지 출퇴근했다. 연예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연기와 보컬 등 연예인이 되기 위한 수업은 겨우 허락했지만 ‘반드시 집에서 다녀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민효린은 ‘아침 9시에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교육받은 뒤 다시 밤 12시에 고속버스 막차를 타서 새벽 4시 대구에 도착’하는 생활을 1주일에 세 번씩, 7개월을 했다.

“그때는 잠을 못 자고 이런 것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계속 부모님 슬하에 있다가 무엇인가 제 힘으로 시작하는 때였거든요. 연습하고 나올 때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데리러 오시는데 저는 고속버스 타고 대구로 돌아와야 했어요. 분위기 으스스한 역에 내려 집에 가자면 마음이 안 좋았죠. 또 아버지가 엄격하셔서 학교 다닐 땐 집하고 학교밖에 몰랐다가 갑자기 혼자 서울과 대구를 왔다 갔다 하려니 겁도 났고요.”

고생은 끈기와 열정을 낳았다. “그래서 더 독하게 생활하게 된 것도 있어요. 사실 어떤 분들은 제가 운 좋게 배역을 맡은 것으로 아시는데요. 드라마 ‘트리플’과 ‘로맨스 타운’도 그랬고 영화 ‘써니’도 오디션 보고 들어간 거예요. 친분으로 배역을 맡은 적은 없어요.”

작품 활동이 많지 않았는데도 민효린은 꾸준히 대중의 시야에 있었다. 섹시함을 드러낸 화보도 한몫 했지만 사소한 발언에서 시작된 소문은 눈 덩이처럼 커졌다. 그나마 ‘명품 코 성형설’이나 ‘소속사 사장과의 열애설’은 계속된 언론과 방송에서의 해명으로 잠잠해졌다. 소문 당사자의 속은 어땠을까.

“진짜 답답했어요. 사실 성형이나 이런 부분도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보다는 성격에 대한 얘기들을 더 해명하고 싶었어요. 사람 냄새가 안 난다는 선입견이 많았거든요. 그게 아니라는 걸 제대로 말하고 싶었어요.”

1시간 넘는 인터뷰로 만난 민효린은 대할수록 ‘써니’의 수지보다는 ‘로맨스타운’ 다겸에 가까웠다. 수다스럽고 편안하고 털털한 동생 같은 느낌, 자신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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