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김정태를 통해 돌아본 ‘연예계의 모든 길은 예능으로 통한다?’

[Ki-Z issue] 김정태를 통해 돌아본 ‘연예계의 모든 길은 예능으로 통한다?’

기사승인 2011-06-25 14:00:00

[쿠키 연예] 지난 12일과 19일 방송됐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명품조연 특집편’에 출연했던 배우 김정태가 방송 후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조성하, 성동일, 성지루, 안길강, 고창석 등이 출연했던 방송에서 김정태는 톡톡 튀는 재담과 뛰어난 요리 솜씨로 단숨에 ‘1박2일’ 멤버들과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특히 김종민의 노래에 갑자기 이수근과 호흡을 맞춰 절하는 모습이 방송되자 트위터와 온라인 세상에서는 김정태의 예능감에 대한 호평이 잇따라 올라 왔다.

영화 ‘방가방가’ ‘부산’ ‘인사동 스캔들’ ‘해바라기’ ‘똥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최근에는 드라마 ‘미스 리플리’에 조연으로 등장해 열연한 김정태가 순식간에 ‘예능인’으로 재조명받는 순간이었다. 이미 ‘1박2일’ 열혈 시청자들은 김정태를 제7의 멤버로 등장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김정태가 ‘1박2일’에서 예능 감을 폭발하며 순식간에 ‘국민 스타’로 떠오른 모습은 ‘방송인’이라 지칭되는 ‘예능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나머지 영역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예능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배우들이나 가수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각자의 영역에서 ‘역시 배우’ ‘역시 가수’라고 인정을 받더라도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면 사실상 생활인으로서의 삶조차 이어나가기 어렵다. 그러나 예능에 출연해 제대로 조명만 받으면 ‘인생역전’을 이루기도 한다.

가수 임재범은 가요계 관계자들이 누구나 인정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인 같은 행동과 대중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삶조차 흔들렸다. 그렇다고 임재범이 전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콘서트 ‘산책’을 개최하기도 했고, KBS2TV 드라마 ‘추노’의 OST곡 ‘낙인’을 불러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은둔의 가수’ 수준이었다. 그러나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지난 5월 합류한 뒤 자신의 곡 ‘너를 위해’를 포함해 단 3곡만을 불렀음에도 톱스타 이상의 인지도를 쌓았고 인기를 얻었다. 6월 25, 26일에 열리는 콘서트는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매진되어 암표가 나돌고 있고 방송 CF까지 찍었다. 임재범의 경제적 가치는 100억 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김범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노래 잘하는 가수’로 평가받은 김범수는 ‘나가수’ 출연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문의가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데뷔 후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때는 ‘얼굴 없는 가수’였던 그의 대중적 인지도가 한순간에 치솟은 것이다. 스스로 “영화를 좋아해 편안하게 극장에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할 정도다. 그가 최근 발표한 7집 앨범 솔리스타(Solist) 파트2의 곡들은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모든 것이 ‘나가수’ 음원 중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노래가 김범수의 ‘제발’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부활’ 김태원은 예능을 통해 그야말로 ‘부활’했다. KBS 2TV ‘남자의 자격’을 통해 ‘국민 할배’로 인기를 모은 김태원은 MBC ‘위대한 탄생’의 감성 멘토로 나서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뷔 25년 동안 숱한 히트 곡을 남겼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지금만 못했다. ‘부활’ 콘서트에 쏠리는 대중적 관심이 커지고 보컬보다 김태원에게 조명이 비춰질 때 관객들의 환호가 커지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 출연하고 아마추어 권투대회에 출전한 이시영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전진과 함께 나오기 전에는 무명이었다. 캐스팅 당시 이시영은 누리꾼들에게 ‘누구야?’를 연발케 했다. 하지만 이후 드라마 ‘부자의 탄생’ ‘꽃보다 남자’를 거쳐 영화 ‘홍길동의 후예’ ‘위험한 상견례’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멤버는 커녕 팀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아이돌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프로그램 등에 나와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보다 예능에 출연하는 편이 다양한 세대를 팬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게 현실이다.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팬 층이 형성되어 있는 ‘제국의 아이들’만 봐도 MBC ‘세바퀴’나 SBS ‘강심장’에 고정 출연한 멤버 광희의 경우 폭넓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팀을 재정비하고 있는 포커즈도 ‘출발 드림팀’에 출연해 외모와 달리 허술한 모습을 보여 준 멤버 진온이 다양한 세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씨스타 효린은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해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불러 20대 이상의 세대에까지 자신을 어필했다.
이처럼 연기자와 가수들의 예능 출연은 작게는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는 것에서 크게는 광고, 음반 판매량, 작품 캐스팅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하지만 예능은 자칫 연기자나 가수를 희화화시켜 이후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제대로 올려놓은 김수로는 “배우로서 예능 프로그램 한 개 정도는 괜찮지만 그쪽으로 너무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고, 김범수 역시 “정도를 지키는 선에 한하여 예능 출연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들에게 예능은 언제나 고민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 연기자 매니저는 “사실 ‘1박2일’ 여배우 특집이나 명품조연 특집처럼 어쩌다 한 번 나가는 것은 고려해 볼만 하지만 고정 출연은 부담스럽다. 굳어진 예능 이미지 탓에 자칫 배우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치열하게 자신을 알려야 하는 예능계에서 코믹스러운 모습을 잘못 보이면 영화나 드라마 작품을 하는 데도 캐릭터 한정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 남성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예능은 어쩔 수 없다. 기회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기회만 오면 누구나 무조건 들어가려 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만 수백 명인 상황에서 4분 내외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각인시킬 기회는 사실상 드물다. 중견 가수나 중견 배우들은 이미지를 생각해야겠지만, 아이돌의 경우에는 이미지보다 인지도가 우선이다”라고 예능 출연을 환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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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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