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추락’하는 심형래, 날개가 없다

[Ki-Z issue] ‘추락’하는 심형래, 날개가 없다

기사승인 2011-09-03 15:58:00

[쿠키 연예] 몇 번의 소송과 구설수에도 굳건히 자신의 위치를 지켰던 영구아트 대표 심형래 감독이 이번에는 날개가 꺾인 채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 위아래까지 모두 막혔다. 그와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동업자들은 물론 여론까지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심 감독은 이 와중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신지식인’으로 평가받고, 국내 SF영화계의 한 축으로 평가받던 심형래 감독.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영화제작-소송과 함께 걸어온 심형래

심 감독은 지난 1999년 여름 영화 ‘용가리’로 국내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며, 그동안 ‘어린이용 영화만 제작하는 감독’에서 자신의 위치를 한층 높였다. 당시 ‘용가리’는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전국 100여 곳에서 상영돼, 해당 시점 최다 상영관 기록을 수립했다. 이전까지는 ‘쉬리’가 70개 극장에서 상영돼, 이 부문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또 개봉 첫날 11만5089명을 동원해, ‘쉬리’가 가진 9만4037명을 뛰어넘었다. 역시 한국영화사상 개봉 첫날 관객동원 최고기록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을 세우며 개그맨이 아닌 감독으로서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심 감독은 이후 소송이라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최근 불거진 직원 월급 체납과 비슷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은 ‘용가리’의 상영 수익금을 주기로 한 계약을 어겼다며 심 감독이 대표로 있는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수익금 청구 소송을 냈다. 1998년 심 감독과 ‘용가리’ 서울 강북지역 독점상영을 계약했던 세종문화회관이 1999년 7월 독점상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예상수익금 8억6000만원을 받기로 계약을 수정했지만 심 감독이 약속한 금액을 주지 않아 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서울지법은 “세종문화회관에 5억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한 축산물 가공판매업체는 ‘용가리’ 제작 투자 및 수익배분에 관련한 계약을 맺고 영화제작비 등 명목으로 3억여 원을 투자했지만, 심 감독이 영화 개봉 뒤에도 투자금을 전혀 상환하지 않는다며 2억5000만원의 가압류 신청을 냈고, 이에 서울지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2001년에는 영구아트 직원이 회사공금 15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직원은 심 감독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지만, 심 감독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2004년에도 한 영구아트 직원이 심 감독을 상대로 빌려간 돈에 대한 이자를 돌려달라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이 직원은 고소장에서 “빌려준 돈 1억8000만 원에 대한 이자 44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영구아트 측은 “해당 직원이 영화에 관심 있다고 투자했던 돈으로 개인 사정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해서 고스란히 돌려줬다”며 “이자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직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2006년에는 영화 ‘디워’에 참여한 재미동포 프로듀서가 심 감독과 영구아트를 계약위반 및 사기 혐의로 미국법원에 고소했다. 이 프로듀서는 심 감독과 수년간 일을 같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크레디트에 이름을 넣지 않고 자신의 공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심 감독과 영구아트 캘리포니아 지사 등을 상대로 50만 달러의 미지급 임금과 200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 감독은 당시 “나와 작품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이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돈을 뜯어내기 위한 소송에 불과하다”며 “계약대로 모든 임금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올해 8월 심 감독은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해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직원들의 국민건강보험도 체불하다 건물과 토지, 그리고 자신의 자택도 압류됐다. 이어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이 심 감독과 영구아트를 상대로 낸 ‘디워’ 영화제작비 관련 대출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심 감독은 이같이 소송에 자주 휘말리는 것에 대해 올해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오해였다. 지금은 다 해결됐다”고 말했지만, 아직도 심 감독에게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심형래에게 등 돌린 직원들, ‘부도덕성’ ‘정재계 유착’까지 거론

이렇게 몇 년간 소송에 휘말려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던 심 감독은 지난달 1일 영구아트 근로자 및 퇴직자 43명이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 임금 및 퇴직금 체불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급속히 무너졌다. 노동청은 임금 및 퇴직금을 고의적으로 체불한 것이 아니라, 재무 상태가 어려워 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심 감독에 대한 전-현직 직원들이 잇따른 증언은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심 감독 개인의 문제였음을 드러냈다.

