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국내 양대 록 페스티벌인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 페스티벌’·7월 29일~31일)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페스티벌’·8월 5일~7일)이 2011년의 공연을 모두 마쳤다.
매년 라인업 발표 이후 록 마니아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했던 두 페스티벌이 낳은 올해의 가장 큰 논란은 아이돌 그룹과 댄스 가수들의 출연이다. 이 때문에 양 페스티벌 모두 홍역을 치렀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들의 참가를 반대하는 게시판을 신설하는가 하면, 공동으로 티켓 환불까지 추진됐다. 페스티벌 개최 직전까지도 ‘록 정신의 훼손’이라는 입장과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하는 기회’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일부에서는 ‘지산뱅크’ ‘펜타포트중심’ 등과 같이 기존의 방송 음악순위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와 ‘음악중심’에 빗댄 표현으로 비판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 페스티벌이 모두 끝난 후에도 페스티벌에 참여한 아이돌 가수와 댄스가수들에 대한 참가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지산 페스티벌에 참여한 이들에 대해서 ‘호평’이었다면,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이들은 ‘혹평’을 주고 있다.
지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아이돌과 댄스가수는 김완선과 DJ DOC, 개그맨 유세윤이 이끄는 UV, 아이돌 그룹 2AM의 진운이다. 이들 중 DJ DOC는 29일 메인 스테이지인 빅탑스테이지에 섰고, 정진운은 31일 그린스테이지에, 김완선은 31일 하이퍼스테이지에 올랐다. UV는 30일 스페셜 라인업으로 그린스테이지에 올랐다.
지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들은 ‘같이 놀자’ 아니면 ‘변신’이었다. 첫날 무대에 오른 DJ DOC는 인디 밴드 세렝게티와 함께 관객들을 흥겹게 했다. 이들은 자신의 히트곡 ‘런 투 유’를 시작으로 ‘여름이야기’ ‘나 이런 사람이야’ 등 히트 메들리로 축제 참가자들을 춤추게 했다. 둘째 날 스페셜 무대를 펼친 UV는 웬만한 록 밴드 인기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원시인 복장으로 하고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히트곡 ‘인천대공원’ ‘집행유애’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물론이고 라디오헤드의 ‘크립’, 비틀즈의 ‘헤이주드’, 김장훈의 ‘난 남자다’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특히 크래쉬 멤버이자 그린스테이지 무대 감독으로 참여한 안흥찬과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부를 때는 빅탑스테이지 못지않은 거대한 호응을 만들어 냈다.
DJ DOC와 UV가 참가자들과 함께 즐겼다면, 김완선과 2AM 정진운은 변신한 모습을 보여 줬다. 정진운은 베이시스트 최훈, 드러머 이정훈, 기타리스트 정재필, 서원진으로 구성된 정진운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올랐다. 공연 초반 다소 불안했지만, 약 30여 분간에 공연을 마무리할 때는 록 밴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DJ Silent, QLORO와 함께 무대에 오른 김완선은 ‘한국의 마돈나’라는 별명답게 섹시하고 노련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고, 자신의 히트곡을 세련되게 리믹스해, 페스티벌이 끝나가는 일요일 마지막 밤임에도 불구하고 음악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평을 받은 지산 페스티벌 참가 아이돌-댄스 가수들에 비해 펜타포트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들은 참가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아이돌 그룹은 걸 그룹 미쓰에이, 빅뱅 유닛인 지디앤탑(GD&TOP)과 태양이다. 이들은 페스티벌 첫날인 5일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시작부터 수월치 않았다. 지디앤탑과 태양은 오프닝 무대를 맡았으면서도 10여 분을 늦게 시작했다. 빅뱅 멤버들의 단독 콘서트였으면 모르겠지만, 펜타포트의 경우 서브스테이지인 드림스테이지에 영향을 미쳐 일부 밴드들은 10분 이상을 텅 빈 공연장에서 공연해야 했다. 오후 9시부터 30분간 공연 예정이었던 미쓰에이는 26분가량을 지각했을 뿐 아니라, 무대에 올라서도 15분도 안 되는 공연을 펼치고 내려갔다. 미쓰에이 측은 “KBS ‘뮤직뱅크’를 마치고 바로 갔지만, 길이 막혀서 늦었다. 더 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뒤에 팀이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무대는 ‘놀거리’와 ‘변화’를 보여 준 지산 페스티벌 팀들이 받은 호평과 달리, 그저 행사 수준의 공연이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미쓰에이와 빅뱅 멤버들이 오른 이 무대는 오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열린 슈퍼트랙스 콘서트이기 때문에 펜타포트 페스티벌이 갖는 성향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서 개최됐으며, 페스팀벌 측이 잠시나마 라인업에 포함시킨 것을 포함한 것은 물론 펜타포트 스폰서에서 이를 홍보에 이들을 이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반박을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
두 페스티벌에서 보여 준 아이돌-댄스 가수들의 서로 다른 모습은 향후 양 페스티벌이 대중가수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 줬다. 한 록 밴드 관계자는 “결국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대중 가수들이 페스티벌에 맞게 변화하느냐, 아니면 자신만의 색깔을 끝까지 고수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페스티벌 측도 록 페스티벌의 성향을 유지하며 다양한 음악을 포용하느냐, 아니면 애초부터 록 페스티벌을 벗어난 다양한 음악을 보여 주는 음악 페스티벌로 변화하느냐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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