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영화 불법다운로드와 저작권, 아시아의 현주소는?

[JIFF] 영화 불법다운로드와 저작권, 아시아의 현주소는?

기사승인 2012-04-27 18:12:01

[쿠키 영화] 26일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개막한 가운데 27일 오후 4시 전북 전주시 풍남동 리베라호텔 기린홀에서는 ‘영화, 저작권, 다운로드’를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굿다운로더캠페인,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국제영화제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한국의 이충직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일본의 가케오 요시오 키네마준보 영화종합연구소장, 싱가포르의 탄 비 티얌 ‘시네마 오브 아시아’ 편집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아시아 각국이 당면한 영화 불법복제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한편 자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작권 보호의 노력들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과 안성기 굿다운로더캠페인 위원장의 축사 뒤 가장 먼저 발제에 나선 이충직 교수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한국영화의 국내시장점유율이 52%, 극장매출이 1조 23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부가판권매출은 1411억 원(IPTV 910억 원, VOD 440억 원, 모바일 61억 원)에 불과했다”고 밝히면서 “2011년 극장매출 1800억 엔에
DVD/VHS 부가판권 매출액이 3030억 엔에 이른 일본이나 20억 유로(추산)의 극장 매출에 12억 유로의 DVD/VHS 부가판권 매출 실적을 보여 준 프랑스와는 대조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부가판권매출이 저조한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시장이 협소하고 극장만큼의 수익을 보장되는 DVD 등의 부가판권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다 불법복제에 의해 2차 부가판권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DVD 형태의 불법복제물 유통이 확대되고 온라인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불법복제물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부가판권시장의 90%가 괴멸됐다.

OECD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불법복제를 관대하게 대하는 사회적 의식, 법제도와 단속의 느슨함에서 원인을 찾았다. 1980년대 일본 음란물 유통에 단속의 초점을 두었을 뿐 불법복제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역사, 교육이나 공공을 목적으로 한다면 저작권 침해를 예사로이 눈감아준 관행이 불법복제가 판을 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10년 이후 정부가 단속의 강도를 높이자 빠르게 불법다운로드가 줄어든 것을 보더라도 과거 우리의 불법복제 단속이 거의 형식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꼬집으면서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안은 강력한 법적 조치와 단속”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더 명확하고 단호하게 저작권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실효성 있는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을 요구했다.

또 “법적인 조치 못지않게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영화배우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전혀 범법행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도덕적 불감증을 깨우고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합법적 방식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의식을 키워 준다면 우리나라의 불법복제 문제는 간단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가케오 요시오 소장은 ‘일본 영화 위법행위와 방지에 대해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가케오 소장은 발표 첫 머리에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5월 30일 영화도촬방지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음을 소개한 뒤 법 제정 배경의 역사를 설명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가케오 소장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1980년대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해서 제작했다고 여겨지는 영화 해적판의 유통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카메라가 소형화되고 고기능화 되면서 한층 선명한 화질과 음질의 해적판이 더욱 은밀하게 제작되어져 문제가 심각해졌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의 복제와 송수신의 질과 속도가 무한 향상되면서 해적판 영상과 음성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유통시킬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영화 도촬의 피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영화업협회의 해외관할단체인 MPA의 추산에 의하면, 지난 2005년 일본 내 극장에서 도촬되어 유출된 해적판으로 인한 자국 내 손해액은 180억 엔(약 2513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일본 내 영화매출이 1980억 엔(약 2조 7641억 원)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흥행수입의 10% 정도가 불법복제에 의해 감소됐다고 볼 수 있다.

가케오 소장은 이러한 피해 상황에 맞물려 “2006년에는 미국 정부가 일본 내 극장에서의 도촬 금지 법제화를 요구했다. 2007년 1월에는 일본영화제작자연맹, 외국영화수입배급형회, 일본영상소프트협회 등이 연맹해 영화 도촬 행위에 벌칙을 세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국내외 요청으로 2007년 ‘영화도촬방지에 관한 법안’이 입법되고 참의원본회의에서 전원일치로 가결, 성립됐다. 법안 제출부터 성립까지 불과 14일밖에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는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저작물의 복제에는 저작권 침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케오 소장은 이를 빌미로 한 조직폭력배가 대놓고 극장에서 촬영한 사례도 있다고 전하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영화 도촬은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더라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입법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발제에 나선 탄 비 티얌 편집장의 발표 주제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였다. 탄 편집장은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새로운 저작권법과 기반 시설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일례로 불법으로 MP3 파일을 배포하는 사람은 최대 10만 달러(약 9140만 원)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벌금으로 잘 알려진 싱가포르다운 액수이다.

특이한 것은 “해적판 영화를 구입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심의 받지 못한 영화를 소장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영화 법안은 미필 영화 한 편당 최소 100달러(약 9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특히 외설영화는 편 당 500달러(약 45만 원) 이상의 벌금 또는 6개월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탄 편집장은 밝혔다.

탄 편집장은 “싱가포르에서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저작권을 침해하는 세력이나 개인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대규모로 이뤄졌다”면서 오덱스라는 회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덱스는 P2P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일본만화영화의 2차 판권배급 사업을 하는 곳인데, 온라인 불법다운로드의 위법사실이 적발됐을 당시 자료를 다운 받은 개개인에도 벌금을 청구하거나 체포에 대한 경고를 담은 서신이 발송됐다고 전했다. 이어 “처발 대상자 중에 9세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반발이 일어 법원의 소환장 발부가 중단됐으나 싱가포르 내 온라인 저작원 침해에 관한 중요한 판례를 남긴 사건이었다”고 의미를 두었다.

탄 편집장은 끝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정품 DVD 발매를 기다려 가면서 법을 준수해야 할 이유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저작권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사실상 온라인 사용자의 대다수를 처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관련 산업 측에서는 불법다운로드가 사라진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정당한 해결책을 정당한 가격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영화를 담당하는 기자들과 영화제를 찾은 각 분야의 인사, 관객들이 지켜봤으며 합법다운로드의 활성화, 이를 위한 소비자 의식 개혁에 뜻을 함께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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