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1일 오전 서울 창전동 더 스테이지 극장에서 영화 ‘블라인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김하늘과 유승호, 연출을 맡은 안상훈 감독이 자리를 함께했다.
‘블라인드’를 통해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전한 김하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김하늘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어떨까” 하는 공포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고 시각장애인 연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긴장하지만 이번 수아 역할은 특히 더했다. 촬영 시작 1주일 전부터는 제대로 잠도 못 잤다. 내가 만일 수아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다 보니 공포가 심하게 밀려 왔기 때문이다.”
이어 “수아를 연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했던 것은 눈을 감고 걸어 보는 것이었다. 실제로 해 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눈을 감으면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도 걷기가 굉장히 어렵고 두려운 느낌이 든다”며 촬영 전부터 시작된 시각장애인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김하늘 앞에는 전혀 다른 고충이 기다리고 있었다. ‘볼 수 없다’는 공포감과는 정반대로 ‘보여서’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다.
“촬영을 시작해서는 눈이 보인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매 순간 눈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보이니까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김하늘이 연기한 수아는 뺑소니 살인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증인이다. 촉망받는 경찰대생이었던 이력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들을 수사진에 제공한다. 하지만 유승호가 연기한 목격자 기섭이 나타나면서 수사는 혼란에 빠진다. 수아가 진술한 것과는 정반대의 단서들을 내놓는 기섭,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눈으로 목격한 것과 눈 이외의 감각들로 포착한 것 중에서 무엇을 믿겠느냐고 우리에게 묻고 있는 사람은 안상훈 감독이다. 안 감독은 영화 ‘블라인드’에 대해 “휴먼 오감추적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다”고 장르를 소개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의 행동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서 영화를 통해 최대한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알려진 시각장애인의 손짓, 몸짓, 시선 등에 대한 정보들 중에는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영화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어떤 분들은 심지어 시각장애인은 눈을 깜빡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 실제로 시각장애인 분들은 상대와 시선을 맞추려 하며 표정도 다양하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블라인드’는 지난 2009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KG)에서 주최하는 ‘Hit By Pitch’에서 최고 인기 프로젝트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기대를 모은 영화다. ‘Hit By Pitch’는 한국영화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조합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획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놉시스 공모전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