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걸 그룹 나인뮤지스, 인디밴드 국카스텐과 만나다

[쿠키人터뷰] 걸 그룹 나인뮤지스, 인디밴드 국카스텐과 만나다

기사승인 2011-08-07 11:26:00

[쿠키 연예] 인디밴드와 걸 그룹. 음악을 한다는 것 이외에 공통분모를 찾아보기 힘든 이 두 영역의 사람들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갑자기 생긴 이 궁금증은 두 팀으로 연결됐다. ‘한국의 뮤즈’라 불리며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인디밴드 국카스텐과 애초 ‘여신’의 뜻인 ‘뮤즈’(Muse)에서 말을 빌려온 걸 그룹 나인뮤지스였다. 음악적 성향이나 활동 영역이 전혀 다른 이 두 팀을 ‘뮤즈’라는 한 단어 때문에 묶어버렸고, 결국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이천에서 열린 ‘2011 지산밸리록페스티벌’마지막 날에 만남을 주선했다.

나인뮤지스 여섯 멤버(세라, 민하, 이샘, 이유애린, 현아, 혜미)와 국카스텐 네 멤버(하현우, 전규호, 이정길, 김기범)의 이야기는 공연에서 음악으로, 그러다가 잠시 종말론(?)으로 빠지는 등 종횡무진 했다. 이미 엉뚱하기로 소문난 국카스텐이기에 예상은 했지만, 여기에 나인뮤지스 멤버들의 엉뚱함마저 더해진 셈이다.

때문에 “이런 큰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많은가 봐요”라는 세라의 질문에 “너무 많은데, 그만 해야 되요. 지난해 12월 EP앨범을 냈는데 너무 우려먹어서요. 이제는 앨범 만들어야죠”라는 하연우의 답으로 시작한 2년차 대중가수와 9년차 인디밴드의 문답은 사실 정신없었다.

나인뮤지스 : 이런 큰 페스티벌 뿐 아니라 소극장 공연도 자주 하세요?

국카스텐 : 모든 밴드들이 그렇듯이 저희도 처음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시작하는 수순을 밟았죠. 그렇게 활동하다가 이런 무대에까지 서게 되면, 잘 된 케이스에 속하는 거죠. (이정길)

국카스텐은 2003년 더 컴(The C.O.M)으로 뭉친 이후, 2007년 현 팀명으로 개명, 2009년 데뷔 앨범을 낸 후 단숨에 ‘2009년 한국 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10년에는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과 최우수 록노래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그들의 무대는 강렬했고, 독특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괴물 밴드’라는 명칭을 붙여줬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11년 나인뮤지스가 싱글 앨범 ‘렛 해브 어 파티’(Let’s Have A Party)로 데뷔했다. 데뷔가 강렬하기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델 출신들로 평균키 172cm인 이들이 가요계 최장신 그룹으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했다.



물론 양 팀의 결성은 큰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대중가요계에 속해있는 나인뮤지스는 대형기획사 시스템에 의해 뭉쳤다면, 국카스텐은 개개별 접촉을 통해 한 자리에 있게 됐다. 나인뮤지스 입장에서는 국카스텐이 어떻게 음악을 함께 하게 됐는지 궁금할 터였다.

국카스텐 :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이정길이 다짜고짜 초면에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더니, 좋아한다고 하니까 같이 밴드하자고 해서 시작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규호 형이 들어와서 노는 형식으로 카피 밴드를 했다. 그러다 우리가 음악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기범이를 만났다. 그래서 오랜 설득 끝에 끌어오게 됐고, 지금의 멤버가 만들어지게 됐다.(하현우)

나인뮤지스 : 아까 무대를 보니 가사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가사를 생각하세요?

