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공연] 3년 만에 돌아온 연극 ‘모범생들’, 더 스타일리쉬해졌다

[Ki-Z 공연] 3년 만에 돌아온 연극 ‘모범생들’, 더 스타일리쉬해졌다

기사승인 2012-02-04 13:20:01

[쿠키 문화] 연극을 보는 이들을 강력하게 이끄는 힘은 공감이다. 내가 겪었던 이야기, 겪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는 관객들을 흡입하고, 관찰자와 주인공의 경계를 허문다.

3년 만에 돌아온 연극 ‘모범생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무대 위 상황은 조금 독특하다. 누구나 거쳐 간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나 경험한 특수 고등학교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이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배경은 서울의 한 특급호텔 결혼식장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명준, 수환, 종태는 민영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배경은 과거 자신들이 다녔던 한 명문외고 3학년 교실로 바뀐다.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명준과 수환은 커닝을 모의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들은 종태가 합류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반장 민영이 가지고 있는 출석부 속에 선생님께 시험지 유출을 부탁하는 돈봉투가 발견되고서부터다. 명준과 수환 그리고 종태는 결백하다고 말하는 민영을 협박한다. 그리고 단순한 커닝사태는 반 전체를 흔들 정도의 사건으로 커진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가 흔히 고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성적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비이성적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 장면과 고등학교 시절의 장면을 연결시켜 보면서 관객들은 웃고 있지만 웃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들의 학창시절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비뚤어진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고,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와 지금은 똑같다’라고 하는 말도 여기에 적용된다.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는 1974년생들에게 통용되는, 1993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이들이다. 19년 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맞닿는 교점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이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은 상황과 더불어 이를 스타일쉬하고 명쾌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배우들의 힘이 크다. 김대종, 김대현, 김종구, 박정표, 이호영, 정문성, 홍우진, 황지노가 그들이다. 특히 막내 김대현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의 배우들은 실제 동갑내기라, 더욱 이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긴장감, 유머, 속도가 한데 어울러져 탄탄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의 절묘한 연기력의 조합 때문이다.

김대종, 김대현, 김종구, 정문성이 한 팀을, 황지노, 홍우진, 이호영, 박정표가 또다른 한 팀을 이루는 연극 ‘모범생들’은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이다 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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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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