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쾌한 음악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배치기가 3년 만에 미니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는 배치기입니다’를 외치며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했던 배치기는 2009년 ‘367’앨범을 내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탁은 지난해 4월, 무웅은 9월 소집해제 했다.
“사실 군대를 이때쯤 가야지 하고 둘이 생각하고 있어서 비슷한 시기에 갔죠. 가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와중에 전 소속사를 정리하기도 하고, 저희 스스로에 대한 자아성찰도 있었고요. 또 이후에도 계속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에요. 조금 쉬었다 가자는 마음도 있었고요.”(무웅)
이번 앨범은 음악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다. 배치기가 10년을 같이 해온 MC스나이퍼의 손을 떠나 만든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MC스나이퍼는 현재 휘성, 에일리, 신보라 등이 소속되어 있는 YMC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털었다. MC스나이퍼의 존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치기의 독립(?) 선언은 많은 추측을 낳게 했다.
“아무래도 한번에 정리되는 인연은 아니었으니까 말이 많았죠. 그러나 그 과정이 안 좋게 끝난 것이 아니에요. 물론 저희가 간다고 하니까 형은 아무래도 섭섭해 하셨죠. 저희가 많이 풀어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계속 죄송하다고 말하고, 저희의 뜻을 존중해달라고 말했죠. 나중에는 저희가 너무 완고한 것 같으니까, 형이 저희 의견을 받아들여주셨어요.”(탁)
그러나 이들이 굳이 스나이퍼 사운드를 벗어나 자신들의 음악을 하려는 의지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계약기간의 만료나, 회사의 이해관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나이퍼 사운드를 벗어난다는 자체가 저희에게는 신선하고 뭔가 전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틀이 싫었던 것은 아닌데, 환경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거죠. 그 마음에서 비롯돼 나와서 하게 됐죠. 처음에는 후회도 했어요. 이전 앨범을 작업할 때 스나이퍼 형이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줬지만, 지금은 그것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또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19금’ 가사에 개의치 않았던 것도 스나이퍼 사운드 안에 있었다면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나와서 그동안 했던 작업들을 보니 생각들이 외골수였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탁)
MC스나이퍼와 결별 후 다른 소속사에 들어갔지만, 이미 이전부터 배치기의 음악은 배치기의 손에서 나왔다. 2008년 정규 3집은 배치기가 앨범 전반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어쩌면 이미 하나의 선을 만들어가던 배치기의 음악이 이 때부터 굵은 면으로 바뀌어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갔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온전히 배치기의 음악의 완성도를 더욱 더 끌어올리는 작업을 이번 앨범에서 한 셈이다. 변화가 있었을까.
“3집은 저희끼리 시작을 했다가 중간에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한거죠. 어느 정도 방향을 못 잡은 부분들을 스나이퍼 형이 방향을 잡아줘서 수월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돈이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일이 저희가 관여했거든요. 이번 저희 앨범은 이번 소속사에 들어가기 전에 다 만들고 간 거예요. 3집 만들 때와 차원이 다르죠. 이번 앨범에는 기존에 갖고 있는 사운드, 뽕끼 등은 다 가지고 왔지만, 확실히 음악의 질은 그 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와서 하니까, 외부 프로듀서와 교류도 활발히졌고, 그럼으로써 전작에 대한 아쉬움을 메꿀 수 있었어요. 또 사운드의 자리나 랩도 중심으로 찾을 수 있었죠. 1집은 어렸고, 2집은 잡아가려 했고, 3집은 너무 힘을 줬다면, 이제야 음악하고 랩하는 것을 알 것 같아요.” (탁)
“3집을 저희가 프로듀싱을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배치기가 해서 다르구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스나이퍼 사운드에서 나오니까, 그 색깔이 묻어있다는 선입견이 먼저 작용을 했어요. 참고로 3집에는 스나이퍼 형의 비트가 없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스나이퍼 사운드’라고 먼저 생각을 하죠. 그래서 ‘아 이 것을 탈피 못하면 계속 이 안에서 끝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지겨워지는 팀, 재미없는 팀이 되겠구라는 생각까지 미치더라고요.”(무웅)
이들의 이런 고민은 이번 미니앨범 ‘두 마리’에 고스란히 담겼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두 마리’를 비롯해 ‘콩깍지’ ‘아는 남자’ 등 5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두 마리’는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힌 요즘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한국의 대표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 랍티미스트가 프로듀싱을 맡아 곡의 완성도를 더했으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최강의 펑크 소울 빅밴드 ‘핫 팬츠 로드 클럽’(Hot Pants Road Club)의 브라스 파트 멤버들이 직접 연주해 곡의 흥을 돋군다.
멤버 두 명으로 구성됐기에 타이틀 곡을 ‘두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마리’를 이들은 내세웠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해석되든, 앨범 명만으로도 ‘배치기구나’라는 생각을 준다.
“저희가 본래 쭉 끌고 왔던 음악 성향이 피해의식이 강한 내용이었고, 때문에 ‘난 왜 이렇게 살까’라는 한탄 가사가 많아요. 저희 배치기의 뿌리인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하다보니, 왜 요새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사람답지 못하다고 느낄까, 왜 개만도 못하다고 생각할까라고 생각이 이어졌고,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것까지 도달했죠. 그러면서 ‘두 마리’는 저희를 지칭하는 것인데, 가사 속 내용은 요새 젊은이들의 모습을 투영해서 보여준거죠. 내용이 무거워요‘(탁)
앨범은 전반적으로 배치기 특유의 3류 인생이 또다시 묻어있다. 자칭 타칭 3류 인생 대표주자라고 알려진 배치기는 이 화두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저희 자체가 천성이 그래요. 저희는 저희 감정이나 생각에 의존해 가사를 써놓는 팀인데, 생각이 그러니 방향도 그쪽(3류 인생)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러블리한 가사를 쓰려 해도 안 맞는 것 같아요. 요새 많이들 해서 저도 써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오글거리더라고요.”(무웅
생각해보면 배치기의 앨범은 언제나 그 기간이 길었다. 다른 이들처럼 디지털 싱글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규 앨범을 자주 내는 것도 아니다. 한번 내고 나면 긴 시간 배치기의 팬들은 오랜 시간 묵은 음악들을 들어야 했다.
“앨범 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방황하는 시기가 있어요. 게다가 그 전에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 다 까먹어요. 방향을 잡기까지 길게 가는 것 같아요. 한 1년 정도?. 그러다가 갑자기 탁 트일 때가 있어요. 그때 몰아쳐서 작업을 하죠. 작업 기간은 길지 않은데, 방황 하는 시간이 긴 셈이죠.”
2005년도에 데뷔앨범을 발매했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활동한지는 벌써 13년째다. 보통 힙합그룹으로서 할 말은 다 했던 것 같은데, 또 할말 이 있단다.
“힙합이 대단한 것이 한글이 소리로 된 모든 글자를 담을 수 있듯이, 힙합도 모든 사회나 상황을 담을 수 있다는 거예요. 버스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도 화두도 담을 수 있을 정도죠.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주제가 나와요. 그래서 앞으로도 할 말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물론 조금 달라진 것은, 전에는 내가 무엇인가를 꼬집었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죠. 사람들이 들어서 위로받을 수 있는 내용이 중심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앞으로도 가사를 쓰겠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