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희정 “어렵지만 아역의 연기 버리는 중”

[쿠키人터뷰] 김희정 “어렵지만 아역의 연기 버리는 중”

기사승인 2012-04-03 15:11:01

[인터뷰] 그야말로 ‘폭풍 성장’을 했다. 지난 2000년 드라마 ‘꼭지’에서 원빈 조카 꼭지를 연기했던 아역 스타 김희정은 어릴 적 모습은 그대로 간직한 상태에서 성숙미를 더했다. 얼핏 보면 고소영 젊었을 때 모습까지 연상된다.

김희정은 지난달 11일과 18일 2회에 걸쳐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하 ‘인빛시’)에서 오랜만에 브라운관을 통해 이런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안방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물론 과거의 어린 꼭지가 아니다. 밴드 톡식과 호흡을 맞춘 직접 노래까지 하는 ‘문제아’다.

“사실 제가 그렇게 반항적인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반항아 연기를 하는데 가족들이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너무 웃겼대요. 클럽에서 헤드뱅도 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원래 그런 스타일 아니거든요. 그리고 극중에서는 언니가 모범생이고, 제가 문제아지만, 현실에서는 언니가 말썽쟁이고, 제가 말을 잘 들어요.(웃음)”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김희정은 사실 쉬지 않았다. 주로 영화에서 활동했고, 드라마에서도 2008년까지 활동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왔다’는 말이 붙을 정도로 아역 시절 연기한 꼭지는 강렬했다. 특히 ‘원빈 조카’라는 수식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어머니는 제가 원빈 오빠와 많이 친했다고 했는데, 사실 기억에 잘 없어요. 제가 9살 때였으니까요. 성인이 되어서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죠. 단지 영화 ‘아저씨’를 통해 최근 모습을 봤을 뿐이에요. 하도 ‘원빈 조카’라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진짜 제가 원빈 조카인줄 아시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혹자는 김희정이 아예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 프로필이나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아 저 배우가 과거 꼭지였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김희정의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는 단계를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고, 거기서 저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전 그냥 내가 먼저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오픈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다른 아역배우 친구들이 커가면서 어려워하는 것이 어릴 적 기억에 연연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고, 성숙해지니까,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은 쉽게 해도 실상 아역 배우들이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대중들은 기억하고 기대하지만 곧 식상한 연기 혹은 정체된 연기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성인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시도하면, 사람들에게 그 배우는 낯선 존재로 인식된다.

“연기 자체도 어릴 적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버리기가 힘들죠. 또 아역 배우 출신들에게 감독님들도 그것을 기대해요. 그런데 그것은 엄연한 아역배우의 연기잖아요. 그것을 버려야 하는데, 다들 그것을 원하시기만 하고. 하지만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연기가 계속 발전해야 하기에 과감하게 버려야죠. 전 지금 버리는 중이에요. 하지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역 했던 것이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새로 연기를 시작하는 친구들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김희정은 연기 뿐 아니라 음악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 흑인음악에 관심이 많아 직접 곡을 만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흑인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중학생 때 걸스힙합을 했는데, 이 때문에 현 소속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중학생 때 활동한 걸스힙합 동아리가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춤을 췄는데, 이것을 근처에 사시던 현 소속사 대표님이 보러 오신 거예요. 대표님은 제가 아역배우인지 모르시고 방송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좋더라고요. 다른 것은 안 보시고 제 춤과 끼, 가능성만 보신 거잖아요. 그때까지는 어머니가 일을 봐주셨고, 큰 회사도 이야기가 오갔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소속사에 들어가는 것은 안 좋다는 것이 저나 어머니 입장이었거든요. 이후 제 끼만 봐주신 현 소속사 대표님과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음악을 좋아하는 김희정은 ‘인빛시’에서도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향후 개봉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도 자신이 작사 작곡한 곡을 삽입했을 뿐 아니라, ‘인빛시’와 마찬가지로 밴드 보컬 역을 맡았다.

“사실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래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 연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두개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빛시’나 ‘나는 공무원이다’를 통해서 그 좋아하는 모습이 티가 났나 봐요.(웃음) 주위 분들이 음악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그래서 그럴까. 김희정의 롤모델은 여배우로서는 나오기 힘든 대상이 툭 튀어 나왔다. 인터뷰하는 모습만 안 닮는다면, ‘제2의 양동근’을 여배우에서 기대해도 될 듯 싶었다.

“앨범 낼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한데, 당장은 아니에요. 또 배우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가수 활동을 할 때 남들이 보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하려 하죠. 아이돌 그룹처럼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양동근 선배처럼 할 것 같아요. 선배들 중에 연기와 음악을 같이 하는 선배들이 드문데, 그 중 힙합을 하는 양동근 선배처럼 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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