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기억의 습작’ 사라진 ‘건축학개론’ 보나?

[Ki-Z 이슈] ‘기억의 습작’ 사라진 ‘건축학개론’ 보나?

기사승인 2012-03-17 12:59:01

[쿠키 영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매우 중요한 곡이다. 극 중 등장하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나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이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기억의 습작’은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자칫 이 ‘기억의 습작’이 사라진 ‘건축학개론’을 볼 수도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될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안을 승인 공고했다. 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이 제출한 징수 개정안으로 영화 한 편당(관객 100만 명 기준) 3000만원의 곡당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영화를 죽일 것이냐”라며 반발했던 영화계는 문화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1개 영화단체는 16일 ‘문화부는 한국영화의 파괴자로 기록되고 싶은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이며 기습적인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화부의 승인안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의 논리만이 일방적으로 반영돼 있다”며 “영화음악 사용을 둘러싼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음악신탁단체와 영화계 간의 협의와 합의, 처리 절차상의 지적에 대한 무시 등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부의 영화계 의견수렴은 14일 승인안에 대해 두 시간 정도의 청취시간을 가진 것이 전부였다”며 “문화부는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발표날짜를 정해놓고 그 전에 한번 만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형식적인 행위를 취한 것일 뿐이다. 문화부는 과연 영화계를 허수아비마냥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또 이들은 “흥행이 저조해 수익이 나지 않은 영화에 대해 제작자, 투자자는 손실을 오롯이 감내해야만 되는 상황에서 음악신탁단체들은 공연권료를 챙겨간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연권료 지급에 대해 “극장이 신탁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극장 측은 공연권료 문제를 해결한 영화만 수급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할리우드 영화만 스크린에 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기를 끌었던 ‘써니’와 ‘친구’를 특히 언급하며 “시대적 배경이 주요한 내용이 되는 영화들은 그 당시의 음악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제작되지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화계는 “음악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만일 관객들이 그 영화가 재미없다고 영화를 안 보면 저희는 사업자 반납하면 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문화부의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안 승인 공고로 인해 현실적으로 첫 타깃은 22일 개봉하는 명필름의 ‘건축학개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명필름은 영화계의 정한 지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 자칫 영화 개봉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영화계는 오는 19일과 22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화부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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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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