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시 노래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앨범을 내는 자체가 기적이다.”
2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아이비(본명 박은혜)가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이 두 문장은 아이비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또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데뷔 7년차. 그러나 실질적으로 활동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비를 아주 잘 안다. 그리고 그 잘 아는 내용에는 어느 순간 노래는 언저리로 물러났고, 그녀의 사생활이 자리잡았다. 때문에 그녀가 노래를 다시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고마워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다가왔고,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을 할 때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수 아이비라는 커리어는 가망성이 없어보였고, 앨범을 과연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게이트’ 이후 1년 반 정도 소송을 하면서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죠, 소송이라는 것이 몇 년 씩 걸리고, 제 나이도 있잖아요. 그래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시기였죠. 이렇게 앨범을 내고 인터뷰를 하는 자체가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 흥분되고 기적 같은 일인 것 같아요.”
2년 만의 컴백이라고 하지만, 대중들에게 아이비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그보다 더 길다. 지난 앨범 ‘터치 미’로 활동할 당시 아이비는 지상파 출연을 하지 못했고, 활동 3주 만에 SBS ‘인기가요’에 딱 한번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당시 아이비 소속사의 전신인 팬텀 엔터테인먼트가 KBS, MBC의 일부 PD들에게 주식 및 현금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연루된 관계자들이 실형을 선고 받았고, 아이비는 아무런 이유 없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PD 사건 이후에 KBS와 MBC가 막혀 있었는데, 현 소속사가 그것을 해결해줬죠. 이제는 1위를 하는 것도 기분이 좋겠지만, 많은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분 좋죠. 사실 그 때는 댄스곡으로 컴백을 했는데, ‘인기가요’ 한번 밖에 못 서서 엄청 자존심도 상했어요. 또 내 문제가 아니니까 억울하고 답답했죠. 지금은 이렇게 수월하게 활동하는 자체가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아이비는 이번 미니 앨범 ‘인터뷰’(INTERVIEW)의 타이틀곡을 섹시미를 앞세운 댄스곡을 내세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절절한 발라드 감성이 넘치는 ‘찢긴 가슴’을 선보였다. 아이비의 강점 중 하나인 섹시를 내세우지 못했다는 아쉬운 평가도 있지만, 또다른 강점인 가창력과 더불어 우여곡절 끝에 컴백한 사연을 두고,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사실 오랫동안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죠. 수천 곡을 받아서 고민했는데, 다행히 신이 저의 마음을 아셨는지, 딱 맞는 발라드를 선사해주셨어요. 컴백의 신호탄은 발라드지만, 올해 안에 댄스곡도 꼭 보여드릴 생각이죠. 아쉬운 것은 제가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했을 때, 다들 ‘유혹의 소나타’를 생각하시고 노래를 만드시더라고요. 앙칼지고 독기 품은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그 부분에 집중해서 곡을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우선 편안하고 감성적인 면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어요. 가사에 신경을 쓴 앨범이죠. 너무 슬프거나 한 모습은 자제하고요.”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이비는 덤덤해졌다. 스스로도 말하듯이 욕심을 버린, 앨범을 낸 그 자체로도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연예계에 제대로 발 못 붙인 신인 같다는 느낌도 풍겼다.
“‘터치 미’ 이후에 욕심을 많이 버렸죠, ''터치 미'' 대는 스캔들 이후에 나온 것이라 더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번에는 앨범을 내는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서, 노래하는 것도 부담이 덜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진짜 신인이에요. 사실 제가 2005년에 데뷔해 7년이 됐지만, 활동한 것은 2년도 안돼요. 아직도 연예인을 보면 셀레고 그러죠. 며칠 전에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녹화했는데, 너무 떨려서 유희열 씨 눈도 못 마주쳤어요. 청심환 먹고 무대에 올라갔다니까요.”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아이비는 어느새 노래보다는 그녀의 사생활에 집중된 대중들의 시선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아이비라는 이름으로는 상처도 많이 받고, 연예계에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았지만, 인간 박은혜 훌쩍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살부터 4년 연습해서 데뷔를 했는데, 제가 많은 사회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대학 문화를 충분히 즐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린 아이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철학적이고 나를 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았죠. 또 사건이 있을 때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어요. 나의 한마디 말이 얼마나 주목을 받는지도 몰랐고요. 때문에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사실 가수 아이비와 인간 박은혜를 분리를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기존에 화려하게 살았다면, 사건 이후 평범한 여자로서 삶을 즐겼고, 평범한 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느끼면서 가수로서의 삶이 아니라 여자로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예전의 아이비라는 가수의 커리어만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죠. 무슨 일만 하려면 막혔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을 한순간 벗어나니까 충분히 행복하더라고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아이비에 대한 오해도 많이 생겼다. 그녀가 가진 이미지와 사건을 연루시켜 수많은 루머들이 난무했다. 하다못해 아이비가 친구들과 노래방만 가도 불법적인 유흥업소에 드나드는 것처럼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가장 억울했던 것이 남자에 관련된 스캔들이 많이 나다보니, 제가 굉장히 남자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이미지로 알려졌더라고요. 남자를 이용할 것 같은 이미지로 인식되기도 했고요. 사실 그런 이미지도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내용이죠. 이제야 제가 그것에 대해 일일이 해명해봐야 부질없고요. 전에는 그런 제 약점에 대해 억울했는데, 지금은 이것이라도 있어야 겸손하고 진실하게 사람들에게 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악을 하던 어머니와 해군 군악대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끼와 재능을 물려받은 아이비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안다. 때문에 그녀가 2005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했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의 가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은 그녀로 하여금 연예계를 돌아보지 않게 만들었고, 능력을 퇴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에 아이비를 서게 한 것은 ‘무대’ 그 자체 때문이다.
“만일 계속 활동을 했으면 경험도 많이 생기고 무대에서 제가 더 예뻐 보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그 사건 이후 노래도 질리고 연예계도 싫었어요. 제 상처 위주로 생각을 하다보니 모든 게 싫었고 음악에 대한 열ㅈ어도 떨어진 거죠. 그런데도 다시 돌아온 것은 무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무대에 서는 것 외에는 다 스트레스였어요. 제가 해결해야 되는 문제는 많고, 늘 속상한 일만 생기고요. 그러나 무대에 서는 즐거움이 힘든 일을 다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다 부러워요. 마약과 같은 힘이죠.”
27일 KBS 2TV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아이비. 다시 대중들 앞에서 서는 아이비에게 대중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아니 그전에 아이비는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듣기 원할까.
“많은 분들이 저에게 노래 부를 때 너무 예뻐 보이고, 목소리도 예쁘다는 말을 해주시면 기분이 좋아요. 그 말을 듣고 싶고, ‘역시 아이비’라는 말도 듣고 싶죠. 특히 여자분들이 발라드를 노래방에서 많이 부르시는데, 제 노래를 여자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대에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연기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사진=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