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외제차에 명품에” 해킹범의 허세 자랑글… 5년간 쇼핑몰 턴 20살 인터넷글 논란

“와~ 외제차에 명품에” 해킹범의 허세 자랑글… 5년간 쇼핑몰 턴 20살 인터넷글 논란

기사승인 2012-04-21 11:51:00

[쿠키 사회] 인터넷 쇼핑몰 결제 사이트를 해킹해 수 억 원을 챙긴 혐의로 쇠고랑을 차게 된 스무살 해커가 한 쇼핑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서 고급 외제차와 명품 지갑, 값비싼 컴퓨터 기기 등을 자랑해온 사실이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커가 남긴 허세 섞인 글을 본 네티즌들은 해커가 편취한 돈이 경찰 조사에서 알려진 것보다 몇 배 많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25곳을 해킹해 헐값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이를 사용하거나 되팔아 2억7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상습컴퓨터등사용사기 등)로 구속된 이모(20)씨는 그동안 유명 쇼핑 정보 커뮤니티인 A사이트 등에서 수 십 차례 자랑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씨 신병을 확보하고 급하게 수사를 진행하느라 일단 이씨가 2011년 1월부터 1년 동안 벌인 혐의만 확인했다”며 “이씨가 15살이던 2007년부터 해킹을 시작했기 때문에 추가 범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A사이트 등에 남긴 글에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A사이트 게시판에서 자신이 소유한 7000만원에 육박하는 외제차 2대와 함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값비싼 전자제품과 명품지갑 등을 자랑하는 글과 사진을 올려왔다.

A사이트 게시판에는 이씨가 ‘lucOOOOOOOO’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남긴 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 이씨는 지난달 19일 외제차를 끌고 전남 영암에 다녀왔다는 글을 올렸고,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인 지난 7일에는 ‘미친 지름신, 큰일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동차 휠을 교체한 사진을 올렸다. 그는 지난 3일에는 “지금 타는 걸(외제차를) 막 굴리는 용도로 쓰려고 색만 다른 같은 차종으로 한 대 더 계약했다”며 “머리가 복잡하니 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적었다. 지난 1월 30일 올린 글에서는 외제차 2대의 1년 보험료가 무려 900만원을 넘는다는 엄살을 떨기도 했다.

해킹범의 허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외에도 전자제품에 대한 자랑글을 수 차례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에 올린 글에서 애플사의 데스크톱 1대와 노트북 2대, 아이폰 4대, 아이패드 2대 등을 구입했다고 자랑했고 올 1월11일에 올린 글에서는 “아이폰을 산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삼성 갤럭시 노트 검은색에 이어 흰색을 샀다”며 인증사진을 올렸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명품 명함지갑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했고, 지난해 9월에는 260여만원에 이르는 CGV 멤버십 포인트 인증샷을 올려 회원들을 놀라게 했다.

A사이트에 오른 해킹범의 자랑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글만 봐도 이씨의 여죄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수사로 이씨의 범행이 낱낱이 밝혀지고 이씨가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씨가 4년 이상 해커로 활동하며 편취한 금액은 확인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검찰에 이씨의 신병이 넘어간 상태이지만 이씨가 인터넷에 남긴 글을 토대로 보강 수사를 벌여 이를 검찰에 넘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건강 상태가 무척 나빠 범행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12일 이씨를 검거한 뒤 수사를 벌이는 동안 이씨가 숨을 못 쉬고 실신해 응급실에 긴급 후송한 적이 있다”며 “이씨는 근육마비증상 외에 가슴과 척추, 무릎 등에 깊은 수술자국과 배 양쪽에 호스 자국을 안고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씨의 가족이나 여자친구의 공범 여부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씨가 부친의 통장을 1년간 사용해 부친의 공범 여부를 조사했지만 이씨 부친은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택배업을 하는데다 컴퓨터를 전혀 하지 않아 아들이 자신의 통장을 악용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씨는 또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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