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경쟁심리를 공포로 만든 ‘화이트’…영화와 현실, 얼마나 똑같을까

아이돌 경쟁심리를 공포로 만든 ‘화이트’…영화와 현실, 얼마나 똑같을까

기사승인 2011-05-31 14:52:00

[쿠키 영화] 2~3년 전부터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대기실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3명까지 구성된 아이돌 그룹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10여 팀만 출연해도 50명을 훌쩍 넘어선다. 연예계 관계자들조차 멤버들 이름 외우는 것은 이미 포기했고, 팀 이름이라도 알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를 기억시키기 위한 팀 간 경쟁은 당연지사이고 ‘나’를 부각시키기 위한 팀 내 경쟁 역시 치열하다.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 김선·제작 두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아이돌 그룹의 치열한 경쟁과 그 뒷면에 얽힌 이야기에 카메라를 들이댄 공포영화다.

인기 아이돌에 밀려 제대로 빛도 못 본 걸 그룹 핑크돌즈. 백댄서 출신으로 노장 취급받는 리더 은주(함은정), 고음 처리가 불안한 보컬 제니(진세연), 팀의 얼굴마담 격이자 성형 중독에 빠진 아랑(최아라), 랩과 댄스 실력만 출중한 신지(메이다니)로 구성된 이 그룹은 1집 앨범 이후 고전 중이다. 어느 날 주인 없는 미발표 곡 ‘화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리메이크한 앨범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게 된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메인보컬 자리를 둘러싼 멤버 간 경쟁도 치열해진다. 어찌된 일인지 메인보컬로 거론되는 멤버들마다 차례로 끔찍한 사고를 당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 간다. 은주는 ‘화이트’라는 노래에 저주가 걸려 있음을 직감하는데….

영화는 핑크돌즈 멤버뿐 아니라 과거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던 연습생들의 모습을 함께 등장시켜 그룹 메인 자리와 인기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때로는 경쟁 멤버의 얼굴을 해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과거를 폭로하면서 상대를 끌어내리려 애쓴다. 과장해 표현하긴 했지만 아이돌 그룹들의 살아남기 경쟁 실태를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비춘 셈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내 경쟁 심리를 면밀히 그려내지는 못했다. 인기 없는 그룹이 곡 하나로 인기를 끄는 과정과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짧은 러닝 타임 안에 부각시켜야 하다 보니 심리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대결 양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쟁을 하는 심리적 원인과 경쟁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심리보다는 물리적 가해를 가하는 멤버별 경쟁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심리적 포인트를 놓친 것이 아쉬운 이유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이다. 현실 세계를 보면 아이돌 간에 물리적 가해는 거의 없고 심리적 경쟁은 영화보다 훨씬 치열하다. 특정 멤버 ‘왕따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인기를 둘러싼 시기와 질투가 대단하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A의 경우, 인기 있는 멤버의 개별 활동을 시샘하는 다른 멤버들로 인해 인기 멤버를 잠정적으로 행사나 방송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멤버들의 심리 보호가 목적이었다.

과거 걸 그룹 멤버였던 연예인 B씨는 “끝까지 걸 그룹으로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인기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드러내려 하는 것은 어느 그룹 멤버나 마찬가지”라며 “사회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을 시샘하기 마련인데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경우에는 더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본격적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관객 앞에 출사표를 낸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아이돌 그룹의 경쟁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고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표현을 과장하기는 했지만 ‘비뚤어진’ 걸 그룹 전성시대의 자화상을 비교적 잘 드러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한국 가요계에 경종을 울리기를 기대한다. 6월 9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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