영구아트 직원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심 감독은 부인이 운영하는 커피숍과 옷가게 인테리어, 심 감독 어머니 집 도배를 시키는데 미술팀 모두를 보냈고, 회사 주차장과 담장을 만들라고 했다”, “심 감독의 카지노 출입이 문제였다. 회사부채 상당수가 그때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직원들이 보는데도 정선 카지노 전용 리무진을 타고 정선으로 향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실제로 영구아트에서 지난 7월 권고사직 당한 직원 중 4명은 2일 서울 오곡동 영구아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 감독의 개인 비리를 폭로했다. 이들은 “2008년 ‘디워’가 개봉된 뒤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외주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심 감독이) 다른 곳을 다니다 기회를 놓쳤다. 당시 그는 보통 금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오곤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일에 다녀오기도 했다. 정선(카지노)에서 보내준 리무진을 타고 가거나 정선 택시가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것들을 많은 직원들이 목격했다. 재무팀 담당자에게 전화로 최소 1000만원, 최대 1억 원까지 송금해달라고 했다”며 인터넷에서 떠돌던 심 감독의 카지노 행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심 감독이 가스총을 사제총으로 불법 개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과 함께, 300억 원으로 알려진 ‘디워’의 제작비 중 미술 제작비 20억을 외부에는 150억으로 부풀려 말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국 개봉 당시 P&A(영화 순 제작비를 제외한 마케팅과 배급관련 비용) 비용 130여억 원을 제작비에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연루설까지 제기됐다. 현재 한나라당 당원인 심 감독에 대해 전직 영구아트 직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형래 씨는 한나라당원으로 한나라당 인사들에 대해 접대를 즐겨했다”며 “매일같이 회사 금고에서 40만~90여만 원씩 가져다 술자리에서 정치인들을 접대하는데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스트 갓 파더’를 찍을 당시 청와대 실세였던 모씨에게 로비, 이 실세를 통해 한국문화수출보험공사의 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라스트 갓파더’는 수출보험공사의 첫 번째 문화수출보험 지원작품으로 선정됐으며 수출보험공사는 하나은행에 대해 총 30억 원의 보증을 섰다.

실제 심 감독은 2008년 한나라당 워크숍에서 여성 당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가 하면, 2007년에는 영구아트 이사와 함께 국회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 씩 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심 감독 개인에 대한 폭로는 단순히 월급 체납과 소송의 문제가 아닌 심 감독 개인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심 감독이 온갖 구설에 휘말리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각계의 지원과 동시에 과거 ‘코미디 황제’로 기억하는 30대 이상의 세대들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가 일파만파로 퍼지는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증언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 심형래, 회생할 수 있을까

심 감독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 몰리게 된 것에 대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디워’와 ‘라스트 갓 파더’가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것이 현재 심 감독을 사면초가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다”라며 “두 영화가 흑자를 냈다면 지금과 같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라고 진단했다.

84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디워’는 수익 측면에서는 적자였다. 250억여 원을 벌어들였다고 알려졌지만, 최초 투자비가 300억 원에 이르렀고, 투자자 등과의 배분 그리고 수십 억원의 대출금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다. 또한 ‘라스트 갓 파더’는 순 제작비가 150억 원이 투입되어 손익분기점 관객 동원이 500만 명이지만, 실제 극장을 찾은 이는 256만 명에 그쳤다. 미국에서도 흥행은 참패해 개봉 후 불과 1~2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또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가 수익을 못 올린 것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수익의 문제가 아닌, 심 감독의 처신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월급 체납이 직접적인 원인 되겠지만, 그 외 상황들은 심 감독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한국 SF영화계를 자신만이 이끌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직원들과 영구아트의 노하우도 자신을 통해서만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일 수 있다”며 영화 수익과 별개로 심 감독 개인의 문제가 확산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 심 감독은 지금 상황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상황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퇴사한 영구아트 직원들이 심 감독을 도박-횡령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영구아트 건물이 14일 경매에 부쳐질 전망이다. 자금난과 각종 의혹들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영구아트는 현재 기획재정부 소유 건물로 직원들의 국민건강보험을 체납하면서 해당 공단에 압류됐다.

심 감독은 지난 2004년 현 오곡동 스튜디오 영구아트를 중심으로 세계 블록버스터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컴퓨터그래픽 등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업체들을 한 곳에 모아 ‘미디어 실리콘밸리’를 만들 구상을 했었다. 또 오곡동 논밭에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테마파크도 세울 꿈을 꿨다. 그러나 그 꿈은 14일 경매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심 감독은 2003년 한 인터뷰에서 “내가 실패해도 내가 가는 길은 맞고, 영구아트의 노하우는 국보급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그 국보급 자산을 한 순간에 없앤 심 감독은 현재 어떤 입장을 정리하고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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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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