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사용자 60%, 단순 ‘키 성장 목적’…부작용 우려”

“성장호르몬 사용자 60%, 단순 ‘키 성장 목적’…부작용 우려”

NECA, 공급 실태 및 이상사례 종합분석 결과 발표

기사승인 2025-05-30 11:39:31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쿠키뉴스 자료사진

성장호르몬을 치료 목적이 아닌 ‘키 성장’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상 아동에게 투여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결핍증 등 특정 의학적 적응증을 지닌 저성장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학적 진단을 받지 않은 소아·청소년의 키 성장을 목적으로 주사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상 사례 보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사용 실태를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비급여 영역의 성장호르몬 사용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첫 사례로, 사용 목적과 인식 실태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5년 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일반 소아·청소년에게 키 성장을 목적으로 주사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동 6명 중 1명은 평균 신장보다 큰 경우에 해당했다. 반면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속하는 ‘소아 저신장’ 아동은 41%에 불과했다.

소아·청소년 대상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성장호르몬 주사제 공급 금액이 약 2.5배 늘어 약 4800억원에 달했다. 공급량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진료과별 공급 금액은 2023년 기준 소아청소년과가 54.0%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의는 34.9%, 기타가 5.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41.7%)과 경기(20.0%) 지역의 공급 금액이 가장 컸다. 서울 안에서는 강남구(22.5%), 서초구(10.2%), 송파구(7.1%) 순으로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공급받은 요양기관이 집중됐다.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늘면서 이상 사례 보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NECA에 보고된 성장호르몬 관련 이상 사례는 총 6309건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주사 부위 통증 및 주사 시 통증(24.2%)이었으며 주사 부위 출혈, 타박상, 종창 등도 보고됐다. 이 중 사망(2건), 암종(4건) 등 중대한 사례도 있었지만 성장호르몬과의 인과관계는 낮거나 평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보호자들은 주사제 외에도 키 성장 보조제, 기구 요법, 한약 등 다양한 인위적 방법을 병행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월 평균 약 20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장호르몬 사용이 자녀의 키 성장이나 불안 해소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있었지만 사용 시기, 주사제 종류별 투여 용량,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정보 부족과 함께 의료진 간 임상적 판단의 차이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는 응답도 많았다.

연구 책임자인 윤지은 NECA 연구위원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홍보와 교육 등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