국카스텐 : 피카소의 큐비즘이라고 있어요. 동일한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거죠. 그림을 보더라도 천개의 시선으로 보는 거죠.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보면 남자가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같이 생겼어요. 우리 가사가 그래요. 가사를 이미지 위주로 쓰는 편이죠. 단어를 선택하고 많은 글을 써서, 그것을 다시 줄이고, 또 줄이고 해서 나와요. 곡 쓰는 것보다 가사 쓰는 것이 더 어려워요.(하현우)

나인뮤지스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서 영감을 얻으세요?

국카스텐 : 멜로디도 이미지를 먼저 떠오른 다음 만들어요. 그래서 국카스텐이 진짜 멋있는 거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죠. 하하. (하현우)

국카스텐의 뜻은 중국식 만화경의 독일어다. 하현우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읽다가, 그 안에서 따온 것이다. 개명 후 어감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디 밴드를 대표하는 그룹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서든, 단독 공연을 하든 그 이름 자체로 빛났다.

나인뮤지스 : 여러 팀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클 것 같아요>

국카스텐 : 단독 공연을 하면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단독 공연을 하면 제가 노래를 잘 안불러도 된다는 점이 있죠. 사람들이 ‘떼창’으로 불러주니까요. 페스티벌에서는 저희 팬 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있지만, 단독 공연은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사람들이 와주시니까요.(하현우)



음악과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들이 잠깐 딴 길로 새기 시작했다. 나인뮤지스 멤버 이샘이 국카스텐의 음악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하자, 하현우이 “그게 와 닿으면 그 사람은 아픔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응답한 것이 지구 종말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샘이 “2012년에는 지구 환경이 바뀔 것이다. 그러나 난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하자 하현우는 “죽는 것이 낫다. 아마 살아남으면 농사에 건물 짓고 살아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샛길에서 다시 큰 길로 나오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나인뮤지스 : 공연을 보는데 팬들이 많던데, 그만큼 대중성도 겸비했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카스텐 : 저희 팬들 10명 중에 9명은 리더 하현우 팬이에요.(웃음) 사람들이 많이 저희를 사랑해주시면 당연히 좋죠.(이종길) / 중요한 것은 음악을 하는 것은 우리 개인을 위해서죠.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고, 그 다음이 관객이죠. 저희를 많이 좋아해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저희 음악이 질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초연하게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하현우)

나인뮤지스 : 앞서도 말했지만 국카스텐의 음악은 독특해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은거예요?

국카스텐 : 사람들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죠. 저도 어떤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도 있어요. 제 행동에 대해 의문도 생기면서, 그것을 파고 들어가죠.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지고, 거기에 점점 이상하게 빠지게 되면서 음악도 이상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하현우)

국카스텐과 나인뮤지스의 유쾌한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기자도 슬쩍 끼어들었다. 과거에 비해 인디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진 것에 대해 ‘한국의 뮤즈’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국카스텐 : 과거에는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는데 있어서 뮤지션이 일궈내는 역할보다는 회사가 일궈내는 역할이 컸는데, 이제는 자기가 능력만 된다면 다양하게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다고 봐요. 저희야 자본의 도움을 받아서 좀 더 스케일을 크게 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도 하지만, 지금 주변에 회사 없이 밴드하면서 공연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10년 전에는 그런 벽이 심했는데, 이제는 많이 없어진 셈이죠. 또 장르도 다양화되고, 밴드 음악도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방송도 정신을 차려서 (음악적으로) 편향된 쪽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하현우) / 우리가 과거 밴드할 때는 다들 머리 기르고 반항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록 음악들이 하이브리드 되어서 조금 모호하게 됐죠. 그래서 편견을 굳이 가질 이유가 없다고 봐요.(전규호)

이들의 이야기는 국카스텐의 라디오 출연 때문에 정리돼야 했다. 국카스텐의 연습실을 물어본 나인뮤지스는 “저희가 8월 중순 컴백한다. 앨범을 들고 연습실에 찾아가겠다”고 말했고, 이에 국카스텐도 “콘서트를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서로에 대한 약속으로 이날의 만남을 마무리 했다.

정리=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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