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범수 “‘나가수’는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 ①

[쿠키人터뷰] 김범수 “‘나가수’는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 ①

기사승인 2011-06-20 07:59:00

[쿠키 연예] 가수 김범수가 지난해 7집 앨범 ‘솔리스타’(Solista) 파트 1을 낼 당시 타이틀곡 ‘지나간다’를 프로듀싱한 박진영은 티저 영상에 출연해 “(범수) 네가 노래를 잘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문제는 뭐냐면 예상을 계속 깨는 것이 있어야 돼”라는 말을 남겼다. 김범수의 향후 음악적 변화 모색을 충고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김범수는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나 진정 예상을 깨는 행보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부터 ‘나가수’ 원년 멤버이자 막내로 합류한 김범수는 프로그램 초반에는 ‘노래 잘하는 김범수가 방송에 나오는구나’ 정도의 관심만 모았다.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정엽 등 출연 가수들이 워낙 쟁쟁했기에 누구하나 ‘툭’ 튀어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범수만 주목받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PD하차, 멤버 교체 등의 난항을 겪은 후 지난 5월 새롭게 출발한 ‘나가수’에서 김범수는 달라져 있었다. 경연이라는 압박감이 프로그램 전체를 휘감을 때 김범수의 존재는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나가수 비주얼 담당’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이제는 그의 노래뿐 아니라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 줄지 마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9년 데뷔해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일관되게 평가받아 온 김범수가 한 순간에 재조명받고 있는 셈이다.

“대중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섭섭하기도 했죠. 제가 신인도 아니고 계속 활동을 해 왔던 사람인데, 지금에 와서 마치 신인처럼 ‘저런 가수가 있었구나’ 하며 대중이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제가 열심히 활동해 왔던 것들에 대해 허무감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매체의 중요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예능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요. 예전에는 버라이어티를 하는 것이 음악에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 망가지지 않는 선 안에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내 음악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니까요. ‘나가수’가 어떻게 보면 제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할 수 있죠.”

‘터닝 포인트’가 된 ‘나가수’이지만 매회 쉽지 않은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출연하는 가수들이 방송에서 종종 언급하듯이 한 곡 부르고 내려오는 그 무대가 2시간짜리 콘서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김범수 역시 마찬가지다. 한 주간 거의 모든 스케줄을 ‘나가수’에 집중시킨다.

“평소에는 50% 이상 ‘나가수’에 집중시킨다고 보면 돼요. 특히 조관우 선배의 ‘늪’을 준비할 때는 80% 이상을 집중했어요. 일주일 동안 그것에만 빠져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이유는 편곡에 답이 안 나왔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음역대에 대한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방송에 나온 모습은 처음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에요. 그것밖에 답이 안 나와서 거기다 껴 맞춘 거예요. 그러다보니 ‘샤우트’로 가는 방법밖에 없었고요. 리허설 때만해도 그 음역대가 잘 안 나왔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무대에 서면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노래를) 하게끔 만드는 무엇인가가요. 그러다보니 노래 한 곡을 끝냈는데 마치 공연 하나를 끝낸 것 같은 거죠.”

이런 긴장감은 김범수의 향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듯하다. ‘나가수’에서 탈락을 하든 하차를 하든 개인 활동에 들어가게 될 경우 김범수에게 ‘나가수’의 잔상은 스스로도, 보는 이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될 수 있지만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첫 예능에서 음악 프로그램까지 섞인, 정말 말도 안 되는 독한 박송을 해서 그런지 이제는 다른 음악 방송이나 예능은 정말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지금처럼 에너지를 막 쓰다가 긴장이 풀릴 경우 안일하게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대중의 기대치는 늘 ‘나가수’처럼 무대에 임하길 바라고 항상 그런 떨림과 진정성을 보여 주는 수준에 올라 있잖아요. 조금만 안일해지면 ‘나가수’에서만 잘하지, 다른 방송에서는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단 거죠.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죠. 제가 ‘나가수’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여기까지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라는 거예요. 내가 열심히 하면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느꼈죠. 그런 기준으로 한다면 다른 무대에서도 또 다른 각오로 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나가수’가 긴장감 흐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몇 달간 시청자들과 만나면서 현재는 ‘가수가 떨어져도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출연 가수들 입장에서는 이제 한결 수월해졌겠구나 하는 추측이 종종 나오기도 하지만, 대기실과 경연장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고 제작진이나 매니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김범수는 그 이유를 “가수들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긴장감이 유지되는 이유는 순위를 떠나서 가수들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 때문이죠. 나와의 싸움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저도 누구랄 것 없이 잘하고 훌륭한 가수들 사이에서 설령 7위를 한들 뭐가 창피한가 생각했어요.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덜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7위를 하더라도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저하고의 싸움이더라고요. 제가 무대에서 열심히 안 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이번 무대는 별로였다는 평가를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것이 가슴 속 끝까지 남아 있는 것 같고요. 7명의 가수들이 음악프로그램처럼 자기 무대만 하고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리허설 때부터 같이 모여서 모니터로 전부 확인 가능하고 발표할 때까지 같이 앉아 있다 보니까 서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다른 가수에 비해서 편곡이 좀 약하거나 내 노래 컨디션이 별로였거나 내가 자신감이 떨어져서 노래를 망쳤다거나 하는 부분에서의 자존심 대결이죠.”

노래도 노래지만 김범수의 인생을 정말 달라지게 한 것은 외모에 대한 재평가(?)다. 그동안 ‘얼굴 없는 가수’라는 말부터 시작해 ‘외모가 떨어져 방송에 안 나왔다’라는 말까지 들었던 김범수에게 ‘비주얼 종결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다른 가수들의 경우 보통 ‘음악인’이라는 영역에서 재평가가 이뤄진다면 김범수는 거기에 외모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평가까지 더해진 것이다.

“그게 화제가 되는 것이 신기했어요. 2PM을 포함해 진정한 비주얼 가수들이 현재 ‘나가수’에서 비주얼을 담당하는 ‘김범비’(김범수가 비의 패션을 따라해 붙은 별명)와 정말 같을 수 있겠느냐, 이건 아니죠. 그게 역설적인 거예요. 제가 워낙 가려져 있었고, 제가 표현하는 모습이 정말 비주얼로 승부하는 가수들만큼이나 자신 있어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 주시는 것이 아니겠나 싶어요. 요즘에 그런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김범수가 요즘 얼굴 믿고 연습을 안 하더라’(웃음). 이런 소리를 들으며 ‘나도 이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스스로 코웃음을 치게 즐기게 됐죠. 비주얼 가수라 칭해지는 이런 현상 자체를 너무 즐겁게 보고 있어요. 데뷔 초 ‘얼굴 없는 가수’라는 말도 안 되는 타이틀보다 비주얼 가수라는 타이틀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쿠키人터뷰] ‘나가수’ 김범수 “백지영 누나가 빠지자 했고, 김제동 형이 잡았다” ②로 계속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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