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가 8일째 이어지며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번엔 ‘책 읽기’다. 이전까지 학생들의 손에 ‘촛불’만 들려있었다면 이젠 다른 한 손에 ‘책’이 추가됐다.
이른바 ‘책 읽는 시위’가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300여명은 손에 책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말 그대로 책을 읽었다. 2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특별한 구호도 연설도 없었다. 이전까지 반값 등록금 집회를 이끌던 한국대학생연합회(한대련)도 이날은 조연이었다.
학생들의 손에 들린 책은 모두 기증으로 마련됐다. 방송인 김제동씨 등을 비롯해 지나던 시민까지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책을 하나 둘 갖다 놓았다. 책은 곧 산더미처럼 쌓였다. 오후 7시를 넘어설 쯤에는 800여권에 달했다. 높은 등록금에 신음하던 대학생들도 이날만큼은 부담 없이 책을 가져가 읽었다.
‘책 읽는 시위’는 대학생들의 재치에서 시작됐다. 책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던 구경모(20·연세대)씨는 “전날 시위에 참여했다가 늦게까지 남아있던 학생들끼리 대화하던 중 누군가가 무심결에 ‘책을 읽어보자’라고 던진 한마디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모 대학 건축학과를 다니며 재료비까지 한 학기에 600만여원의 등록금을 내는 김미영(21·가명·여)씨는 이날 처음 시위에 참여했다. 김씨는 “근처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됐다”며 “시위를 해본 적 없지만 등록금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힘이 되려고 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책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100권을 기증한 방송인 김제동씨는 “우리는 그저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다는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등록금 재원을 어떻게 하냐고 묻는데 그것은 정부에게 물어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7일과 10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값등록금 시위를 불허했다. 5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에 따르면 이 단체는 7~10일 서울 도심 5곳에서 반값등록금 촛불대회를 열기 위해 집회신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