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선한 인상에 푸근한 미소, 호탕한 웃음까지. 배우 차태현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를 십분 투영시킨 ‘과속 스캔들’(2008)과 ‘헬로우 고스트’(2010)를 연이어 흥행시키면서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라는 별명도 얻었다.
또 차태현과 아역이 함께하면 소위 말해 대박이 난다는 새로운 공식까지 만들어 내며 존재감을 두텁게 하고 있다. ‘과속 스캔들’에서는 왕석현 군,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천보근 군과 호흡을 맞췄다.
오는 9월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챔프’도 아역 김수정 양과 함께해 ‘차태현과 아역의 만남’이라는 흥행 공식을 따르고 있다. 성공할지는 개봉,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려 봐야 알 일이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 승호(차태현)와 절름발이 경주마 우박이의 이야기는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루나는 ‘천장골관 인대염’ 진단을 받고 경주마 사상 최저가에 낙찰됐지만 마주와 조교사의 보살핌으로 지난 2004년에 데뷔, 국내 유수의 경주에서 13회나 우승하며 몸값의 74배를 벌어들였다. 또 지난 2009년의 은퇴 경주에서는 선두에 달리던 말을 0.1초 차이로 따돌리며 역전승을 거둬 ‘챔프’의 모티브가 됐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관객과 만날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배우 차태현을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유난히도 웃음이 많은 그는 작은 이야기에도 큰 웃음으로 반응했으며 보는 이를 따라 웃게 하는 유쾌함마저 과시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불러온 자만심…한때 공황장애 겪기도
밝은 성격에 웃음도 많지만 한때는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때 증세가 가장 심했다. “아무래도 하는 작품들이 계속 잘 안 되고 정상의 위치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정상에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 자리에서 멋있게 내려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고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공황장애를 겪은 사실을 털어놓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공황장애라는 게 이야기를 많이 하면 낫는 병이에요. 저는 그 증상으로 약을 먹을 만큼 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어요.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겪고 있어요, 상담도 많이 해 주고 제가 도움 받은 책을 보여 주기도 하죠. ‘공중그네’라는 책이 있는데 이런 증상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된 책이죠.”
그의 증세는 6년 전 결혼과 동시에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편하게 갖게 됐고 이후 하는 작품들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차태현은 “과거 ‘자뻑’(자아도취)까지는 아니어도 자만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어요. 당시 반응이 좋지 않았음에도 200만을 넘기에 ‘내 티켓파워가 어느 정도는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해피에로 크리스마스’를 보며 깨어났어요. 정말 그렇게까지 안 될 줄은 몰랐거든요.”
“로맨틱 코미디 하고파…악역은 남겨진 숙제”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달콤한 로맨스를 보여 준 차태현은 어느 순간부터 가족영화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보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엽기적인 그녀’ 이후 로맨틱 코미디가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과속 스캔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후에는 가족영화 섭외가 많이 들어오네요.”
그가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가족영화를 선택하는 데에는 ‘결혼’도 한몫했다. “개인적으로 왠지 결혼하고 나서 멜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공감할 것 같지 않았어요. 이제는 결혼하고 6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웃음).”
그는 ‘엽기적인 그녀’에서 호흡을 맞춘 전지현과 또다시 ‘엽기 시리즈’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현이와는 ‘엽기적인 그녀’ 이후 함께 작품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작이 너무 잘 됐기에 이를 능가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지현이와 다시 작품을 한다면 정말 좋죠. 이왕이면 ‘엽기’ 시리즈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엽기적인 그녀’ 이후의 지금의 상황을 그려내는 작품 같은 거요.”
차태현은 선한 이미지 탓인지 그간 작품에서 악역과 거리가 멀었다. 그에게 악역은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다. “한번쯤 변신을 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죠. 과연 누구를 위한 악역일까를 생각하게 되고요. 타이밍과 시나리오 등의 여러 변수가 잘 맞는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대신 너무 뻔한 것은 피해야겠죠. 제가 스릴러영화에 출연하면 (범인 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범인이듯) ‘차태현이 범인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갖고 보실 테니까요.”
내게 챔프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작품”
개봉을 앞둔 영화 ‘챔프’에 대해 묻자 차태현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너무나 상업적이고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아픔을 갖고 있던 사람이 나중에 희망을 보는 내용이니까요. 결말에 반전도 없고 중간에 어디 갔다 와도 내용이 다 이해될 그런 영화죠.”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고 ‘볼거리가 풍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단다. 차태현은 영화에 대한 상당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 작품을 한 후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이제 어떤 영화도 다 찍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제게는 상당히 큰 의미예요. 과거 어깨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액션 신을 못 찍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말에서 떨어져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고요. 그런 걱정과 두려움을 극복한,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도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챔프’는 흥행이 되든 안 되든 제게 많은 걸 깨닫게 하고 자신감을 준 작품이네요.”
“9월에 둘째 아이 아빠…아기 키우는 게 체질”
차태현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유형으로 꼽는다. 첫사랑과의 결혼에 성공한 로맨틱함과 자상한 성격이 이유다.
차태현은 “포장이 잘 돼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지금 돌아보면, 결혼하고 나서 큰 위기는 아니었지만 약간 적응이 안 되는 시기는 분명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또 새로운 삶을 알게 되고 하는 것들이 재미있다”고 털어놨다.
오는 9월 말 차태현은 둘째 아이의 아빠가 된다. 누구보다 설레고 기다려지겠지만 “심란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아기의 수면 패턴이다. “첫째 아이가 두 시간 동안 겨우 재우면 고작 두 시간 자고 다시 일어나곤 했어요. 둘째는 안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요. 사실 1년 반을 집에서 애만 키웠는데 힘들었지만 재밌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애 키우는 게 체질인가 봐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