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인터넷에서 또 식용동물 학대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개고기’가 아닌 ‘게고기’ 논란이다. 지난 13일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공개된 한 직장인의 32초짜리 휴대전화 카메라 영상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영상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게가 배달 음식의 양념게장 반찬속에서 온몸에 매운 양념을 뒤집어쓰고도 살아남아 몸부림치는 장면을 담았다. 신기한 듯 게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건들며 장난치는 여성들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참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듯한 게는 약육강식 세계의 냉정한 현실을 일깨운다.
몸이 산산조각 난 다른 게들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 게에게서 끈질긴 생명력의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영상 등록자는 “점심시간 회사에서 반찬을 주문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짧게 적었지만 식사를 마친 뒤 이 게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게를 잔인하게 다루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은 영상에 없었다.
영상은 사흘 지난 16일 오전까지 16만 건 이상의 조회수와 150여 건의 댓글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수없이 벌어진 식용동물 학대 논란들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게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용동물 논란은 개와 소, 돼지, 닭 등 가축의 양육 환경이나 도살 방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마저도 포유류와 조류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대부분의 학대는 포획과 유통, 조리, 판매 과정에서 벌어지지만 이번에는 소비자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과 우리나라에는 생선회와 산낙지 등 일부 해산물을 산채로 먹는 음식문화가 있다는 점, 학대의 수위가 미미하다는 점은 사람을 일방적 가해자로 몰아세운 그동안의 논란들과 다르게 여론을 반으로 갈랐다.
여론은 “아무리 반찬이지만 살아남은 게에게 장난을 친 여성들이 잔인하다”는 입장과 “식용동물에게 인격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가세하며 영상 촬영자와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듯 했으나 “식용동물이 불쌍하다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채소도 생명이다(체리**)”라는 반박이 속속 나오면서 두 갈래의 여론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네티즌이 가장 많이 선택한 발언은 “이런 게 같은 경우가 있나(첵포**)”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