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데프콘 “5집이 마지막 정규앨범…은퇴 아니다”

[쿠키人터뷰] 데프콘 “5집이 마지막 정규앨범…은퇴 아니다”

기사승인 2011-08-10 16:49:00

"[쿠키 연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비롯해 종종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는 데프콘(본명 유대준)이 1년 5개월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중간에 디지털 싱글 두 개를 발표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인 데프콘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곡 하나하나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규 앨범이다. 5집 앨범
‘레지 씨어터’(The Rage Theater)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기존 앨범에 담았던 이야기보다 더 강하다. 과거 사회를 바라보는 데프콘의 시선이 찌르고 자르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눈을 부릅뜨고 ‘기록’하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평가하고 비판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의 감정과 비판의식을 건드린 셈이다.

“내용이 이전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앨범 제목이 ‘분노의 극장’인 것처럼 콘셉트 자체가 그러니까 어떤 곡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느낌이 나온다. 이 앨범을 준비하던 시기에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일들을 들으면서 사회가 참 악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발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도박이나 마약은 물론이고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싶었다. 사실 힙합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 어설프게 사회를 비판하기보다는 현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들려주고 싶었다.”

곡의 강도는 쉽게 말해서, 심의 통과가 거의 불가능한 곡들로 가득하다는 것에서부터 짐작된다. ‘중2병’(화가 난 빵셔틀), ‘A Song for sad kids’, ‘씨바스꼬장’, ‘복카치오’ 등 수록곡을 듣다 보면 마치 뉴스를 접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강약 조절도 한다. 말랑말랑한 타이틀곡 ‘래퍼와 헤어지는 방법 part 2’는 걸스데이 멤버 민아와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part1의 방송인 구지성에 이어 피처링 파트너로 함께한 것이다.

“앨범 중간에 따뜻한 뉴스도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다(웃음). 타이틀곡인 ‘래퍼와 헤어지는 방법’과 ‘리듬을 춰줘요’ ‘2011 희망사항’은 초반에 확 몰아쳤다가 살짝 쉬는 시기에 나온다. 사실 지난해 ‘래퍼와 헤어지는 방법’이 잘나가고 있었는데,
국가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겨서 제대로 활동을 못했다. 그게 아쉬워서 이번에 ‘part 2’로 다시 활동을 하고 싶어서 새롭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노래가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데프콘의 5집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하나하나 귀를 휘어잡지만, 특히 눈길을 끌었던 곡은 4번 트랙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ic)이다. 곡 하나에 참여한 이들이 대팔, 사이드비(Side-B), 가리온, 주석, DJ Wreckx에 이른다. 힙합 1세대인 이들을 통해 힙합 초창기이자 부흥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시대 힙합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음악 자체도 1990년대에 우리가 열광했던 힙합 스타일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등의 (말랑말랑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의 성향이 많이 묻어난다. ‘퍼스트 클래스’는 말 그대로 한국 힙합을 일으켰던 1세대 주인공들을 모으고 싶었다. 힙합이 언제부터인가 쇠퇴기를 걷고 있고, 도대체 (지금 하는 힙합이) 뭔지도 모르겠다. 록음악은 나름대로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나가는데, 힙합은 족보도 꼬였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부흥이 될 것 같지도 않고, 1세대 주역들은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것을 재조명해 보고 싶었다. 사실 이 사람들을 모으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있는데 한번 보여 주자고 제안을 했고, 본인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뭔가는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이 되고 모이게 된 것이다.”



데프콘은 사실 여타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위치가 애매하다. 언더그라운드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나 아예 어린 시청자들은 그가 음악을 하는지도 모르고, 예능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거꾸로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방송에 나오면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오해의 여지도 생긴다. 방송에서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 곡들은 대부분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 데프콘의 앨범 전체를 듣지 못한 이들은 방송에서 접한 부분으로만 그의 음악을 한정 짓는다.

“힙합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위치가 애매하긴 하다. 만일 앨범을 10곡 넘게 사랑 노래로 포장하면 나 스스로도 만족을 못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돈 맛을 알고 변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어떤 사람들은 내가 사랑, 이별 노래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인데, 이제 착한 음악을 해야 된다고(웃음).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음악이 재미가 없다. 음악이 주업이고 방송이 부업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물론 어느 사람은 그 지점에서 대중에게 맞춰 버리기도 하지만 나는 내 음악과 방송을 혼동할 만큼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데프콘은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정규 앨범을 내지 않는다. 즉 데프콘 단계가 5단계에서 끝나듯이(전투준비태세, 방어준비태세라 불리는 데프콘은 1~5단계가 있으며 숫자가 낮아질수록 전쟁 가능성이 높고 데프콘5는 적의 위협이 없는 안전한 상태를 말한다), 자신의 정규 앨범도 5집에서 끝낸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 활동을 멈추는 것도 아니고, 앨범을 더 이상 내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우리가 데프콘에게 기대했던, 또 우리가 흔히 하는 정규 앨범의 개념이 끝난다는 것이다.

“솔직히 앞으로, 정규 앨범은 너무 힘들어서 못 낸다. 마침 데프콘이 5단계까지 있어서 여기서 마무리할 수 있다. 앞으로는 프로젝트로 내든지, 정규라 하더라도 지금과 다른 느낌으로 가고 싶다. 다른 장르를 넘나들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5집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1집부터 4집까지의 장점을 모두 모았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정규 앨범은 내지 않는다고 하니까, 은퇴로 본다. 절대 은퇴는 아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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