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끝나서 낙이 없어요”…재미 있는 ‘야구 증후군’

“프로야구 끝나서 낙이 없어요”…재미 있는 ‘야구 증후군’

기사승인 2011-11-02 15:24:01

[쿠키 스포츠] 직장인 정모(33)씨는 1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2011 프로야구가 막을 내린 다음날 서울 신촌 타격연습장을 찾았다. 시즌 중에도 타격연습장을 종종 찾는다는 정씨는 “삼성 팬으로 팀이 우승해서 너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야구가 끝나서 허탈하다”고 빙그레 웃었다. 타격연습장 아르바이트생은 “프로야구 개막 직전에도 그렇지만 시즌 종료 직후에도 손님들이 더욱 몰린다”라고 귀띔했다.


당초 650만명 목표를 넘어 680만명 관중 동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가 막을 내리면서 ‘야구 증후군’을 언급하는 팬들이 많다. 3월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장기간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이 이어지다 보니 ‘매일 저녁에 할 일이 없어졌다’, ‘무심코 스포츠 케이블 채널을 틀었다’는 ‘허탈형’을 비롯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 최고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시 찾아보는 ‘복습형’, FA 선수들의 가상 이동으로 내년 라인업을 구상해보는 ‘미래 지향형’ 등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와 트위터 등에 올라온 증상도 가지가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은 이달 25일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를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다른 취미를 찾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농구와 배구 등 겨울 스포츠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는 이들도 많다.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 팬인 김모(28·여)씨는 “10권이 넘는 책 전집을 샀다. 비시즌은 독서를 하며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년 4월7일 프로야구 개막전에 맞춰 카운트다운 달력을 만들었다는 LG 트윈스 팬인 이모(32)씨는 “그동안 야구장을 가느라 직장 회식을 자주 참석하지 못했는데 시즌이 끝나서 직장 동료들과 등산을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모(33)씨는 “자주 만나는 두산 베어스 팬들과 야구 동호회에 가입해서 직접 야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시즌 하이라이트를 복습하는 팬들도 많다. 대역전극이나 끝내기 안타가 나온 드라마틱한 경기는 필수 코스다. 올해 프로야구 전 경기를 생중계한 네이버 측 한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경기뿐 아니라 과거 경기도 꾸준히 조회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프로듀서는 “시즌을 정리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전체 시리즈로 묶을 수도 있고, 구단 별로 나눌 수도 있다. 야구 팬들의 기호를 맞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간 팬들도 있다. 이승엽과 이대호, 김태균 등 거물 FA(자유계약선수)가 즐비해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스토브리그의 선수 이동을 예측하고 2012 시즌 전력 분석을 하는 식이다. 특히 일본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대호의 진로에 따라 내년 시즌 전력이 크게 달라지는 롯데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 매년 숱한 선수들을 트레이드한 넥센 팬들이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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