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퀵’의 기세가 무섭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관객은 159만 6324명. 100만 고지를 10일 만에 돌파한 후, 다시 3일 만에 150만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고지전’에게 초반에는 많이 밀렸지만 입소문과 중고등학생들의 방학, 휴가철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코미디 영화인 ‘퀵’의 진가가 발휘됐다. 천만 영화 ‘해운대’ 주역인 이민기, 강예원 투톱에 유머 코드를 담당하고 김인권의 저력이 관객에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마치 이러한 분위기를 예측한 듯한 발언을 했다.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를 트위터에서 보니, 중고등학생들이 자지러진다고 표현하더라. ‘퀵’을 검색하면 문장력이 좋으신 분들, 취미가 독서나 등산인 분들은 ‘퀵’을 굉장히 유치하고 좋지 않게 봐. 반면 ‘퀵’ 좋다는 트위터러의 자기소개를 보면 ‘열라 쩔어’ 등 10대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나와. 아무래도 ‘퀵’의 스토리나 영상 설정이 만화적이고, 거기에 맞춰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것 같아.”
‘퀵’에서 김인권은 과거 폭주족이었지만, 현재는 교통경찰이 된 명식 역을 맡았다. 기수(이민기)가 폭탄을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자 이를 잡기 위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폭주에는 폭주’를 외치며 과거 폭주족 친구들을 모아 기수를 쫓는다. 그런데 폭주족이긴 하지만, 멋있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해운대’ 부산의 느낌을 고스란히 서울로 가져온 듯한 캐릭터로 영화의 웃음 코드를 담당, 주연이면서도 망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연기했다.
“‘해운대’는 천만 관객이 본 영화니까 그 이미지와 지금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중간에 ‘방가방가’를 찍긴 했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보지 못했으니, 캐릭터 연결은 ‘해운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방가방가’는 (김)정태 형이 뜨니까, 갑자기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 거기다 주연 세 명이 ‘해운대’에 출연했으니 그런 느낌은 당연한 거지.”
김인권에게는 오토바이를 사고를 당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때문에 ‘퀵’ 촬영 전에 동생인 이민기나 강예원에게 ‘우리 안전하게 찍어야 한다’를 너무 강조하다가, 격려 차 방문한 ‘해운대’의 큰 형님 설경구에게 꾸지람까지 들었다.
“경구 형이 ‘다들 열심히 찍자고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고 핀잔을 주더라(웃음). 내가 과거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 ‘송어’ 찍고 방세 내야할 돈이 없어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대학로에서 포스터 붙이고 남는 시간에 김밥 배달을 했어. 어느 비 오는 날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지하철 공사장 철판에 넘어졌지.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차가 안 다녔으니 다행이지 큰일날 뻔 했지. 그래서 결국 겁먹어서 김밥 배달은 2주 만에 그만뒀어. 또 한 번은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옆의 차가 와 부딪쳐서 5분간 기절한 적도 있어. 그 때 이후로 다시는 오토바이를 안 타겠다고 했지. 그러니 당연히 민기나 예원이에게 안전을 당부했고, 나도 ‘괜히 오버액션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지.”
다짐은 그리 했지만 타고난 배우인 김인권의 현장에 적용될 리 만무다. 김인권은 자신도 모르게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기도 하고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적으로 촬영 현장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위험한 장면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우리가 달리는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밑에 놓고 찍는데, 거의 아스팔트에 닿기 일보 직전까지 내려가더라고. 촬영 감독이 그 현장 보면서 스태프들 열정이 더 감동적이고 영화 같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살짝만 더 내려가면 아스팔트에 그대로 다칠 상황인데, 그래도 가더라고. 모든 현장이 다 그랬어. 무슨 약 먹은 사람들처럼(웃음).”
이런 모습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달됐다. 영화 마지막에 메이킹 필름을 보여 주는데 스턴트맨들의 노력과 다친 후에도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감동이 거기에 있을 줄 몰랐어. 우리가 아무리 연기하고 웃음을 줘도 거기에 한방이 있을 줄이야. 관객들이 그 장면 보기 위해 안 나간다대(웃음). 영화 제작 사무실에 빨간 글씨로 A4용지 한 장에 한 글자씩 ‘도대체 저 영화는 어떻게 찍었을까. 정말 위험 했겠다’라고 적혀 있어. 그게 이 영화의 모토였고, 애초부터 그런 정신으로 이 영화를 제작해 끌고간 것이지.”
김인권은 현재 ‘타워’ ‘마이웨이’ 등 대작에 잇따라 캐스팅돼 촬영에 임하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해운대’도 그렇고, 현재 찍는 영화들도 녹록지 않지만 역시 ‘퀵’이 가장 위험한 촬영 현장이었다 싶다. 김인권에게도 그럴까. 그러나 그는 겸손하게 한 발 물러섰다.
“사실 ‘퀵’은 내 입장에서 볼 때 밥숟가락 하나 얹는 정도였지. 민기나 예원이 그리고 스태프들의 노력에 비하면 정말 편하게 촬영한 거야. 쫓아가는 장면도 몇 없었고, 대부분 블루스크린에서 찍었으니까. 아마 제일 어려웠던 것은 짬뽕 뒤집어 쓴 거?(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