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집 고쳐 주던 방송, 집이며 가게 ‘공짜’로 주는데 왜 ‘한숨’이 왜 날까

[Ki-Z issue] 집 고쳐 주던 방송, 집이며 가게 ‘공짜’로 주는데 왜 ‘한숨’이 왜 날까

기사승인 2011-07-18 13:00:01

"[쿠키 연예] 지난 2000년 11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에 새 코너 ‘러브하우스’가 신설됐다. 2002년 8월까지 신동엽을 MC로 내세웠고 이후 박수홍이 바통을 이어받은 이 코너는 서민들의 사연을 받아 집을 고쳐 주고, 그 과정에서 소외 계층의 진솔한 삶 이야기를 코믹 요소와 결합해 사랑받았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밤’의 간판 코너로 자리 잡았고, ‘신장개업’에 이어 집을 고쳐 주는 역할을 맡은 건축가 양진석 등은 높은 인지도를 유지했다.

매주 신청 건수만 500여 건이었고, 선정된 집은 2주일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고쳐진 집의 문을 열며 ‘러브하우스를 공개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사용된 배경음악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였다. ‘러브하우스’는 희망의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 방송가에 희망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됐다. 이전에는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보여 줬다면 이번에는 최근 트렌드인 서바이벌 방식을 채용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MBC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의 후속 코너인 ‘내 집 장만 프로젝트-집드림’(이하 ‘집드림’)이다. ‘집드림’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고 있는 듀플렉스 홈, 일명 ‘땅콩집’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으로 전문가들이 ‘살고 싶은 집’을 주제로 집을 짓고, 집을 차지하기 위해 가족이 서바이벌 미션을 수행하는 포맷이다.

MC 임성훈의 진행으로 16가족이 약 10주간 서바이벌 미션을 수행하고, 최종 한 가족이 그 집을 차지한다. 최종 우승자가 탄생하면 이후 새롭게 도전할 16팀의 가족이 다시 꾸려진다. ‘집드림’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과거 큰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떠올렸다.

또 다른 희망프로젝트는 tvN의 ‘부자의 탄생’이다. ‘부자의 탄생’은 오디션을 통해 차별화되고 기발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를 뽑아 연매출 3억~5억 원의 최고 노른자 상권인 서울 신사동, 홍대, 신촌 등에 실제로 가게를 열어 주는 국내 최초의 창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주인공에게는 6개월 동안의 월세, 실내건축비, 초도재료비, 홍보마케팅비 등 약 1억 원 상당의 직간접적 지원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광고 천재 이제석, 건축 디자이너 양진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 프랜차이즈 박사 이재환, 스타 셰프 최현석 등이 나섰다.

특히 ‘부자의 탄생’이 관심 받고 있는 이유는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이가 과거 MBC PD로 재직하며 ‘신장개업’ ‘러브하우스’를 연출한 현 CJ미디어 김현철 국장이고, 건축을 맡은 사람 역시 두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였던 건축가 양진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출발이 순탄하지는 않다. ‘집드림’은 지난 10일 첫 방송 이후 ‘폭풍’ 비난을 받았다. 비난의 요지는 결국 한 가족만 집을 얻을 텐데 10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나머지 15가족이 느낄 절망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 제기였다.



‘러브하우스’는 제작진이 이미 집을 고쳐 줄 대상을 선택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한 가족에게만 몰려 있는 반면, ‘집드림’은 이미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16가족에게 시청자들이 고루 감정이입 돼 있는 상황이다. ‘집드림’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여한 감동과 희망이 절망과 비애의 칼을 단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물론 이에 대해 제작진은 여러 언론을 통해 “떨어진 가족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얻고 갔으며, 시청자들의 오해일 뿐”이라고 반박하지만, 시청자들이 보는 것은 이면이 아닌 화면에 비쳐진 모습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선택인 셈이고 결국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부자의 탄생’도 오해의 여지가 없지 않다. 가게를 운영함에 있어서 방송이 갖는 힘이 없어질 경우, 과연 그 가게가 지탱할 수 있겠는가라는 부분부터 참가자의 아이디어보다는 자칫 안타까운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라는 점이 오해를 부추긴다. 특히 방송이 참가자의 억지스러운 모습을 연출해 되레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부자의 탄생’ 1호점인 홍대 치킨 점포의 경우 지난 16일 방송에서, 시식 과정 중 가게 주인이 순수하게 손님을 대하는 모습과 더불어 카메라와 함께 연출된 모습으로 또다시 똑같은 인사를 하게 해 시청의 불편함을 주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이제 막 뚜껑을 열었고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의 재미와 진실성 중 어느 곳에 무게를 두느냐는 방송 초반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집 없는 서민의 안타까움과 창업과 구직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최대한 방송의 엔터테인먼트 측면을 배제하고, 시청자에게 진실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한 방송 관계자의 말은 두 프로그램을 ‘제 2의 러브하우스’로 만들 수 있느냐를 가름할 잣대가 무엇인가를 시사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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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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